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116) 중동 건설 진출
1970년대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전환하던 한국 경제에 큰 시련이 닥쳤습니다. 바로 두 차례의 ‘오일쇼크’였습니다. 수입한 석유 및 원자재를 가공해 제품을 수출하던 한국에는 각종 비용 상승의 요인이 되었죠. 이에 따라 달러의 국내 유입보다 유출이 많아지면서 위기감이 엄습해왔습니다. 한국은 이를 어떻게 극복했을까요? 중동에 진출해 달러를 얻다1970년대 오일쇼크로 기름값이 폭등하자 중동 산유국들은 엄청난 수입을 올렸습니다. 원유 결제를 미국 달러화로 했기 때문에 막대한 오일달러가 중동으로 유입되었죠. 이런 상황에서 위기 극복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한국의 건설사였습니다. 중동 국가의 항만, 수로, 고속도로 같은 대규모 인프라 건설이 기회가 됐습니다. 주요 선진국보다 한국 건설사가 가격 경쟁력에서 유리했고, 건설 기간을 단축하는 등 중동 국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죠.(116) 중동 건설 진출
대표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베일 산업항만 공사는 9억3000만달러에 수주했는데, 당시 한국 정부 예산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었습니다.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에서 수주 성과를 올린 것은 달러가 부족했던 한국의 위기 극복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중동 건설 수주액이 1975년 7억5000만달러에서 1980년 82억달러로 급증하면서 안정적인 달러 공급원이 되었습니다. 또 국내 기업들 덕분에 한국은 중동과 외교관계를 맺게 되지요. 1977년 자매결연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 강남에는 ‘테헤란로’,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는 ‘서울로’가 생겼습니다. 당시 한국-중동의 외교적 친밀함을 알 수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네옴시티지난 11월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를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사람이죠. 한국을 방문한 목적은 ‘네옴시티’ 건설과 관련한 한국 기업들의 투자 및 협력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반도와 이집트 사이 아카바만 동쪽에 건설 예정인 첨단 미래 신도시입니다. 사업비만 5000억달러(약 67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죠.
최근 사우디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막대한 오일머니가 유입돼 이를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 산업에 투자하려 합니다. 최근 재생에너지 전환에 따른 세계의 탈석유 움직임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동 산유국들은 장기적으로 석유 의존도를 낮춰 국가 경제를 이끌 다른 산업을 발전시키길 원하죠. 이 같은 변화를 한국 기업도 잘 활용하면 제2의 중동 건설 호황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번엔 건설뿐만 아니라 모빌리티, 정보통신기술(ICT), 신재생, 바이오, 스마트팜 등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해 한국 경제가 재도약하는 기회가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