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돈 풀고 조여 물가·금융안정 시키는 게 목표"
"고용안정까지 고려해 통화정책 수립 필요"
우리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야경.  Getty Images Bank
우리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야경. Getty Images Bank
커버스토리양경숙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중앙은행의 정책목표에 ‘고용’을 추가하는 내용의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우리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한국은행법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한은의 양대 책무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고용안정을 더해야 한다는 것이 양 의원의 주장입니다. 지난해부터 중앙은행의 임무에 고용안정을 포함하자는 논의가 본격화하고 관련법이 여러 개 발의됐는데 이번에 양 의원 발의안이 더해지면서 논의가 한층 진전될 전망입니다.

서양에서 17세기에 중앙은행이 처음 생겨난 이후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화폐를 공급하고 관리하는 것입니다. 종이나 금속 쪼가리에 불과한 화폐가 물건을 사거나 상품의 가치를 나타내는 데 쓰일 수 있는 것은 중앙은행이 그 화폐의 사용을 보증하기 때문입니다. 민간 은행이 돈이 필요한 정부에 대출해주면서 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특허를 얻은 것이 중앙은행의 시작이지만, 현재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 대부분 나라에서 중앙은행은 정부 주도로 만들어져 한 나라에 한 개만 존재합니다.

돈을 공급하고 관리하는 일은 아주 어렵습니다. 돈도 다른 물건과 마찬가지로 흔하면 흔할수록 가치가 떨어집니다. 반대로 너무 적으면 돈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을 치겠죠. 이 때문에 중앙은행은 경기 상황을 잘 관찰하고 경우에 따라 돈을 풀거나 죄거나 해서 경제활동에 꼭 필요한 양의 화폐를 공급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 로비에 ‘물가안정’이라는 네 글자가 큼지막하게 새겨진 대리석 현판이 걸려 있는 것은 한은의 존립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더불어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고용 불안이 심해지니까 정치권에서도 한국은행에 고용안정까지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통화정책을 펼칠 때 물가뿐 아니라 고용까지 고려해 적절히 대응하라는 요구입니다.

안그래도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나 제로(0) 금리 시대의 중앙은행 무용(無用·쓸모없음)론,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로 인해 빚어지는 탈(脫)중앙화 움직임 등으로 중앙은행의 위상에 대해 여러 의견이 분분한데 한은더러 고용까지 고려하라니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은행의 은행’이라고 하는 중앙은행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최근 논란과 함께 4, 5면에서 알아봅시다.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