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126) 포크배럴과 로그롤링
한 중학생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전교 회장으로 출마했다며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공약 중 하나로 학교 축제 때 연예인을 섭외하기로 선언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실현 가능한지가 의문이란 것입니다. 어느 학교든 전교 회장 선거 때가 되면 후보로 나선 학생들이 다양한 공약을 내세웁니다. 하지만 비용 부담의 문제 등 구체적인 실현 로드맵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지요. 국가로 범위를 넓혀서 볼까요?지역 예산을 얻기 위한 경쟁지난 9일 정부가 대규모 국고 지원이 이뤄지는 대형 공공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역별 국회의원들의 반응이 엇갈렸습니다. 지역에서 원하던 사업의 예타가 통과된 곳은 웃고, 그렇지 못한 지역은 울상이 되었죠. 정치인은 다음 선거 당선을 위해 지역 현안에서 정부 예산을 배정받기를 원합니다. 지역을 위한 실적이 쌓일수록 다음 선거에서 유리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역구 예산을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126) 포크배럴과 로그롤링
정치인들의 이 같은 행동을 ‘포크배럴(Pork Barrel)’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뜻을 그대로 풀이하면, ‘돼지고기를 담은 통’입니다. 미국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전, 농장주가 노예들에게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 통을 주면, 이를 얻기 위해 노예들이 달려드는 상황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공공선택론에서는 지역구의 선심성 사업 예산을 차지하기 위한 정치인들의 모습을 비유할 때 사용합니다. 길에 걸린 ‘해당 지역 정치인이 국가 지원금을 확보했다’는 내용의 현수막은 포크배럴의 결과로도 볼 수 있지요.법안 주고받기와 자원 배분의 비효율물론 정치인들은 지역구 지원을 더 받으려 경쟁하다가도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반대하는 수가 많은 각각의 법안에 대해 서로 지지를 약속하고 협력해 법안을 통과시킬 때가 있지요. 이를 ‘로그롤링(Logrolling)’이라고 합니다. 통나무를 굴린다는 의미로, 벌목꾼이 산에서 큰 통나무 한 그루를 혼자 운반할 수 없어 동료와 함께 굴리는 상황입니다. 현실 정치에서는 로그롤링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특정 법안에 대해 A당은 찬성하고 B당은 반대하는 상황에서 A당이 C당과 협력해 C당이 원하는 법안을 지지하고, A당도 C당의 지지를 얻어 A당이 찬성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경우입니다. 그래서 로그롤링을 ‘투표의 거래’ ‘투표의 담합’이라고도 하지요.
포크배럴과 로그롤링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사회 후생 측면에서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지역구 사업 예산을 얻기 위한 포크배럴과 법안을 거래하는 로그롤링 모두 사회적으로 꼭 투입돼야 할 자원이 다른 비효율적인 곳으로 흘러가는 상황을 발생시킵니다. 공공선택론에서는 정치인도 국가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고 봅니다. 한국도 내년에 국회의원 선거를 치릅니다. 예타 결과에 정치인이 울고 웃는 이유를 이제는 알 수 있겠지요?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