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114) 핑크 타이드
넓은 영토와 풍부한 천연자원, 농산물을 가져 언뜻 보기엔 경제적 풍요로움을 누릴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바로 중남미 대륙이죠. 세계 1위 경제대국 미국과 인접한 중남미 대륙은 최근 정치적으로 ‘핑크 타이드(Pink Tide)’ 물결이 거셉니다. 좌우를 반복하는 중남미 정권 교체
[테샛 공부합시다] 중남미의 정치 변화와 미·중 갈등의 향방은?
핑크 타이드는 ‘분홍 물결’을 뜻하며, 중남미 국가들에서 온건한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이 집권하는 상황을 일컫습니다. 1990년대 말부터 15년간 중남미 12개국 중 10개국에서 좌파 정당이 집권한 시기를 ‘1차 핑크 타이드’라 합니다. 이 시기에는 석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중국 경제의 성장, 세계적인 저금리 정책으로 중남미 국가의 경제도 괜찮았습니다. 중남미는 원자재 수출로 외화를 벌어 국민에게 다양한 재분배 정책을 시행해 빈곤율을 낮추고 국민의 소득 수준을 높였죠. 하지만 2008년 이후 세계 경기침체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자 중남미 국가들의 경제는 타격을 받아 우파 성향으로 정권이 교체됐죠.

하지만 2018년 멕시코를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콜롬비아 그리고 10월 브라질까지 중남미 주요 6개국의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이를 ‘2차 핑크 타이드’라 부릅니다. 이전과는 조금 다른 특징을 보입니다. 1차 핑크 타이드는 경제개혁에 따른 미국에 대한 반감이 심했고, 민간기업 국유화 등 다소 과격한 정책을 펼쳐 이념적이라 할 수 있죠. 반면, 이번에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극심해진 불평등 해소와 사회 안전망 확대, 환경보호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정책을 중시합니다. 우파 정부의 실망감이 정권 교체를 이끌었기 때문에 2차 핑크 타이드 정부는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먼로 독트린과 미·중 패권 갈등이러한 상황 속에서 중국이 영향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중국은 1차 핑크 타이드 시기부터 이념적 동질성을 바탕으로 중남미에 대한 투자를 늘렸죠. 현재 중국은 중남미 최대 교역국입니다.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했던 중남미가 중국과 밀접해지자 미국은 난감한 상황이 됐습니다. 미국이 중남미에 영향력을 넓혀온 것은 ‘먼로 독트린’ 때문이지요. 1823년 제임스 먼로 미국 대통령이 미국 외교정책에 대한 원칙을 천명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외부 간섭을 배제하며, 미국도 유럽 내부 문제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이후 미국이 패권국이 되자 중남미의 정치·경제에 개입하는 논거가 되었습니다. 1차 핑크 타이드도 미국의 개입에 대한 중남미의 반발 속에서 나타났습니다. 미국도 중남미와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중남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풍부한 천연자원을 가진 중남미는 글로벌 공급망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죠. 원자재를 수입하는 한국도 미·중 갈등 속에서 중남미의 정치 변화를 분석해 외교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습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