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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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상투어 '~에 따르면'은 문어체의 잔재
문장을 힘 있게 쓰기 위해서는 ‘간결함’이 필수다. 상투적 표현은 특별한 의미 없이, 습관적으로 덧붙이는 말을 가리킨다. 일상 소통에서 상투어는 ‘친교적 기능’을 발휘하는 등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보고문이나 기사 문장 같은 실용문에서는 군더더기에 불과하다. 간결하게 끊어 쓸 때 ‘힘 있는 문장’이 나온다. 올여름 한반도를 할퀴고 간 태풍 ‘카눈’ 소식을 전한 보도 문장을 통해 글쓰기 실전 연습을 해보자. 군더더기라 ‘힘 있는 문장’에 걸림돌① “9일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은 10일 오전 전남과 경남 사이 남해안에 상륙 후 내륙을 관통해 북진하고, 11일 새벽 북한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언론들은 일제히 북상 중인 태풍 소식을 전했다. 찬찬히 읽다 보면 좀 어색한 데가 눈에 띌 것이다. 혹시 금세 보이지 않는다면 다른 문장을 살펴보자. 이런 예문은 흔한데,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조차 모르고 쓴다는 뜻이다. ② “기상청에 따르면 폭염주의보는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날이 이틀 연속 이어질 때 발령된다.” ③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로펌들은 최근 앞다퉈 ‘국정감사 증인 컨설팅’ 전략을 개발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④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SK·현대차·LG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은 자율복장제를 시행 중이다.”(편의상 날짜는 뺐다.) ‘~에 따르면’은 출처를 나타내는 인용구다. 이 말을 아무 데나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이 말은 예전에 쓰던 한자어 ‘~에 의하면’을 대체한 것인데, 별 의미 없이 습관적으로 붙이는 경우가 많다. ‘~에 따르면’은 꼭 취재원을 밝혀야 할 때 붙이는 게 바른 용법이다. 가령 △새로운, 잘 알려지지 않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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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주목을 끌다'는 어떻게 상투어가 됐나
31조1000억 달러. 한화로 4경 원이 넘는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를 늘리기 위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올해 우리나라 예산이 600조 원이 조금 넘으니 그 60여 배, 상상이 안 되는 액수다. “한때 타결 가능성을 내비쳤던 미국 정부의 부채 한도를 둘러싼 백악관과 공화당의 실무협상이 일시 중단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다음 달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결정을 앞두고 파월 의장이 금리 동결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의미부여 없이 습관적으로 덧붙여지난 20일 한 방송사는 미국 정부와 입법부 간 쉽지 않은 협상 분위기를 전달했다. 여기서 들여다봐야 할 대목은 서술부 ‘주목을 끌고 있다’이다. 이 말은 꼭 들어가야 했을까? 이 말을 씀으로써 기대한 의미효과는 무엇이었을까? ‘주목(注目)’은 ‘관심을 가지고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금리 동향은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커서 늘 관심 대상이다. ‘주목을 끌고 있다’고 하지 않아도 내용 자체가 주목을 끄는 셈이다. 그것을 굳이 덧붙이는 것은 잘못 익힌 글쓰기 방법론일 뿐이다. 대부분 무심코 또는 습관적으로 붙인다. 이를 ‘상투적 표현의 오류’라고 한다. 이 오류는 자칫 눈에 거슬리는지 모른 채 지나가기도 한다. 그만큼 흔히 접할 수 있다. 저널리즘 언어는 팩트 위주로 구성된다. 앞에 ‘주목을 끄는’ 내용을 다 제시해놓고 뒤에서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고 하는 것은 습관성 덧붙임에 지나지 않는다. ‘화제가 되다/관심을 모으다/눈길을 끌다’ 같은 표현은 이 오류가 변형된 형태다. 모두 같은 유형의 군더더기이자 상투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고용 사정이 외환위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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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수 있다'를 바꿔 쓰면 문장이 살아나요
