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선배가 후배에게
압박감이 크면 클수록 의식적으로라도 휴식을 취하고 자신을 보듬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에 달릴 때 생각한 것만큼 달리지 못하게 됩니다.
입시가 끝난 기념으로 ‘휴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먼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 만큼 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꼭 특별한 무언가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여행을 가는 사람도 있고 미뤄둔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그냥 원 없이 잤습니다. 그게 입시 동안 가장 바란 것이었고, 앞으로 이만큼 여유 있게 잘 수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거죠.압박감이 크면 클수록 의식적으로라도 휴식을 취하고 자신을 보듬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에 달릴 때 생각한 것만큼 달리지 못하게 됩니다.
저는 이제 대학교 4학년을 바라보고 있지만 아직도 그때의 잠을 가장 끝내주는 잠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부터는 타인과 사회가 주는 미션이 끊임없고, 거기서 자유롭기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여유를 갖기가 어렵습니다. 고등학생 때에 비해 잠깐 시간을 내어 자거나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가능해지기는 했지만, 마음 편히 질 좋은 수면을 취한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네요. 입시가 끝난 지금의 휴식 기간조차 남들과 비교해 ‘더 좋은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강박에 휩싸이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이는 입시가 완전히 끝난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얘기는 아닙니다. 대입에 다시 도전하려는 사람에게도 휴식은 꼭 필요합니다. 결과가 어떠하든, 적어도 생각을 정리할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니까요. 압박감이 크면 클수록 의식적으로라도 휴식을 취하고 자신을 보듬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에 달릴 때 생각한 것만큼 달리지 못하게 됩니다. 빨리 달리고 싶은 조급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더 잘, 더 오래 달리기 위해 그리고 달리는 중간에 고장 나지 않으려면 휴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길 바랍니다.
고등학교 1, 2학년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마디로 대충 쉬고 그냥 공부하기를 권합니다. 더 쉬고 싶어도 일단 책상 앞에 앉아서 쉬세요. 제 경험으로 당시에 쉬고 또 생각하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선택지가 공부 하나밖에 없습니다. 선택지가 많아지면 생각을 정리하고 선택을 하고 에너지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휴식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선택지가 하나인 상황에서 많은 생각을 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더 좋은 선택지가 나타나지 않는데, 하나뿐인 그 선택지만 이리저리 흔들릴 뿐이죠. 그래서 저는 별 생각 없이 일단 공부했고, 그게 제 멘털에도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하지 않는 것이 어려운 사람도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자신의 몇 가지 없는 선택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박태희 성균관대 글로벌리더학부 21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