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産)'은 (지역이나 연도를 나타내는 말 뒤에 붙어) 거기에서 또는 그때에 산출된 물건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한국에서 만들어졌으니 한국산이고 2010년에 생산한 물품이면 '2010년산 OO'라고 하면 된다.

공급난이나 전세난, 자재난 같은 것은 말이 되지만 ‘실업난’은 또 뭘까? 심지어 ‘부족난’이란 말도 만들어 쓴다. ‘-난(難)’은 어려움 또는 모자람의 뜻을 더하는 말이다. 취업이 어려우면 취업난이고, 구직이 잘 안 되면 구직난이다. 주택이 모자라서 주택난이라고 한다. 취업난이나 구직난을 겪다 보면 그 결과 실업이 늘어나는데, 그렇다고 이를 ‘실업난’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실업’과 ‘-난’은 결합하지 않는다. ‘실업사태’ 등 문맥에 따라 적절한 표현을 찾아야 한다. 자재가 부족하면 ‘자재난’이지 ‘자재 부족난’이라고 하면 말이 안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무심코 입에 올리기는 하지만 모두 설명되지 않는, 정체불명의 엉터리 조어인 셈이다.
말에도 이치가 있고 과학이 있다. 그것을 무시하거나 소홀히 하면 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비논리적 표현을 거르지 않고 방치하면 우리말 진화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른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셈이다. ‘유명세를 타다’ 등 일상적 오류 너무 많아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이지만 비논리적 표현은 너무나 많다. ‘면접관’도 그중 하나다. ‘-관(官)’은 ‘공적인 직책을 맡은 사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경찰관이니 법무관, 사령관, 소방관 같은 데 쓴다.
용례에서 알 수 있듯이 모두 공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민간 기업의 직책에 쓰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뜻이다. 민간회사의 사원 채용기사를 보면 ‘면접관’이란 말이 많이 보인다. 이는 단어 의미에 따른 용법을 무시한 것이다. 민간인에게 ‘면접관’이란 표현을 쓰면 어색하게 느껴야 하는데 언어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면접위원’이나 ‘면접원’ 등 다른 적절한 말이 있는데도 그렇다. 이런 오류는 언중이 많이 쓰는 게 곧 어법이란 설명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