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125) 맬서스의 인구론
증기기관의 발명에서 시작된 18세기 영국 산업혁명으로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면서 공장 증설과 분업화된 노동으로 생산성이 향상됐습니다. 도시가 산업화하면서 농촌 인구가 도시로 대규모 이동해 도시과밀화가 시작됐죠. 이에 따라 환경오염이 심해지고 농촌에서 이주한 근로자들의 삶은 열악해졌습니다. 당시 이런 상황을 지켜본 경제학자가 있었습니다. 인류는 결국 빈곤에 빠져바로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입니다. 한 시대에 이름을 남긴 경제학자는 그 당시 상황을 통해 경제 문제를 바라봅니다. 산업혁명으로 물자가 풍족해지기 시작하면서 인류의 삶은 이전과 달라졌죠. 하지만 도시는 대규모 인구 이동을 수용할 능력이 부족했습니다. 맬서스가 보기에 인구는 급격히 늘어나는데 이를 수용할 물질적인 것들이 받쳐주지 못했죠. 즉, 먹고사는 문제였습니다. 특히 맬서스는 식량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였나 봅니다.(125) 맬서스의 인구론
이런 인식은 1798년 출간된 <인구론>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앞으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 인류는 과잉인구와 식량부족으로 큰 빈곤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이를 ‘맬서스 함정’이라 합니다. 맬서스는 식량은 토지라는 한정된 자원에서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생산량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한계생산이 감소하는 ‘수확 체감의 법칙’이 나타난다고 봤지요. 과연 맬서스의 우울한 예측은 맞았을까요? 맬서스의 예측은 틀렸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매우 자극적인 내용이지요? 1960년대 한국의 인구 억제 정책을 위한 표어입니다. 전쟁 후 인구는 급증하는데 식량과 각종 물자가 부족해 ‘맬서스 함정’에 갇힌 상황이었죠. 하지만 한국은 현재 정반대 상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 0.78명.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의 수가 1명도 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맬서스는 인구가 2배로 늘어나는 데 25년이 걸린다고 했지만, 한국은 1960년 2500만 명에서 2012년 5000만 명이 되기까지 50년 넘게 걸렸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사망자가 출생자보다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로 인구 감소가 걱정인 상황이죠.
식량 문제는 어떤가요? 한국은 전쟁 직후 절대 빈곤으로 굶어 죽는 사람도 있었지만, 현재는 맛 좋고 질 좋은 음식을 찾아 먹을 정도로 풍요로워졌습니다. 기술 발전으로 과거보다 적은 토지 면적에서 얻을 수 있는 식량은 오히려 늘어났기 때문이죠.
하지만 유엔 세계 인구 전망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과 달리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에선 인구가 증가하면서 세계 인구는 지난해 80억 명을 돌파했습니다. 2050년대에는 100억 명에 도달한다고 합니다. 맬서스가 이를 본다면 인류는 결국 식량 부족에 빠진다고 주장하겠죠. 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맬서스의 예측이 틀렸듯이, 인류가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입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