글쓰기에서 조심해야 할 여러 유형 가운데 하나가 상투어 남발이다. 상투어란 익숙한 표현이지만 하도 흔하게 써서 진부해진 것을 말한다. ‘~이 화제다’느니, ‘주목을 받고 있다’느니 하는 게 그런 예다. 별것 아닌 얘기를 하면서 ‘출사표를 던졌다’ ‘~을 웅변한다’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중에서도 ‘~수 있다’와 ‘~것이다’란 말은 간과하기 십상이다. 습관적으로 쓰다 보니 아예 당연한 것처럼 여겨 문제점을 깨닫기조차 어려울 정도다.의미 없이 덧붙이는 ‘~수 있다’ 많아‘~ㄹ 수 있다’는 ‘어떤 일을 이루거나 어떤 일이 발생하는 것이 가능함을 나타내는 말’이다. ‘나는 무엇이든지 잘할 수 있다’거나 ‘네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으니 조심해라’ 같은 게 전형적인 쓰임이다. 굳이 나누자면 ‘능력’과 ‘가능성(확률)’에 쓰는 표현이다. 영어의 can과 maybe에 해당한다. 영어에서는 두 가지를 구별해 쓰지만 우리말에서는 ‘~수 있다’로 두루 표현한다.그런데 같은 ‘~수 있다’를 쓴 문장이지만 문맥에 따라 어색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판로가 여의치 않은 중소기업은 그만큼 회사가 쉽게 ‘망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그리 펑펑 쓰다 보면 예산이 ‘부족해질 수 있다’. △전문적인 내용이라 일반 독자가 읽기에는 ‘버거울 수 있다’.이런 문장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비(非)의지 서술어로서,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어에서 이런 용법은 문법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며, 현실적으로도 광범위하게 쓰인다. 하지만 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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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치하하다'보다 '칭찬하다' '격려하다'가 옳죠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하사품’이란 게 있었다. 명절이나 특별히 기념할 일이 있을 때 관련 단체나 소속원들에게 하사품 또는 하사금이 지급됐다. ‘하사(下賜)’란 임금이 신하에게, 또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물건을 주는 것을 말한다. 조개 패(貝: 돈, 재물을 뜻한다)가 들어간 ‘사(賜)’가 주다, 베풀다란 뜻을 담고 있다. 왕조시대의 용어라 지금은 이런 말을 쓸 이유도 없고, 잘 쓰지도 않는다.일상의 언어 사용해야 ‘좋은 글’그 시절에는 ‘금일봉’(金一封: 금액을 밝히지 않고 종이에 싸서 봉해 주는 상금)이니, ‘(노고를) 치하’(致賀: 남이 한 일에 대해 고마워하고 칭찬함)한다느니, ‘시달’(示達: 상부에서 하부로 명령이나 통지 따위를 문서로 전달함)한다느니 하는 말도 많이 쓰였다. 요즘도 쓰이는 사례가 아주 없지는 않은 이런 말들의 공통점은 모두 위에서 아래로 내려지는, 권위적 표현이라는 것이다.지금은 이런 말을 쓴 글이 많이 사라졌다. 말글에 대한 언중(言衆)과 언론의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금일봉은 상황에 따라 축하금, 격려금, 성금, 기부금 등 구체적인 말로 쓰면 된다. ‘치하하다’도 격려하다, 칭찬하다, 고마워하다 식으로 얼마든지 바꿔 쓸 수 있다. ‘시달하다’는 전달하다, 권고하다 등 좀 더 쉽고 편한 말로 쓰는 추세다.보도자료 등에서 이른바 ‘관급(官給) 용어’로 쓰이는 ‘실시하다’도 마찬가지다. ‘일제 조사(단속) 실시’ 같은 표현을 흔히 볼 수 있다. 조사, 단속 따위는 동작성 명사라 그 자체로 서술어 기능을 한다. ‘일제 조사(단속)’라고 하면 충분한 말이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