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선배가 후배에게

저도 고3 시절 6월에 모의고사 성적이 말도 안 되게 낮아서 놀랐어요. 수학에서 홀수 점수를 맞으면 허수라는 이야기도 있죠. 당시 6월 모의고사에 홀수 문제를 2개 틀려서 짝수 점수를 맞았습니다.
[대학 생글이 통신] 6월 모의고사 망쳤어도 기회는 또 있습니다
6월 모의고사는 잘 봤나요? 6월 모의고사는 처음으로 재수생과 함께 보는 시험이죠. 그리고 평가원에서 출제하는 시험을 정식으로 치르는 것도 처음이었을 거예요. 모의고사 점수가 평소보다 잘 안 나온 학생도 많을 겁니다.

저도 고3 시절 6월에 모의고사 성적이 말도 안 되게 낮아서 놀랐어요. 수학에서 홀수 점수를 맞으면 허수라는 이야기도 있죠. 당시 6월 모의고사에 홀수 문제를 2개 틀려서 짝수 점수를 맞았습니다. 여기에 2점짜리 문제도 틀렸습니다. 몰라서 틀리면 억울하진 않은데, 낮은 난도의 문제를 틀리니 정말 답답했습니다. 국어도 수학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자신감이 떨어진 저는 정시를 포기했습니다. 제가 가장 가고 싶었던 서울대학교가 경제학부 일반전형 면접에서 어려운 수학 문제를 낸다는 것도 좋은 핑계였죠. 수능을 포기하고 교과 전형으로 하나, 수능 전에 면접을 보는 전형을 하나 지원했습니다. 수시에 합격하면 정시는 지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두 학교에 지원한 뒤 당당하게 수능 공부를 접었습니다. 1주일에 3일 정도 면접 학원에 다녔고, 다른 날에는 수학 면접 공부를 했습니다. 수학 면접에 수학1, 수학2, 확률과 통계가 포함되기는 하지만 증명 문제가 많아 수능에 크게 도움이 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9월 모의고사도 예상대로 망했습니다. 하지만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정시로 지원할 수 없었고, 코로나로 널널해진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통과할 정도가 나왔기 때문이죠.

대망의 수능 날이 왔습니다. 1교시에 국어를 푸는데 ‘와 역대급으로 망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문학을 마지막으로 풀어서 시간이 30분 남았는데 헤겔과 경제사, 카메라에 대한 지문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될 대로 되라는 생각으로 각 비문학 지문의 가장 어려운 문제를 모두 4번으로 찍었습니다. 경제는 아는 내용이라서 후다닥 풀고 마킹을 하니 종이 울렸습니다. 2교시 수학은 그날따라 유클리드의 버프를 받았는지 잘 풀렸습니다. 나머지 과목들도 무난히 풀었습니다.

수능이 끝나면 오묘한 기분이 든다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그냥 배가 고파 집으로 향했습니다. 덜컹거리는 지하철에서 수능을 채점했습니다. 난생처음으로 국어 문제를 찍었던 터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국·영·수 모두 1등급이 나왔습니다. 사회는 2, 3등급이 나왔지만, 반년 수능 공부를 안 한 것 치고는 감사한 점수였습니다. 역사상 가장 어려웠던 것으로 평가받았던 22년 수능 국어에서, 찍은 문제 중 2개가 맞아 90점으로 상위 1% 성적이 나왔습니다.

6월 모의고사는 수능이 아닙니다. 마지막까지 파이팅하길 바랍니다.

이지원 서울대 경제학부 22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