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와 글쓰기

숙의토론회 최종 결과 발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
미래세대 월소득 43% 보험료로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왼쪽)이 지난 24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연금개혁 관련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강은구기자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왼쪽)이 지난 24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연금개혁 관련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강은구기자
국민연금 개혁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 시민 10명 중 6명이 ‘더 내고 더 받는’ 연금 개혁안을 선택했다.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은 현행보다 10%p 높은 50%로 올리고, 보험료율은 9%에서 13%로 인상하는 안이다. 이 안은 개혁 없이 현행을 유지할 때보다 기금 소진 시점은 6년 늦추지만, 향후 70년간 누적 적자가 702조원 더 늘어나는 것이어서 시민대표단이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선택을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시민 대표단 500명을 대상으로 세 차례에 걸쳐 진행한 공론화 설문 조사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공론화위는 소득대체율을 현행 40%(2028년 기준)에서 50%로 높이면서 보험료율은 9%에서 13%로 인상하는 1안(소득보장안)과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고 보험료율만 12%로 올리는 2안(재정안정안) 두 가지를 선택지로 제시했다. 지난 21일 마지막 조사에서 응답자 492명 중 56%가 1안을 선택했다. 2안엔 42.6%가 찬성했다.

시민 대표단이 선택한 최종안은 미래세대에 보험료 부담을 크게 지우는 안이다. 연금특위에 따르면 이 안이 채택될 경우 현재 10세 이하인 세대는 기금 고갈 뒤인 2078년 월소득의 43.2%까지 보험료로 내야 한다. 현행 제도를 유지할 때의 35%보다 8%p가량 더 높다. 기성세대는 1998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9%만 보험료로 내고 있다. 연금 개혁은 현재 세대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것이 불가피한데, 애초에 개혁안 도출을 여론에 맡기자는 발상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심각한 저출산·고령화로 악화 일로인 재정 여건과 미래세대 부담을 감안하면 소득대체율 인상은 지속 가능성이 없는 ‘개악(改惡)’이란 것이 정부 내부의 판단이다.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공론화위 과정에서 정부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라고 말했다.

연금특위는 조만간 공론화위의 최종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여야 간 연금 개혁 합의안 도출에 나설 예정이다. 21대 국회 임기 만료(5월 29일) 전 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22대 국회에서 원점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 다만 4·10 총선에서 175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소득보장안을 지지하고 있어 향후 국회 논의도 이번 설문 조사 결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설지연/황정환 한국경제신문 기자NIE 포인트1. 연금 개혁이 한국 경제의 가장 시급한 개혁 과제가 된 사정을 파악해보자.

2.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등 연금개혁의 키워드에 대해 정리해보자.

3. 미래세대에 큰 부담을 안기는 연금 개혁을 기성세대 여론으로 정하는 게 정당한지 토론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