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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주인 같은 가맹사업 점주들 단체에도 노동조합의 고유 권한인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법안이 나왔다. 개인 사업자에게 노동자(노동조합)의 고유 권한인 단체교섭권을 부여하자는 것이어서 헌법 위반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가맹사업 본사의 갑질을 막으려다 오히려 갈등을 키운다는 비판도 있다. 반면 소상공인 등 자영 사업자들의 형편이 어려운 데다, 프랜차이즈 본사 기업과의 관계에서 약자 처지인 개별 가맹점주의 사정을 법이 보호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가맹점주들은 즉각 환영하고 나선 반면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은 협상 요구가 동시다발로 진행되면 본사에서 대처할 수가 없다고 반대하고 있다.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까지 받는 이 법은 과연 타당한가.[찬성] 프랜차이즈 본사 '갑질' 대처…시위·소송 등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어편의점, 치킨집, 각종 체인 음식점 등 프랜차이즈 산업은 종류도 다양하고 가맹점 수도 많다. OO치킨, OO보쌈, OO25시 등 여러 종류의 가맹점주들은 개인의 자유의사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런 프랜차이즈 기업의 본사는 거대한 조직과 힘을 가진 대기업이 적지 않다. 깨알 같은 복잡한 계약서 곳곳에 어떤 불합리한 조항이 포함돼 있는지, 개인 사업자는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다. 설령 충분히 알아도 다급한 처지의 사업자는 문제 제기도 못한 채 사업 계약을 시작할 수 있다. 일단 계약에 서명해 사업이 시작되면 문제가 될 수 있는 조항에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한다.

말이 사업자지 자본력이나 프랜차이즈 사업의 구조적 문제를 충분히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 고용된 일반 근로자와 별반 차이점이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개인들이 단체를 구성해 본사와 단체협상에 나설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주자는 것이다. 보편적 노동권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석해 영세사업자에게도 주자는 취지일 뿐이다. 편의점 주인, 체인 보쌈집 주인, 치킨 점주에게 이 정도 교섭권한을 주는 게 큰 문제가 될 수는 없다. 법안의 내용을 보면 가맹점주 단체 등록제 도입, 가맹점주 단체 협의 요청 불응 시 제재, 가맹본부(본사)의 불공정행위 및 보복 금지 정도가 전부다.

가맹점주 모임인 전국가맹점주협희회도 협상권이 보장되면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와 갑질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가뜩이나 종속적 거래관계인데 경제 사정까지 좋지 않아 영세한 가맹점주와 우월적 지위의 본사 간 분쟁이 늘고 있다.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급증하고 있다. 법이 확정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예방 효과까지 기대된다. 단체가 나서서 ‘상생 협상’으로 갈등을 해결하면 집회와 시위, 농성과 소송 등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반대] 복수단체·익명성 부작용 불 보듯…관련 산업 위축돼 일자리 축소 우려무엇보다 프랜차이즈 산업의 본질을 뒤흔드는 입법 횡포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독립적 개별 사업자고, 선택도 자발적으로 한다. 치킨점이든 편의점이든 그 사업이 어떤 형태이며, 어떻게 운영되며, 상표권 사용료 지급 등 이익의 배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모르고 시작하는 점주는 없다. 사업 계약 후 본사가 일방적으로 계약 및 운영 내용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고용된 임금노동자들의 노조 권한을 준다는 법은 헌법상의 노동권을 잘못 적용하는 위헌 법률이다.

점주에게 단체교섭권을 주면 본사는 부당한 경영 간섭을 받을 수 있다. 단체도 하나가 아니라 복수가 될 공산이 크다. 하나의 프랜차이즈 본사에 지역별로 수십 개 교섭단체가 난립해 경영 간섭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본사는 이 단체 저 단체와 협상하느라 바빠 신상품 개발, 새로운 서비스 연구가 불가능하다. 교섭단체의 일방적 협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최악의 경우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점주 단체가 거래 품목 재조정, 가격인하를 요구하면 본사의 경영은 파탄 날 수 있다. 단체교섭은 소속 단체의 회원들이 익명에 가려지면서 온갖 비상식적 요구까지 포함되고, 소수 강경파가 협상을 주도할 경우 갈등과 대치, 싸움만 계속될 우려도 있다. 익명성의 해악이다.

사회적으로 프랜차이즈 본사에 ‘갑질을 일삼는 강자’의 이미지를 씌우려는 기류가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연간 매출액이 10억원 이하인 가맹본부가 3분의 2(66.4%)에 달한다. 오히려 이들도 중소기업에 해당하는데, 개인 사업자인 점주들이 계속 협상을 요구하면 이 산업은 유지되기 어렵다. 프랜차이즈 산업이 죽으면 많은 국민이 일자리를 잃고 외식산업 등은 크게 위축된다. 업계에 갑질이 있다면 공정위에 신고하면 된다. 상생을 추구해도 법보다는 시행령·조례를 통한 ‘권고’가 바람직하다.
√ 생각하기 - 노동권 과잉, 공정위도 걱정…자발적 '상생 협의체' 대안
[시사이슈 찬반토론] 편의점 주인도 노조식 단체협상권, 위헌 요인 없나
원론적으로는 근로자와 사업자의 구분, 노동권 부여 범위에 관한 문제다. 한때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에 대해 같은 논쟁이 빚어졌다. 결국 고용보험 등에서 일부 노동권을 인정하는 쪽으로 이행했다. 본인 소유 트럭으로 운송업을 하는 화물연대의 단체행동도 같은 맥락이다. 개인 사업자에게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일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파장이 크다. 프랜차이즈 산업의 기본 구조부터 잘 이행해야 법 때문에 이 산업이 퇴출당하는 우를 면할 수 있다. 영세 개인사업자가 다수인 가맹점주들이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투자해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고의로 프랜차이즈 본사의 경영이 나빠지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경제적 약자 편인 공정위가 “법이 통과되면 관련 산업이 위축될 것”이라며 반대하는 게 주목된다. 점주와 본사의 자발적 상생 협의체 구성이 대안이 될 것이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