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세계 첫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산물 도매시장 모습. /한경DB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산물 도매시장 모습. /한경DB
세계 최초의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이 한국에 조성됐다. 판매자·구매자가 온라인에서 24시간 거래하는 전국 단위 시장이다. 정부는 2027년까지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액을 전체 도매시장의 20%에 해당하는 3조7000억 원 규모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3~4단계에 달하던 복잡한 유통 단계가 단축되면서 불필요한 비용이 줄고, 농산물 물가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2023년 12월 1일 자 한국경제신문-

정부가 농산물도매시장을 온라인에 옮겨놓은 이른바 ‘온라인 가락시장’을 만들었다는 기사입니다. 많은 소비자가 대형 마트나 시장에서 장을 보고, 요즘은 쿠팡이나 마켓컬리 같은 온라인몰을 이용해 ‘도매시장’에 대해선 생소한 이가 많을 것입니다. 그래도 수험생이라면 “공부가 지겹고 나태해질 때면 이른 새벽 도매시장에 가보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텐데요, 모두가 자고 있는 새벽, 산더미처럼 쌓인 과일과 채소를 놓고 벌어지는 경매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삶의 ‘치열함’을 느껴보라는 뜻이지요.

이처럼 지역별로 농산물이 한데 모여 그곳에서 경매 등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고 전국의 대형 마트, 슈퍼마켓 등 소매 점포로 퍼져나가게 하는 ‘허브’ 기능을 하는 것이 도매시장입니다. 농산물도매시장을 온라인 공간에 옮기면 유통 단계를 줄여 비용이 줄어들고, 생산자인 농가와 소비자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인데요, 여기에도 경제학 개념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농산물 유통은 1985년 국내 첫 공영도매시장인 가락시장 개장 전후로 나뉩니다. 전국에는 가락시장 같은 공영도매시장이 32개가 있습니다. 2020년 기준 전국에서 생산된 과일과 채소의 50%가량이 도매시장을 거쳐 갑니다. 농가들은 도매시장을 통해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의 유통과 판로를 확보하고, 대형 마트나 슈퍼마켓, 음식점 등 외식업체들은 원하는 가격대와 품질의 상품을 조달하는 것이지요.

직관적으로 온라인도매시장의 탄생은 거래 단계를 축소해 유통비용을 줄여줍니다. 농가→산지 유통인→도매시장(도매법인·중도매인)→소매업체→소비자로 이어지는 전통적 구조에서 판매자→구매자→소비자로 유통 구조가 단순해지는 것이지요. 마트(소매업체)는 전국 생산자의 상품을 검색해 산지에서 직접 공급받을 수 있게 됩니다.

유통 단계마다 붙던 수수료와 운송료도 줄어듭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온라인 도매시장 출범에 앞서 시범 사업을 수행한 결과 기존 오프라인 도매 체제에서 수수료와 운송비, 도매 단계에서 가져가는 판매마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총 17%에 달했습니다. 온라인 도매를 도입하자 이 비율은 11%로 30% 이상 떨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온라인 거래를 통해 오프라인 거래에 비해 농가 수취 가격을 4.1% 높이고 소매단계 구매 가격은 3.4%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입니다.

눈에 보이는 유통비용 감축을 넘어선 경제학적 의미도 상당합니다. 오프라인 도매시장에선 유통이 소수의 도매상 중심으로 이뤄졌고, 자연히 정보도 이들에게 집중됐습니다. 개별 농가 입장에선 제약된 정보 탓에 1~2곳의 도매상을 통해서만 생산물을 팔 수 있었고, 구매자 역시 도매상들 사이에서 형성된 가격에 따를 수밖에 없었지요. 도매시장이라는 ‘인프라’와 여기서 나오는 정보는 도매상들에게 ‘가격결정력’을 부여했고, 이는 일종의 ‘과점시장’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온라인 도매시장은 무수히 많은 기업이 동질적 상품을 생산해 판매하고, 시장 진입·퇴출의 진입장벽이 없는 ‘완전경쟁시장’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완전경쟁시장에선 어떠한 생산자도 초과이윤을 얻을 수 없고, 모든 사회적 잉여는 소비자에게 돌아갑니다. 완전경쟁시장은 100% 현실에서 구현이 불가능한 이론상의 개념이지만, 온라인 도매시장이 무수히 많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준다는 측면에서 맞닿은 부분이 있습니다.

[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과점에서 완전경쟁시장으로…생산자·소비자 모두 이익
다양한 특성을 가진 생산자와 소비자가 ‘매칭’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잉여가 극대화될 수도 있습니다. 남들보다 품질 좋은 사과를 생산하지만, 지역 내에서 수요자를 찾지 못해 남들과 같은 가격에 도매시장에 물건을 내놓던 생산자가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품질 좋은 사과가 필요한 고급 식당 등 수요자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황정환 기자NIE 포인트1. 온라인 도매시장이 왜 생겨났는지 알아보자.

2. 농산물시장이 경제학적으로 어떤 시장에 가까운지 생각해보자.

3. 생산자와 소비자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