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118) 명절의 경제학
23만원과 28만원. 올해 설날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이용할 때 드는 차례상 비용이라고 합니다. 설 연휴가 다가오면서 궁금증이 하나 생깁니다. 왜 명절 때마다 차례상 비용이 뉴스로 나오고 사람들은 이런 뉴스에 관심을 둘까요? 명절에 각종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명절에는 ‘민족 대이동’이라고 부를 정도로 많은 사람이 고향으로 이동하고 친척들이 한집에 모이게 되죠. 그래서 많은 과일과 음식이 필요합니다. 시장이나 마트에선 명절에 맞춰 다양한 과일, 채소 같은 농산물을 판매합니다.(118) 명절의 경제학
그런데 말입니다. 명절이 다가오면 농산물 가격이 평소보다 오릅니다. 소비자들은 난감해지죠. 농산물은 시간이 지나면 상하거나 품질이 떨어져 미리 사놓을 수도 없습니다. 게다가 농산물은 원체 수요 증가에 맞춰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상품입니다. 높아진 가격에 구매를 망설이지만, 명절 음식에 쓸 채소와 과일 등은 구매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명절에는 농산물 수요가 증가하죠.
수요곡선을 생각해봅시다. 평소 완만한 기울기로 우하향하다가 명절이 다가오면 수요곡선 자체가 우측으로 이동합니다. 게다가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평소보다 비탄력적이므로 우측으로 이동한 수요곡선의 기울기가 평소보다 가파르게 변합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명절 과일 수요 및 가격 분석’(2016)이란 논문에 따르면 명절 때 사과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0.51~0.56으로 평소(0.66~0.71)보다 비탄력적으로 나왔으며, 배도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대목이라 불리는 명절이 때문에 판매자는 명절을 ‘대목’이라고 부릅니다. 수요곡선 자체가 우측으로 이동하고 기울기도 가파르게 변하므로 거래량 역시 평소보다 더 늘어나기 때문이지요. 대체품목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차례상에 올라가는 과일과 음식은 대체로 정해져 있어서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명절이 판매자의 한 해 수입에 큰 영향을 주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
물론 반대 상황도 나타납니다. 바로 명절이 끝난 직후입니다. 명절이 지난 뒤 마트에는 과일 등 다양한 선물세트가 많이 남아 있죠. 마트에서는 얼른 팔아야 하므로 가격을 할인합니다. 상해서 폐기하는 것보다 낮은 가격에 파는 것이 낫기 때문이지요. 수요곡선을 다시 생각해봅시다. 명절과 비교하면 선물세트를 찾는 수요 자체가 많이 줄어듭니다. 수요곡선이 좌측으로 크게 이동하지요. 수요의 가격탄력성도 다시 높아집니다. 친척들을 만나기 위해 명절 전에는 가격이 비싸도 구매하던 선물세트지만, 명절이 지나면서 필요성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이렇게 우리는 수요·공급의 원리와 탄력성의 개념으로 다양한 경제 현상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