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표현 “위약금이라도 주고 해임해라”는 잘 들여다보면 좀 이상하다. 마치 ‘위약금이나마 주고 해임하라’는 뜻으로 읽힌다. 이보다는 “~약정이 그러하다면 위약금을 주더라도 해임해라”라고 하는 게 정확한 말일 것이다.

같은 한국말을 쓰는 한국인끼리도 언어의 학습 정도와 경험에 따라 우리말 사용 양태가 서로 다르다. 어휘에 대한 어감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이른바 ‘커뮤니케이션 노이즈(잡음)’에 해당한다. 미세한 듯하지만 그런 잡음이 모이고 쌓여 정확한 의미 전달을 방해한다. 의미 해독에 차이가 있다 보면 같은 말을 주고받았으면서도 서로 다르게 이해하는 결과를 낳는다. 커뮤니케이션 실패인 셈이다.
그래서 글쓰기를 비롯해 의미를 주고받을 때는 이 ‘잡음’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문법’을 배우고 구사해야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발화자와 수신자, 또는 글쓴이와 읽는 사람 간에 의미소통의 괴리와 왜곡을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는 게 ‘문법’이다. 쌍방 간에 문법을 올바로 구사함으로써 메시지를 작성해 보내고, 해독해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다. 지난 일 나타내는 다양한 ‘-더’형 어미그런 점에서 이 문구를 살펴보자. ‘위약금이라도 주고’와 ‘위약금을 주더라도’ 사이에는 엄청난 의미 차이가 있다. 우리말은 조사와 어미가 잘 발달해 있다. 그에 따라 미세한 의미 차이가 생긴다. 그것을 잘 구별해야 의미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두 말은 문법 요소부터 다르다. 우선 ‘-이라도’는 보조사다. 명사 등 체언 뒤에 붙는다. 어떤 것이 썩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괜찮음을 나타낸다. 그것이 최선의 것이 아니라 차선의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오세요.” “밥이 싫으면 라면이라도 먹어라.” 이런 게 전형적 쓰임새다.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으나 아쉬운 대로 그것을 선택한다는 뜻이다. 앞말에 받침이 있으면 ‘-이라도’, 받침이 없으면 ‘-라도’가 붙는다. 그러니 ‘위약금이라도 주고 해임하라’라고 하면 어차피 해임할 거면 위약금은 주고 하라는 뜻이 된다.
이에 비해 ‘-더라도’는 가정이나 양보의 뜻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다. 동사·형용사 등 용언에 붙는다. ‘-어도’보다 그 뜻이 강하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처럼 가정해 말할 때 쓴다. ‘위약금을 주더라도’라고 하면 ‘설령 위약금을 주는 한이 있어도’라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