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따르면'은 출처를 밝히면서 글에 권위와 신뢰를 주려 할 때 쓰는 표현이다. 취재를 통해 확인한 '사실'이라면 굳이 '~에 따르면'을 덧붙일 필요 없다.
문장을 힘 있게 쓰기 위해서는 ‘간결함’이 필수다. 상투적 표현은 특별한 의미 없이, 습관적으로 덧붙이는 말을 가리킨다. 일상 소통에서 상투어는 ‘친교적 기능’을 발휘하는 등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보고문이나 기사 문장 같은 실용문에서는 군더더기에 불과하다. 간결하게 끊어 쓸 때 ‘힘 있는 문장’이 나온다. 올여름 한반도를 할퀴고 간 태풍 ‘카눈’ 소식을 전한 보도 문장을 통해 글쓰기 실전 연습을 해보자. 군더더기라 ‘힘 있는 문장’에 걸림돌① “9일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은 10일 오전 전남과 경남 사이 남해안에 상륙 후 내륙을 관통해 북진하고, 11일 새벽 북한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언론들은 일제히 북상 중인 태풍 소식을 전했다. 찬찬히 읽다 보면 좀 어색한 데가 눈에 띌 것이다. 혹시 금세 보이지 않는다면 다른 문장을 살펴보자. 이런 예문은 흔한데,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조차 모르고 쓴다는 뜻이다.

② “기상청에 따르면 폭염주의보는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날이 이틀 연속 이어질 때 발령된다.” ③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로펌들은 최근 앞다퉈 ‘국정감사 증인 컨설팅’ 전략을 개발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④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SK·현대차·LG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은 자율복장제를 시행 중이다.”(편의상 날짜는 뺐다.)

‘~에 따르면’은 출처를 나타내는 인용구다. 이 말을 아무 데나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이 말은 예전에 쓰던 한자어 ‘~에 의하면’을 대체한 것인데, 별 의미 없이 습관적으로 붙이는 경우가 많다. ‘~에 따르면’은 꼭 취재원을 밝혀야 할 때 붙이는 게 바른 용법이다. 가령 △새로운,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라 기사에 신뢰와 권위를 더하고자 할 때가 그런 경우다. 또 △기자가 직접 확인한 사실이 아니어서 인용하는 것임을 드러내고 싶을 때도 붙인다. 그 외에는 대부분 군더더기라 문장을 늘어지게 할 뿐이다. 곧바로 말하고자 하는 내용(주절)을 제시하는 방식이 ‘간결하고 힘 있는’ 표현법이다. ‘측문한 바에 의하면’에서 비롯된 말이제 이런 잣대로 예문을 들여다보자. ①은 태풍을 앞두고 기상청이 예보한 내용으로, 기상청의 일상 업무를 전달한 대목이다. 새삼 정색하고 ‘~에 따르면’을 쓰기에는 격에 맞지 않는다. 기상청이 밝힌 것이므로 곧바로 “기상청은 9일 카눈이 …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라고 하면 그만이다. ②에서도 전하려는 내용이 새로운 사실이 아니라 통상적인 기상청 업무 사항이므로 바로 ‘기상청’을 주어로 잡아 쓰면 된다. “기상청은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날이 이틀 연속 이어지면 폭염주의보를 발령한다.” 주체가 드러나고 어순을 바꿔 능동문으로 쓸 수 있어 문장이 탄탄해진다.

예문 ③은 ‘법조계에 따르면’을 삭제하고 “국내 대형 로펌들은 최근 … 시작했다”라고 쓰는 게 힘 있는 문장이다. ‘~에 따르면’은 출처를 밝히면서 글에 권위와 신뢰를 주려 할 때 쓰는 표현이다. 취재를 통해 확인한 ‘사실’이라면 굳이 ‘~에 따르면’을 덧붙일 필요 없다. 예문 ④ 역시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은 자율복장제를 시행 중이다”로 쓰면 충분하다. 이미 여러 대기업에서 자율복장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보도가 많이 나왔다. 뻔한 내용을 새삼스럽게 ‘~에 따르면’ 하고 쓰는 것은 어색하다. 무심코 습관적으로 붙이는 표현일 뿐이다.

이투데이 기사심사위원·前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이투데이 기사심사위원·前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1960년대까지만 해도 기사 첫머리에 으레 ‘측문한 바에 依(의)하면’ 같은 한자어 투 말이 따라붙었다. ‘측문(仄聞)’은 ‘얼핏 풍문으로 들음’이란 뜻이다. 仄(측)이 희미하다, 어렴풋하다는 뜻으로, ‘측문한 바에 의하면’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러저러한 말이 있더라’ 하고 전하는 표현이다. 이 말이 ‘들리기론’ 또는 ‘~에 의하면’을 거쳐 ‘~에 따르면’ 꼴로 바뀌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구태의연한 문어체 표현의 잔재라 그리 좋은 표현이 아니다. 더구나 애초 불확실함을 빠져나가기 위해 생긴 말이라 확인된 사실에는 쓸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