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선배가 후배에게

'인생의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는 만큼 일본 대학생들의 스케줄은 천차만별입니다. 대외 활동, 교환학생, 아르바이트, 인턴십, 봉사 등 열거하기만 해도 벌써 바쁜 대학 생활이 그려집니다.
[대학 생글이 통신] '인생의 여름방학'이라는 일본의 대학생활
‘人生の夏休み’. 우리말로 번역하면 ‘인생의 여름방학’이라는 뜻으로, 일본에서 대학 생활을 일컫는 은유적 표현입니다. 여름 바다처럼 청량하고 태양처럼 열정적인 ‘젊은 날의 청춘’과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는데요, 대학 입학을 목표로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공부에만 매진하는 청소년들에겐 어쩌면 희망이 될 수 있는 말입니다. 한편으론 정해진 패턴 또는 규칙 없이 자유롭게 놀며 즐기는 방탕한 생활을 비꼬는 말로 들릴 수도 있지요.

하지만 이 표현의 일반적 의미와 내가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人生の夏休み’는 가장 자유롭고 탐험적인 시기를 묘사한 것입니다. 대학 생활은 학문적 탐구만이 아닌 개인 성장의 공간으로, 개개인의 현재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란 뜻을 함축하고 있죠.

‘인생의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는 만큼 일본 대학생들의 스케줄은 천차만별입니다. 대외 활동, 교환학생, 아르바이트, 인턴십, 봉사 등 열거하기만 해도 벌써 바쁜 대학 생활이 그려집니다.

이 가운데 일본 대학생 시간표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서클(동아리) 활동입니다. 일본에선 ‘대학 생활의 꽃’이라고 부르죠. 일본 대학생 중에 소속된 동아리가 없는 친구를 찾기란 힘듭니다. 대학 생활이 어색하고, 자신도 모르게 방황하고 있다면 우선 동아리 활동부터 시작하라는 조언도 많이 합니다.

저처럼 영어만으로 학부 공부를 하는 국제학부 유학생일수록 동아리 활동이 지닌 가장 확실한 장점이 있습니다. 바로 일본어를 배울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란 거죠. 동아리에서 만나는 친구 모두가 일본어 선생님입니다. 일본어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에 스스로를 노출시키면 언어를 습득하는 것은 물론 일본 젊은이들의 삶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어 문화 공부가 가능합니다.

일본 대학생들이 시간을 활용하는 또 다른 방식은 아르바이트입니다. 아르바이트를 대하는 학생들의 태도를 관찰하면서 일본에서의 대학 생활은 많은 부분이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흘러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출석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수업을 빠지고 아르바이트하러 가는 학생들을 꽤 보았는데요, 이런 행동이 일본 대학생들의 아주 개인적 선택이란 사실을 알고 신기하기도 했어요. 이는 학교와 캠퍼스 너머 사회를 오가며, 개인의 선호와 판단으로 무엇이든 학교 공부보다 우선시할 수 있음을 의미하죠.

시간을 어떻게 분배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4년의 대학 생활을 마무리할 때 개개인의 성장과 성취의 정도가 달라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의 대학 생활을 ‘인생의 여름방학’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손예지 일본 와세다대 국제교양학부 21학번(생글기자 13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