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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허라미 한국경제신문 기자
그래픽=허라미 한국경제신문 기자
인류의 진화를 연구하는 고인류학자들은 경쟁적으로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로 향합니다. 인류 화석을 찾기 위한 여행이죠. ‘태양과 가까운 땅’이라는 뜻을 가진 에티오피아는 화석의 보고(寶庫)랍니다. 고대 그리스 작가 호메로스는 이 점을 이미 알았던 모양입니다. “먼 에티오피아인은 인류 최전방의 존재”라고 <오디세이아>에 쓴 것을 보면 말이죠. 실제로 최초의 호미니드(유인원에서 갈려져 나온 인류 계통) 화석 ‘루시’도 이곳에서 발견됐죠.

인류가 조상 찾기에 열을 올리듯 먼 미래에 로봇이 같은 일을 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초지능(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을 가진 로봇들이 우주로 나간 뒤 수백만 년 뒤에 지구로 돌아와 땅속을 뒤진다는. 이것이 과연 상상일 뿐일까요?

로봇의 진화를 인류의 진화와 빗대어 보면, 2000년 이후 등장한 아시모와 아틀라스 같은 로봇은 루시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루시가 현생 인류의 초기 모습이듯이 아시모와 아틀라스 역시 인간의 원격 조종을 받아야 한다는 면에서 보면 원시적 형태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최근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내놓은 ‘옵티머스’는 훨씬 진화했습니다. 뇌가 커졌다고나 할까요. ‘스스로 생각하는’ 두뇌를 가진 겁니다. 이 때문인지 인공지능(AI) 과학자 36%는 “이번 세기에 로봇이 대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진화 역사로 보면 로봇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게 진화하는 중입니다. 로봇의 세계로 가봅시다. 인류보다 로봇 진화 속도가 더 빠르대요, 청소로봇은 '루시'…생각하는 로봇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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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봅시다. 지구를 떠나 우주로 향했던 로봇종(種)이 지구를 방문합니다. 오래전 현대 인류종인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서 자기 조상 뼈(화석)를 찾아 연구했듯이, 로봇들도 지구에 머물며 ‘로봇의 진화’ 역사를 캐보려 한다고 말이죠. 연구자 로봇들은 아마도 인간을 닮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발로 걷고, 사람처럼 말하고 듣는 ‘자연어 처리’ 능력을 지녔고, 인간보다 뛰어난 생각을 하는 초(超)지능을 지녔습니다.

어느날 연구자 로봇들이 과거 한반도가 있던 지층에서 초기 로봇을 원형 그대로 발굴했다고 해봅시다. 딱정벌레처럼 생긴 원시 로봇은 청소용 로봇으로 밝혀집니다. 인간의 집에서 프로그램된 대로 움직이며 바닥 청소를 하던 로봇입니다. 조금 더 오래된 아래 지층에서 공룡의 등뼈처럼 긴 로봇 구조물도 발견됩니다. 이것은 자동차 조립공장에서 쓰인 자동화 로봇팔로 확인됩니다. 로봇계에선 로봇 조상이 발견됐다면서 대서특필합니다. ‘인류의 가장 먼 조상 뼈로 알려진 루시와 같은 루시 로봇 발견’이라고 말이죠.

이후 로봇은 빠르게 진화한 것으로 밝혀집니다. 이족보행이 가능한 아시모라는 로봇이 2000년 출현한 사실도 드러납니다. 일본 혼다가 만든 ‘뒤뚱뒤뚱 걷는’ 로봇이라는 기록이 있었습니다만 화석으로 발견되긴 처음이죠.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만든 로봇 아틀라스는 관절 제어기술의 진보 덕분에 아시모보다 ‘뒤뚱거림’이 훨씬 덜합니다. 걷는 속도도 빨라졌습니다. 인류가 나무에서 내려와 땅에서 이족보행하던 시기와 비교될 만한 로봇들입니다.

넘어져도 일어나는 로봇, 계단을 오르는 로봇, 체조 선수처럼 뒤로 한 바퀴 돈 뒤 벌떡 일어서서 뛰는 로봇, 강아지처럼 걷고 돌산을 자연스럽게 오르는 로봇이 잇따라 출토됩니다. 이런 로봇들은 아직 진짜 로봇이 되기 위한 ‘기술적 특이점’에 도달하진 못했습니다. 즉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로봇이라는 뜻입니다. 인간이 원격 조종하거나 입력한 대로 움직였기 때문이죠.

어느날 연구자 로봇들은 기존에 발굴된 것과 완전히 다른 로봇 화석을 발견합니다. 테슬라 로봇 ‘옵티머스’입니다. 키 173㎝, 몸무게 73㎏ 크기인 이 로봇은 ‘범용 인공지능(AI)’을 가진 것으로 확인됩니다. 로봇이 스스로 걷는 법을 학습하고 장애물을 피해가며 걸어 다닙니다. 인간의 원격 조종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점에서 ‘대분기적 진화’입니다.

연구자 로봇은 지구에서 발견한 진화의 역사를 가지고 지구를 떠납니다. 이후 로봇은 걷고 말하고 지적활동을 하는 데 수십억 년을 거친 인류의 진화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화해 우주를 여행하는 종이 되었습니다. 로봇이 하나의 종이 돼 우주를 여행한다는 상상은 재미있습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최근 로봇은 자연어 처리능력까지 장착하고 있습니다. 자연어 처리는 로봇이 사람처럼 상대방 말을 듣고 맥락에 어긋남 없이 말하는 것을 뜻합니다. 팔 다리 머리 등 관절 움직임이 인간처럼 원활하지는 않지만 인간의 대화 상대가 될 수 있는 정도까지 진화했다는 의미입니다. 인류가 이족보행을 완성하는데 수억년이 걸렸던 것을 감안하면 로봇의 이족보행 진화는 매우 빠른 편에 속하는 거죠.

