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한은이 지난 22일 발표한 ‘2022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70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기존 최대 기록이었던 석 달 전(1868조4000억원)보다 0.1%(2조2000억원) 불었다. 2013년 2분기 이후 38개 분기 연속 증가 기조를 유지했다.
항목별로 보면 가계대출은 3분기 말 잔액이 1756조8000억원으로 2분기 말(1757조1000억원)보다 3000억원 줄었다. 가계대출 감소는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올 1분기에 이어 두 번째다. 박창현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부동산 거래 부진 등으로 축소됐고, 신용대출 등은 대출 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4개 분기 연속 줄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판매신용 잔액은 113조8000억원에 달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난 4월 풀린 이후 민간 소비가 살아나면서 카드 사용액이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가계빚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불어나면서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많이 받았다. 가계신용은 2014년 1000조원을 돌파했고, 4년 뒤인 2018년 1500조원을 넘어섰다. 사실 빚 자체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경제 규모가 커지는 과정에서 자산과 부채가 동시에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때론 적당한 이자를 내고 돈을 융통하는 게 효율적일 때도 있다. 증가 속도·상환 능력이 문제문제는 불어나는 속도가 너무 가파르거나 감당하기 버거운 수준이 될 때다. 빚이 과하면 그걸 막느라 다른 소비 지출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내수에 악영향을 준다. 연체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금융회사의 재무 건전성까지 흔들릴 수 있다.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1년 150%에 이어 2020년 200%를 웃돌기 시작했다. 미국(101.1%) 프랑스(127.2%) 영국(147.7%) 등에 비해 높고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해도 상위권에 속한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소득 수준에 비해서도 과중한 상태라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