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부동산 세금’은 국제적으로 봐서 많은가. 오히려 적은 편인가. 최근 몇 년 새 집값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관련 세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이런 논쟁이 심심찮게 있어왔다. 선진국 클럽이라는 회원 36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여기서도 주요한 기준이 된다. OECD에서 몇 번째라든가, OECD 회원국 평균과의 비교가 종종 준용된다. 다양한 전문가가 상반된 주장을 할 때가 많다. 주목되는 것은 청와대와 세제를 총괄하는 정부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가 국제 기준으로 많지 않다는 주장을 해왔다는 사실이다. 물론 대통령이나 경제부총리의 이런 주장은 좁은 의미의 보유세, 지방자치단체에 내는 재산세만으로 한정하거나 종합부동산세 정도를 합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부동산 관련 세금에는 보유세뿐만 아니라 양도세 취득세 등 거래세도 있다. 상속세 같은 파생적 세금도 있다. 이런 것까지 포함하면 한국의 부동산세는 결코 적지 않다. 유경준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최근 발표한 정책 분석 자료를 보면 한국의 부동산세금은 경제 규모(GDP) 대비 비중이 OECD에서 세 번째로 많다. 이런데도 보유세는 올해도, 내년에도 올라가도록 증세 일정이 짜여 있다. 급격히 오른 부동산 세금 계속 더 올려야 하나.
[찬성] 집값 급등 따른 수요 억제 위해 필요…자산 가치 상승했으니 부담해야최근 몇 년 새 서울을 비롯해 집값이 많이 올랐다. 한동안 서울의 일부 지역에서만 급등했으나 수도권으로 확산된 뒤 지방에도 대도시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했다. 정부가 지난 3년반 동안 25번의 대책을 마련했으나 집값은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단순히 집의 매매 가격만 오른 게 아니라 전셋값이 오르면서 월세도 함께 끌어올렸다.집값이 이렇게 고공행진을 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부동산 전문가를 비롯해 일각에서는 “정책의 실패”라며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집값을 억제하려는 의욕이 앞서면서 정부의 헛발질이 없었다고 보기는 물론 어렵다. 하지만 설령 그런 오류가 있었다 해도 정부는 다락같이 오르는 집값에 대응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 대책 가운데 핵심 내용이 세금 대책이다. 집값이 오르는 이유를 분석하려면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봐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가 공급을 틀어막아서 집값이 올랐다는 비판에는 아직도 논란이 분분하지만, 25번의 대책 가운데는 서울 외곽의 제3기 신도시 건설 방안도 들어 있었다. 고양시 창릉, 하남시 교산신도시 건설 계획이 그런 것이다. 25번째인 ‘2·4 대책’도 ‘공공’이 주로 나서는 것이지만, 어떻든 공급대책이었다.
다른 하나의 대책은 수요억제책이다. 수요 가운데서도 가수요, 투기적 수요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온갖 불만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주택 구입 대출금을 대대적으로 틀어막은 것도 그런 차원이다. 수요 억제 방안으로는 세금대책이 더 효과적이다. 취득세율을 높여 집 구입 때부터 비용이 들게 하고, 매도 시 양도차익에 과세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평소 보유에 따른 세금 부담을 늘려야 구입 수요가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지방세인 재산세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높이고, 공시지가와 시장가격 반영률을 함께 올리면서 세 부담을 늘리는 것이다. 집값이 올라 자산가치가 커졌으니 세금을 더 내라는 차원도 있다. [반대] 정책 실패 놔두고 과세권 남용...부동산세 부담 OECD 3위한국의 보유세 강화는 ‘징벌적 차원’이어서 정부가 과세권을 남용하는 것이다. “자산가치가 올랐으니 세금도 더 내라”고 하지만, 세율에 따르면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된다. 문제는 세율을 단시일 내에 너무 급격히 올린 것이다. 중산층 주택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세율이 너무 높다. 세율뿐만이 아니라 정부가 정하는 공시지가도 급등하고 있고, 공시지가를 과표에 적용하는 시장가격 반영률까지 함께 올렸다. 이른바 ‘증세 3종 세트’가 함께 강화돼 자가 주택 소유자가 나라에 고가의 집세를 내며 사는 상황이 됐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간 정부는 한국의 보유세를 한정적으로 해석하면서 국제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해왔지만 그렇지 않다는 분석이 만만찮다는 점이다. 유경준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합칠 경우 한국은 영국에 이어 OECD 2위로 세금이 많다.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취득세를 합쳐 ‘자산세’로 보면 OECD 4위다. 전체적으로 GDP 대비 세 번째로 많다. 앞서 결정된 증세 로드맵에 따를 경우 한국의 부동산세는 2021년부터 OECD 국가 가운데서도 최상위가 될 것이다.
집 가진 납세자들도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인데 정부가 세 부담을 급격히 늘리면서 고통을 안기는 실정이다. 세금이 늘어나면 소비가 위축되고 따라서 경제 활력도 줄어드는 문제점이 있다. 재산세 등 보유세만 볼 게 아니라 취득세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와 파생되는 증여세 등까지 두루 봐야 한다. 그 결과 부동산세금은 GDP의 4.05%(2018년)로 OECD 평균의 2배나 되면서 3위가 된 것이다. 25차례의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보이는 집값도 실상을 보면 강화 일변도의 징벌적 과세가 초래한 필연적 결과인 것이다. 종부세는 특히 문제가 많다. 종부세법 제1조에 명시된 ‘조세 부담 형평성 제고’ ‘부동산 가격 안정 도모’ ‘지방재정 균형 발전’ 등의 목적에 부합하지 못하는 법이 된 것이다. √ 생각하기 - "稅 부담 강화가 자산 불평등 심화시켜" … 국제 비교도 필요 보유세를 비롯한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이 단기간에 급격히 커진 것은 사실이다. 어떤 세금이든 납세자가 감내할 만큼 일정을 제시하며 완만히 가는 게 바람직하다. 시·도에 내는 재산세를 집값이 올라도 전년 대비 150% 이상 부과하지 못하게 규정한 것도 그런 까닭이다. 보유세가 빗나간 집값대책의 수단으로 남용된 것도 큰 문제다. 세금이라는 국가 유지의 근본 제도가 서울 일각의 집값 대응책으로 동원돼 버린 것이다. 설령 보유세를 올릴 때도 양도세 등 거래 관련 세금은 낮추는 게 상식이고, 세제의 원리다. 하지만 부동산 관련 세금이면 다 올려버려 이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툭하면 위헌 시비를 유발한 종부세 문제도 심각하다. 유 의원이 “종부세 강화가 도리어 자산 불평등만 키웠다”는 결론을 낸 부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래 법 취지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유 의원은 그런 결론의 근거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계속 악화돼온 자산 관련 불평등 수치(자산지니계수)를 제시했다. 정부도 이 대목은 다시 한 번 확인해서 어느 쪽이 맞는지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현대의 세금은 국내에 국한되는 아젠다가 아니다. 국제 경쟁력에서도 중요한 평가 요인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