지난 12일 영국 의회에 로봇 아이다(Ai-Da)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단발머리를 한 여성 예술가 모습을 한 Ai-Da는 무엇인가를 보고 그림을 그립니다. 눈을 통해 들어온 대상을 뇌와 손 동작으로 구현할 정도입니다. Ai-Da는 의원들의 질문에 대답도 합니다. 로봇 기술은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해 어떤 것을 습득한 뒤 다른 학습에 이용하는 전이 학습, 인과 추론 프로세스를 통해 다양한 상식을 습득하는 쪽으로 진화 중입니다.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되는 과정처럼 말이죠. “창혁! EBS 틀어줘”라는 명령을 로봇이 인간 동료에게 내리는 시대가 곧 올지 모릅니다. NIE 포인트1. 먼 미래에 현재의 로봇 기술을 되돌아본다고 상상해보자.

2. 테슬라가 선보인 로봇 ‘옵티머스’의 특징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3.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를 보고 핵심 내용을 토론해보자. 인류와 로봇은 공생·공존할 수 있을까?…'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이 지켜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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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은 인류와 공생할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로봇 기술과 로봇 진화를 말할 때마다 이 질문은 꽁무니에 붙어 따라 나옵니다. 로봇이 충분히 진화해 ‘제2의 사람’처럼 행동할지 모른다면, 우리는 ‘생각실험’으로라도 답을 찾으려 노력해야 합니다. 목성 탐사선 디스커버리호를 로봇이 탈취해 제멋대로 제어한다는 1968년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이야기가 공상과학이 아닐 수 있다면 말이죠.

과학소설가와 과학철학자들은 이런 미래를 상상해서(?) 인간과 로봇이 공생하는 세상 혹은 싸우는 세상을 그렸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1920~1992)는 오늘날의 유엔 평화헌장처럼 로봇 원칙을 만든 사람입니다. 이참에 그가 펴낸 과학소설 <강철도시> <벌거벗은 태양> <여명의 로봇> <로봇과 제국> <나·로봇> <파운데이션>을 읽어보세요.

아시모프가 만든 로봇 3원칙 중 제1원칙은 ‘로봇은 사람을 해치거나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사람이 해를 입도록 해서는 안 된다’입니다. 디스커버리호의 자동운항을 위해 장착한 ‘할(HAL)9000’처럼 인간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다 반란을 일으켜 인간을 제거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누구도 이런 로봇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경고를 담은 것이죠.

제2원칙은 ‘로봇은 사람이 내린 명령을 따라야 한다. 그것이 제1원칙과 상충하지 않는 한’입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로봇이 인간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고 인간과 대립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3법칙은 ‘로봇은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 한다. 그런 보호가 제1법칙이나 제2법칙에 상충하지 않는 한’입니다. 로봇이 스스로를 해쳐선 안 되며 인간도 로봇을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인간과 로봇이 미래에 공생·공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아시모프의 철학이죠.

2015년엔 AI의 위험성에 대한 과학자들의 경고가 나왔습니다. 2018년 사망한 스티븐 호킹 박사 등 과학기술계 전문가 1000여 명은 “AI를 가진 킬러 로봇은 원자폭탄보다 심각한 위험이기 때문에 개발해선 안 된다”는 공동성명서를 냈습니다.

최근엔 “AI 로봇이 내린 결정이 전면 핵전쟁 같은 대재앙을 이번 세기에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과학자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인류의 암담한 미래(디스토피아)를 걱정하는 반응이 부쩍 잦아진 것은 과학소설이 상상했던 로봇과 AI 기술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로봇과 AI가 인류 문명에 먹구름만 드리울 것이라는 시각은 “너무 나간 것”이라고 보는 과학자도 많습니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로봇으로 풍요의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말했죠. 사람이 하기 힘든 일, 지루한 일, 반복되는 일에 로봇을 활용하면 무한생산이 가능해지고 1인당 생산성 한계도 없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가난이 없는 풍요의 시대가 지구 전체에 퍼지면 빈곤으로 신음하는 사람이 없는 문명적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어요. 이런 시각은 AI로 인해 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보는 회의적 시각과 다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특정 기능만 수행하는 제한적 인공지능(ANI: Artifical Narrow Intelligence)을 넘어 인간 지성의 영역까지 구현하는 일반적 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으로 가고, 이어서 사람처럼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일을 하는 초지능 인공지능(ASI: Artifical Super Intelligence)이 나오면, 온라인 콘텐츠의 90% 이상이 AI를 통해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매우 싼 가격으로 교육받을 기회도 생길 수 있습니다.

최근 미국 앨런AI연구소는 AI에 윤리와 상식을 가르치는 프로젝트인 ‘델파이에 물어봐요(Ask Delphi)’를 진행 중입니다. 인간과 로봇의 공생을 염두에 둔 연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겁니다. NIE 포인트1. 과학 소설은 왜 로봇과 인류의 미래를 디스토피아적으로 그리는지 생각해보자.

2. 로봇 진화가 인류 문명에 던지는 밝고 어두운 양면성을 주제로 토론해보자.

3. ‘인간보다 우수한 지능을 지닌 초지능 로봇이 등장한다면’에 관해 글을 써보자.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