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선배가 후배에게

문법은 글의 구조를 파악하기 위한 뒷받침이라고 생각합니다. 문법을 공부할 때 글의 구조를 습득하는 방향으로 '입체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대학 생글이 통신] 영어, 문법을 위한 문법 공부는 없다
일부 학생 중에는 영어 학습에서 문법과 그 외의 부분들이 독립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법은 말 그대로 문법 문제에 적용되고, 독해는 독해만의 공부법이나 풀이법이 존재한다고 여기는 거죠. 그런데 이런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문법은 독해(글을 읽고 뜻을 해석하는 것)를 위해 존재한다고 보는 게 맞기 때문입니다. 이런 마인드를 가져야 영어 학습 효과도 높일 수 있어요.

영어 문법은 작게는 과거형 동사·전치사 등과 같은 단어적인 요소도 있지만, 넓게는 관계사·문장 형식 등 문장의 구조적 요소도 있습니다. 단편적인 내용에서 복합적인 내용으로 갈수록 자연스레 문장 구조 파악 및 해석 학습으로 이어집니다. 제가 강조하는 점은 바로 이 ‘구조’에 있습니다.

수능에 나오는 지문을 떠올려봅시다. 문장이 굉장히 길 때가 많죠? 주어부가 한 줄 가까이 차지하거나 수식어가 수식어끼리 여러 번 연결되는 등 볼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복잡합니다. 학생 여러분은 이런 글을 마주할 때 어떻게 접근하나요? 반복되는 주제를 찾거나 강조 목적으로 쓰이는 접속사를 파악하고, 중요한 단어들로 글을 유추하나요? 이 과정을 거치기 위해 여러분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문법 지식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활용할 겁니다. 단어를 모르면 문장을 알 수 없듯, 문법을 모르면 글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문법을 공부할 때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접근했으면 합니다.

문법은 글의 구조를 파악하기 위한 뒷받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어물쩡 넘기는 학생들이 적지 않아 아쉬울 때가 많아요. 그러니 문법을 공부할 때 글의 구조를 습득하는 방향으로 ‘입체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예를 들어 관계사는 ‘선행사를 보충 설명해주기 위해 수식하는 역할’을 한다고 배우는 게 일반적이죠. 이런 단순한 이해에서 좀 더 나아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관계절이 등장함으로써 다른 서술부의 문장성분이나 단어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 또는 관계절의 유무에 따라 해석과 의미 생산 방식에 어떤 차이가 있는가 등 의문을 가져보는 거죠. 이렇게 좀 더 신축적으로 사고하게 되면 구조적으로 복잡한 글이 나타나더라도 평소에 해오던 복합적이면서도 체계적으로 쌓아놓은 문법 개념을 바탕으로 독해를 잘할 수 있을 겁니다.

문법과 독해는 굉장히 긴밀한 관계입니다. 뻔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의외로 쉽게 간과하는 부분인데요, 여러분은 의도적으로 이를 인식하고 체득하는 방식으로 방향성을 잘 잡아나가시길 바랍니다.

이찬우 성균관대 영어영문학과 22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