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119) 대마불사와 도덕적 해이
최근 중국 정부는 대형 부동산 업체에 대한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2021년 말 부동산 개발기업인 헝다그룹을 파산위기로 몰고 갔던 중국 정부의 태도가 바뀐 것입니다. 올해 들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수낙차이나라는 기업의 채무 만기를 연장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지요. 분위기가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요?큰 말은 죽지 않는다
[테샛 공부합시다] 부실기업 지원 여부, 여러 가지 고려해야
중국은 헝다그룹 사태 때만 해도 부동산 버블 대응과 관련 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 의지가 강했습니다. 물론 헝다그룹이 무너지더라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심하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도 있었죠. 하지만 코로나19 유행과 부동산 시장 불황으로 경기가 점점 침체했습니다. 게다가 중국은 수출, 투자, 소비 등의 악화로 성장이 둔화하면서 오히려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최근 중국 당국은 “부동산은 국민경제의 기둥 산업”이라고 했습니다. 대형 부동산 기업이 어려워지면 고용, 소득 등 지역경제, 나아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죠.

정부가 규모가 큰 기업을 지원할 때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사자성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큰 말은 죽지 않는다는 뜻으로, 기업이 도산해야 하지만 파산에 따른 부작용이 너무 커 정부의 지원 등을 통해 살아남는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1997년 외환위기의 대우조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AIG와 GM, 크라이슬러 등이 위기에 처하자 정부 지원이 이뤄졌죠.

하지만 정부 지원의 부작용이 있습니다. 바로 ‘도덕적 해이’입니다. 경영 부실로 파산해야 할 기업이 정부 지원으로 살아나죠. 경영진은 “우리 기업이 무너지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결국 정부가 지원하겠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위험한 투자에 뛰어들거나 임직원에게 과도한 보너스를 지급할 수도 있습니다. 보호해줄 거라는 믿음 때문에 도덕적 해이가 나타나죠.재정 지원이 꼭 필요할까이는 경영을 잘못한 기업에 면죄부를 주고, 부담은 국민 세금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위기가 발생하면 경영진, 주주, 채권자들에게 고통을 분담하게 하거나 사전에 부실 경영을 방지할 감시체계를 마련해 도덕적 해이를 예방할 제도가 필요합니다. 물론 믿었던 큰 말이 무너지는 때도 있었습니다.

외환위기 당시 국내 30대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죠. 2008년 리먼 브러더스, 2017년 한진해운도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물론 대규모 실업과 지역경제 불황의 후폭풍이 상당했습니다. 하지만 자원이 비효율적인 곳에서 효율적인 곳으로 투입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많은 기업이 쓰러졌지만 IT, 바이오, 전기차 배터리 등 다양한 산업의 기업이 생겨나면서 국가 경제 성장의 바탕이 되었죠. 대마불사의 몰락을 두려워하기보다 새롭게 창출될 부가가치를 생각하면 어떨까요? 한번 고민해볼 문제입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