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아닌 세금' 부담금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서 시민들이 티켓을 예매하는 모습.    한경DB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서 시민들이 티켓을 예매하는 모습. 한경DB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두 가지는 ‘죽음’과 ‘세금’이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종류의 세금을 내야 한다. 매장에서 구입하는 물건마다 붙는 10%의 부가가치세, 직장인 월급에서 적게는 6%부터 많게는 45%까지 떼어가는 소득세, 집을 소유하고 있으면 해마다 내야 하는 재산세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국민의 부담은 이게 다가 아니다. 정부는 개인과 기업에 ‘법정부담금(부담금)’이라는 것을 물려 연간 20조 원 이상을 거둬들이고 있다.1961년 도입…매년 20조 이상 걷혀부담금은 특정 공익사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목적에서 법률에 따라 의무적으로 징수하는 돈을 의미한다. 엄밀히 말하면 세금은 아니지만 사실상 세금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세금’으로 불린다.

예를 들어 문화체육관광부는 2007년부터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관람객을 대상으로 푯값의 3%를 영화관 입장료 부과금으로 징수하고 있다. 외교부는 1991년부터 여권을 발급할 때 1만5000원(10년 유효 복수여권 기준)을 국제교류기여금 명목으로 내도록 했다. 이 밖에도 농어민에게서 걷는 전기사용자 일시부담금, 골프장 이용객에게 징수하는 회원제 골프장 시설 입장료 부가금 등까지 정부가 부과하는 부담금은 총 91종에 이른다.

국내에 부담금 제도가 도입된 것은 196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제개발이 절실하지만 재원이 부족하던 시기다. 문제는 그 사이 나라 곳간이 꽤 넉넉해졌음에도 관행적으로 계속 물리는 부담금이 많다는 점이다. 여권 발급 때 따라붙는 국제교류기여금의 경우, 부유층이나 외국에 나갈 수 있던 시절에 만든 제도를 해외 여행객이 연간 2000만 명이 넘는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교통유발부담금, 재건축부담금 등은 지나치게 요율이 높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재계와 시민단체는 정부가 행정 편의주의적 관점에서 준(準)조세를 과다하게 징수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불필요한 부담금은 폐지하고, 꼭 필요하다면 정식으로 세금 항목을 만들어 거두는 게 낫다는 것이다.

부담금은 조세와 달리 납세자들의 저항이나 국회의 감시가 적다.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마다 3%의 부담금이 붙는다는 사실조차 아예 모르는 국민이 대다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쌈짓돈’처럼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재원 조달 창구가 되어온 것도 사실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02년 7조4000억 원이던 법정부담금 징수액은 올해 24조6157억 원으로 세 배가 됐다.정부 “불필요한 부담금 구조조정 검토”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최근 정부가 법정부담금 제도 전반에 대대적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불합리한 부담금은 폐지하고 부과 대상을 축소해 면제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면 재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담금 제도를 손질하려면 소관 법률인 부담금관리 기본법과 함께 징수 근거가 명시된 개별 법률을 모두 개정해야 한다. 그동안 부담금 혜택을 누려온 정부 부처와 지자체, 이해관계자 등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어 쉽지 않은 과정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