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이든 노랑봉투법이든 상관없이 쓸 수 있다. '노랑'은 노란 빛깔이나 물감을 뜻하는 말이다. '노란 병아리, 노란 은행잎, 노란 저고리'처럼 '노랑 병아리, 노랑 은행잎, 노랑 저고리'라고 쓸 수 있다.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노란봉투법' 對 '노랑봉투법'](https://img.hankyung.com/photo/202211/AA.31901686.1.jpg)
우선 노란봉투법은 규범 측면에서 노란 봉투법과 어떤 관계에 있을까? ‘노란 봉투법’으로 띄어 쓰는 게 원칙이지만, ‘노란봉투법’으로 붙여 쓰는 것도 가능하다. 한글맞춤법 제49항(고유명사) 규정이다. 둘 이상의 단어가 결합해 이루어진 고유명사는 ‘단어별’로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단위별’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이때 ‘단위’란 고유명사를 이루고 있는 구성요소의 구조적 묶음을 뜻한다. ‘노란+봉투+법’이란 각각의 단어로 이뤄졌지만, 전체를 하나의 개념으로 보고 붙여 쓰는 게 직관적으로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전문용어(제50항)도 마찬가지다. ‘부처님오신날’을 비롯해 ‘예술의전당’ ‘붉은악마’ ‘먹는샘물’ ‘기업가정신’ ‘공적자금’ 같은 고유명사류, 전문용어류를 적을 때 띄어쓰기의 근거가 되는 규정이다.
앞에 붙는 ‘노란’과 ‘노랑’을 헷갈려 하는 이들도 꽤 있다. 둘 사이에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노란봉투법이든 노랑봉투법이든 상관없이 쓸 수 있다. ‘노랑’은 노란 빛깔이나 물감을 뜻하는 말이다. ‘노란 병아리, 노란 은행잎, 노란 저고리’처럼 ‘노랑 병아리, 노랑 은행잎, 노랑 저고리’라고 쓸 수 있다. ‘노랑=노란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는 ‘파랑, 빨강, 하양’도 모두 마찬가지다. 모두 ‘파란색, 빨간색, 하얀색’을 나타낸다. ‘까망’은 ‘깜장’에 밀려 비표준으로 남아다만 ‘노란색’을 뜻하는 말로 ‘노랑색’이라고 하는 것은 틀린 말이니 주의해야 한다. ‘노랑’ 자체로 색을 나타내므로 다시 ‘-색’을 붙일 필요가 없다. 표준어규정 17항(발음에 따른 단수표준어)에 담긴 정신이다. 발음상 약간의 차이만 있는 말 중에서 더 널리 쓰이는 형태 하나를 표준으로 삼는다는 규정이다. 같은 이치로 파랑색, 빨강색, 하양색 등은 다 틀린 말이다.
‘노랗다, 파랗다, 빨갛다, 하얗다’에서 ‘노랑, 파랑, 빨강, 하양’이 나왔듯이, ‘까맣다→까망’도 가능할까? ‘까맣다’에 이끌려 ‘까망’을 쓰지만, 아쉽게도 규범은 ‘깜장’만을 표준으로 삼았다. 역시 표준어규정 제17항에 따른 결과다. ‘껌정’과 ‘꺼멍’ 중 ‘꺼멍’이 비표준으로 밀려난 것도 같은 원리에 따른 것이다. 이들의 모태는 ‘거멓다’인데, 그 어원은 ‘검다’이다. 여기서 ‘검정’이 나왔고, 어감이 센 말이 ‘껌정, 깜장’이다. 이들이 단수표준어로 선택됐다. 입말에서 쓰는 ‘까망, 꺼멍, 거멍’은 모두 ‘깜장, 껌정, 검정’과의 세력 다툼에서 밀린 셈이다. ‘검정 고무신’을 ‘거멍 고무신’이라 하지 않는 것도 그런 결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