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선배가 후배에게

제가 권하고 싶은 논증 방식은 '반박'과 '재반박'을 추가한 형태입니다. 이런 게 없으면 본인 주장의 단점이나 문제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대학 생글이 통신] 예상되는 반박에 재반박 해보는 글쓰기 중요
중고생들이 수행평가를 위해 작성한 글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대개 주장을 담은 서론, 주장의 근거를 세 가지 정도 제시한 본론, 글을 요약한 결론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를테면 “가난한 나라에 원조를 늘려야 한다”라는 주장하에 “인간은 존엄하다” “기부자도 기분이 좋다”라는 근거를 이어가는 형태죠. 이런 글도 좋지만, 제가 권하고 싶은 논증 방식은 여기에 ‘반박’과 ‘재반박’을 추가한 형태입니다. 이런 게 없으면 본인 주장의 단점이나 문제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말씀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 총재는 “정부가 안 걷고 안 주는 것, 많이 걷고 많이 주는 것은 가능하지만 안 걷고 많이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했습니다. 여기에 반박과 재반박이 없다면 설득력이 약해지겠죠. 예를 들어 다른 나라 원조와 관련해 인간이 존엄하고 기부가 좋다는 것을 누가 모르겠습니까. 문제는 원조를 늘리려면 세금을 많이 걷어야 한다는 겁니다(반박) 혹은 이미 세금이 쓰이는 다른 곳에서 세금을 떼어와 원조를 해야 합니다. 이런 문제까지 고려한 사람은 글을 쓸 때 “세금을 늘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곳에 쓰이는 세금을 줄여가면서까지 지원을 늘려야 하는 이유”를 덧붙일 것입니다.

다음으로 “실업급여를 줄여야 한다”라는 주장을 한다고 칩시다. 근거는 “실업급여로 실업률이 높아진다” “실업급여를 자기계발보다 노는 데 쓴다”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 근거들은 실업급여를 안 받아도 될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었다면, 반박은 실업급여가 필요한 사람에게 맞출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실업급여를 줄이면 꼭 필요한 사람들이 받지 못할 수 있다”와 같은 반박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꼭 필요한 사람이 못 받는 것과 불필요한 사람이 받는 것 중에서 자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글에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서울대 일반전형 사회 면접은 글을 읽고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질문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처음엔 “글을 비교·대조하라”, 두 번째는 “한 글의 형태에서 다른 글을 비판하라”, 마지막은 “본인의 주장을 말하라”입니다. 만약 본인 주장과 ‘한 글’의 논지가 같다면 교수님들은 “자신의 주장을 반박해보라”는 추가 질문을 합니다. 서울대 면접도 반박과 재반박을 통한 논증을 중시하고 있는 것이죠.

이런 논증 방식으로 사고하면 생각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라면 시간을 충분히 들여 생각해보는 것이 본인의 사고력을 높이고 좋은 생활기록부를 만드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이지원 서울대 경제학부 22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