디테일의 힘 (4)
능동과 피동을 결정하는 요인은 주어다. 주어(주체)가 무엇이냐에 따라 능동과 피동이 갈린다. 의사는 '처방하고', 환자는 '처방받는다'. 피동문은 주어가 남의 동작이나 행동을 입게 됨을 나타내는 문장이다.
능동과 피동을 결정하는 요인은 주어다. 주어(주체)가 무엇이냐에 따라 능동과 피동이 갈린다. 의사는 '처방하고', 환자는 '처방받는다'. 피동문은 주어가 남의 동작이나 행동을 입게 됨을 나타내는 문장이다.

‘처방하다’는 능동사고 ‘처방받다’는 피동사다. 우리말에서는 능동사를 피동사로 쓰고 싶을 때 ‘-이/-히/-리/-기’ 같은 피동접미사를 붙인다. 또는 ‘-하다’ 동사류는 ‘-하다’ 부분을 ‘-받다/-되다/-당하다’ 같은 피동접미사로 바꿔 피동사를 만들기도 한다. ‘처방하다’와 ‘처방받다’는 한국인이라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 쓰임새를 구별하는 말이다.
그런데 막상 글쓰기에서는 이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능동과 피동을 결정하는 요인은 주어다. 주어(주체)가 무엇이냐에 따라 능동과 피동이 갈린다. 의사는 ‘처방하고’, 환자는 ‘처방받는다’. 피동문은 주어가 남의 동작이나 행동을 입게 됨을 나타내는 문장이다.
이런 구별이 특히 왜 중요하냐 하면 일상에서 늘 쓰는 말 중에 요즘 그 경계가 무너져가고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영세 소상공인을 위한 임대료 및 난방비 지원.” 이 문장에서 문제되는 곳은 어디일까? ‘임대료(賃貸料)’는 남에게 물건이나 건물 따위를 빌려준 대가로 받는 돈을 말한다. 즉 물건이나 건물 주인이 받는 돈이 ‘임대료’다. 영세 소상공인은 ‘임차료’를 낸다. ‘임차료(賃借料)’는 남의 물건을 빌려 쓰는 대가로 내는 돈이다.빌려주는 쪽, 빌리는 쪽 모두 ‘대출자’‘임대’와 ‘임차’는 명백히 다른 말이다. 임대의 ‘대(貸)’가 빌려준다는 뜻이고, 임차의 ‘차(借)’가 (남에게) 빌리다, 꾸다라는 말이다. 이들을 두루 ‘임대’로 쓰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한다. ‘임대’는 주인이 쓰는 말이고, ‘임차’는 빌리는 사람이 주체가 된 말이다. 그러니 동네 상가 입구에 점포를 내놓으면서 써붙인 “임대인 구함”이란 안내문은 잘못된 것이다. “임차인 구함”이라 해야 옳은 말이다. 사무실을 월세로 빌려 쓰는 사람이 “사무실을 임대해 쓰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말을 아주 잘못 쓰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임대료 체납’이란 표현도 어불성설이다. ‘임대료’는 체납할 수 없다. ‘임차료’를 체납할 수 있을 뿐이다.
‘대출’과 ‘차입’은 서로 다른 말이다. 하지만 요즘 두 말을 구별 없이 섞어 쓰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같은 오류가 자주 나온다. 아니 사실은 더 나쁜 경우라 할 만하다. 말의 용법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우리말의 정교함을 훼손할 염려가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누구나 알듯이 ‘대출’은 ‘돈이나 물건 등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1991년 <금성판 국어대사전>을 비롯해 1999년 나온 종이 사전인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그렇게 풀던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