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123) 재정준칙
지난달 16일 비토르 가스파르 국제통화기금(IMF) 재정국장은 한국의 재정건전성 현황과 관련해 “한국은 채무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라며 “재정준칙 도입은 미뤄서는 안 되는 과제”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한국은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건전성 관리가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제기구 관련자들도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가팔라지는 한국의 재정건전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죠. 그럼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고 있을까요?한국의 재정건전성은?정부 예산을 수립하고 기획하는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국가채무가 GDP의 60%를 넘어서면 2% 이내)로 유지하도록 하는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요. 재정준칙이란 국가채무 등 재정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강제하는 일종의 규범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재정준칙을 운용하고 있지 않은 국가는 한국과 터키뿐이라고 합니다.(123) 재정준칙
그렇다면 한국의 재정 상태는 어떨까요? 정부가 국내에서 사용하는 재정건전성 지표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입니다. 2014년 34.1%(533조원)에서 2021년 46.9%(970조원)로 높아진 상태입니다. 국가채무(D1)란 정부가 직접적인 상환의무를 가지는 확정채무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국제비교를 위해서는 더 넓은 부채가 포함된 자료를 사용합니다. 기재부 발표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은 일반정부 부채(D2)와 공공부문 부채(D3)가 각각 51.5%, 68.9%를 기록했습니다.D1, D2, D3와 늘어나는 나랏빚여기서 국가채무인 D1은 정부가 국가재정을 운용하는 데 활용하는 재정건전성 관리지표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채무의 합입니다. D2는 D1에 비영리공공기관 부채를 더한 것, D3는 D2에 비금융공기업 부채까지 합한 값입니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국가채무인 D1이 가장 좁은 의미로 정부가 상환할 의무를 진 확정된 나랏빚이라면, D2와 D3에서 불리는 ‘부채’는 발생주의 회계에 따라 빚의 범위가 넓게 포함된 것으로 생각하면 되지요. 2021년 기준 D1(970조원)에서 D3(1427조원)로 갈수록 값은 커집니다.
국가 간 재정건전성을 비교할 때 사용되는 D2 비율은 주요 선진국의 비기축통화국 평균인 56.5%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아직 국제 평균보다 낮아서 괜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증가 속도가 문제입니다. 앞서 언급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지출 증가로 빚이 불어나는 속도는 점점 빨라질 것입니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재정지출과 빚을 늘린다면, 그 감당은 자라나는 미래 세대가 해야 합니다. 정부가 재정준칙을 법제화하려는 것도 무분별한 정부지출과 이에 따른 정부부채 확대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