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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위약금이라도 주고 해임해라"란 문장의 오류

    “일부 언론 보도대로 약정이 그러하다면 위약금이라도 주고 해임해라.” 64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노린 한국 축구 대표팀의 도전은 준결승전에서 좌절됐다. 2월 7일 카타르에서 열린 경기에서 한국은 요르단에 0-2로 완패하면서 거센 후폭풍에 휘말렸다.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여론도 들끓었다. 한 지자체장이 SNS에 올린 주장은 많은 공감을 얻으며 언론에서도 크게 화제가 됐다. 조사와 어미 엄격하게 사용해야그런데 이 표현 “위약금이라도 주고 해임해라”는 잘 들여다보면 좀 이상하다. 마치 이미 해임은 결정됐는데, 그냥 해임하는 게 아니라 ‘위약금이나마 주고 해임하라’는 뜻으로 읽힌다. 진행되는 상황을 다 가리고 문장만 놓고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모국어 화자라면 대부분 그렇게 받아들일 것 같다. 그렇다면 이 말은 틀린 표현이다. 이보다는 “~약정이 그러하다면 위약금을 주더라도 해임해라”라고 하는 게 정확한 말일 것이다. 당시 정황상 그리고 문맥상 ‘어차피 해임해야 할 상황인데 위약금을 주는 한이 있더라도 해임하라’는 뜻으로 한 말이다.같은 한국말을 쓰는 한국인끼리도 언어의 학습 정도와 경험에 따라 우리말 사용 양태가 서로 다르다. 어휘에 대한 어감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이른바 ‘커뮤니케이션 노이즈(잡음)’에 해당한다. 미세한 듯하지만 그런 잡음이 모이고 쌓여 정확한 의미 전달을 방해한다. 의미 해독에 차이가 있다 보면 같은 말을 주고받았으면서도 서로 다르게 이해하는 결과를 낳는다. 커뮤니케이션 실패인 셈이다.그래서 글쓰기를 비롯해 의미를 주고받을 때는 이 ‘잡음’을 최대한 줄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