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75) 장단기 금리차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 산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발표한 성명에서 “매달 1200억달러의 채권을 매입하는 프로그램을 지속하고 제로(0) 수준의 기준금리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상승세였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최근까지 급등한 장기 국채 금리에 일시적인 제동을 걸기도 했다. 왜 시장은 장단기 금리차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는 걸까?
장단기 금리차는 경기전망을 반영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면서 경기회복 기대감이 올라와 있다. 또한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부터 현재까지 풀린 천문학적인 유동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요인으로 인해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해 12월에는 연 0.9%대를 기록했지만, 최근에는 1.7%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최근 1조9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 대규모 국채 발행이 이뤄지면 장기 국채 금리의 상승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왜냐하면 채권가격은 채권금리(수익률)와 역(逆)의 관계다. 채권의 발행, 즉 공급이 증가하면 채권가격은 하락하고 채권금리는 상승한다.(75) 장단기 금리차
보통 경기 전망이 낙관적일 경우 장단기 금리차가 커지고, 반대로 경기 전망이 부정적일 경우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되거나 역전된다. 일반적으로 경기회복과 인플레이션이 예상되면, 안정적인 자산인 채권보다는 주식 등 다른 금융자산에 투자할 요인이 생긴다. 이에 따라 오랜 기간 유동성이 묶이게 되는 장기 채권을 매도하고, 다른 금융자산에 투자하면서 장단기 금리차가 커질 수 있다. 불확실성과 유동성 프리미엄 가설일반적으로 장기 금리는 단기 금리보다 높다. 왜냐하면 장기 채권에 투자하면 투자자는 일단 이에 해당하는 자금, 즉 유동성이 장시간 묶이게 된다. 경제 흐름이라는 것이 일정한 것이 아니라 큰 폭의 변동이 나타나는 불확실성이 항상 존재한다. 그렇다면 투자자는 이에 해당하는 일종의 위험수당을 받을 필요가 있다. 단기 채권은 장기 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어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하지만 장기 채권의 경우 해당 기간에 기업이나 국가가 파산 또는 부도가 발생해 채무 불이행의 위험에 빠질 수도 있고, 기간이 길어질수록 가격과 금리의 변동성을 더 많이 겪는다. 그렇기 때문에 일종의 위험수당으로 장기 채권 투자자에게 높은 금리로 보상해주는 것이다. 이것을 ‘유동성 프리미엄 가설’이라고 한다. 만기가 길수록 증가하는 불확실성과 위험부담, 상실되는 유동성에 대한 프리미엄을 붙여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 채권 금리보다 장기 채권 금리가 일반적으로 높다. 시장 금리 추이 잘 살펴봐야기축통화국인 미국 장기채 금리가 치솟으면서 향후 한국에도 미칠 영향을 주시해야 한다. 한국 또한 미국의 영향을 받아 장단기 국고채 금리차가 확대됐다. 은행의 경우 대출금리는 장기 금리의 영향을 받는다. 전세자금대출, 주택담보대출 등을 받은 가계의 경우 대출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이자비용이 늘어나 가계 소득이 줄어들어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 기업도 대출금리 상승으로 경영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단기 금리는 기준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향후 경기가 회복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된다면 미국뿐만 아니라 주요국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정상화’, 즉 긴축정책을 단행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장단기 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에 은행권 가계대출 규모가 1000조원을 넘어섰고, 기업대출 또한 995조원을 기록하며 1000조원에 다가서는 한국의 입장에서 금리 상승에 따른 경제 전반의 영향을 점검하고 대비해야 할 시기가 다가올 수 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