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의 '영수(領袖)'는 '무리 가운데 우두머리'를 이른다.과거 대통령이 여당 당수를 겸하고 있던 시절,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는 것을 가리키던 말이다.

영수(領袖)는 어떻게 우두머리란 뜻을 갖게 됐을까? 말의 생성 과정을 알고 나면 우리말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자긍심도 한층 더 높아진다. 요즘 ‘요령(要領)’이라고 하면 적당히 잔꾀를 부리는 짓으로 통한다. 그것은 반은 맞는 얘기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뜻이 있다. ‘가장 긴요하고 으뜸이 되는 골자나 줄거리’가 요령의 본래 의미다. 要(요)는 애초에 허리, 즉 여성이 잘록한 허리에 두 손을 댄 모습을 그린 글자다. 이후 허리가 신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라는 의미가 더해지면서 ‘중요하다’란 뜻을 갖게 됐다. ‘령(領)’ 역시 주로 ‘거느리다, 다스리다’란 뜻으로 쓰이지만 본래는 ‘옷깃’을 뜻하는 말이다. 옷깃은 저고리에서 목에 둘러대어 여밀 수 있게 한 부분이다. 이 ‘옷깃’은 옷 전체의 중심이라, 여기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지도자’나 ‘통솔하다, 이끌다’ 등의 뜻이 나왔다.
그 ‘요’와 ‘령’이 합쳐져 사물의 핵심이 되는 것을 가리키는 요령(要領)이란 말이 나왔다. ‘요령부득(要領不得)’이라 하면 ‘사물의 주요한 부분을 잡을 수 없다’, 즉 ‘말이나 글의 줄거리를 잡을 수 없다’는 뜻이다. 요즘은 ‘요령’이 무언가를 적당히 해 넘기는 잔꾀로 주로 쓰인다. ‘핵심’과 ‘잔꾀’는 서로 충돌하는 가치다. 우리말 변천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인 셈이다.‘영수회담’ 대신 ‘대표회담’이 적절‘옷깃을 여미다’란 관용구가 있다. 경건한 마음으로 옷차림과 자세를 바로잡는다는 뜻이다. 현충원 같은 곳을 참배하거나 국민의례 등을 치를 때 우리는 옷깃을 여민다. 이때 ‘여미다’란 바로잡아 단정하게 한다는 뜻이다. 옷의 여러 부분 중 왜 특별히 ‘옷깃’을 여미었을까? 그만큼 목둘레를 감싸는 옷깃을 중요시했다는 뜻이다. 우리말 관용구가 생긴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영수회담의 ‘수(袖)’는 소매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역시 옷을 입을 때 상징이 되던 부분이다. 본래 우리 한복에는 지금처럼 소지품을 넣는 주머니가 따로 없었다. 그 대신 간단한 소지품을 윗저고리 소매에 넣었다. 윗옷의 좌우 팔 끝에 있는 ‘소매’는 주머니 역할까지 하는 중요한 부분이었다. 한복 소매가 둥글고 크게 나온 것도 그런 까닭이다. ‘요(要)’와 ‘령(領)’과 ‘수(袖)’의 공통점은 모두 의복에서 눈에 가장 잘 띄는 중요한 곳이라는 점이다. 그 가운데 옷깃과 소매, 즉 ‘령’과 ‘수’가 어울려 ‘우두머리’란 뜻을 이루었다. ‘영수회담’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