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국민소득·민간소비 줄줄이 내리막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국의 주요 경제 지표가 일제히 나빠지고 있다. 소득부터 경제성장률, 민간소비, 수출과 경상수지, 물가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이다. 자칫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한국은행은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2115달러(약 4743만원)로 전년(3만3564달러)에 비해 4.3% 감소했다고 지난 2일 발표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줄어든 것은 2015년(-1.9%) 후 처음이다. 감소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0.4%) 후 최대다. 1인당 국민소득은 한 해 동안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수로 나눈 것이다.
문제는 올해다. 1인당 국민소득은 올해 더 나빠지면서 3만달러를 밑돌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민소득을 구성하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 물가 증가율 등이 올 들어 줄줄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한은은 지난달 28일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실질 GDP 증가율 전망치를 올해 2월 예상했던 2.1%에서 -0.2%로 하향 조정했다. 마이너스 성장을 한다는 의미로 국내총생산을 구성하는 소비와 수출이 코로나19 충격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 등을 반영한 결과다. 한국이 6·25전쟁 이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2차 석유파동 당시인 1980년(-1.6%)과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등 두 차례뿐이었다.
외국과의 상품, 서비스 거래를 종합한 대외거래 성적표인 경상수지도 나빠지고 있다. 지난 4월 경상수지는 31억2430만달러 적자를 냈다. 이 같은 적자폭은 유럽 재정위기 때인 2011년 1월(31억5960만달러) 후 가장 컸다.
지난달엔 소비자물가마저 작년 같은 달보다 0.3% 하락했다. ‘마이너스 물가’는 월간 기준으로 지난해 9월(-0.4%)에 이어 사상 두 번째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3%로 내다보고 있다.
물가 지표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도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디플레이션 때는 물가가 한동안 계속 내려갈 것이란 전망에 소비자들이 소비를 늦추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만큼 물가는 더 떨어지고 소비 침체는 심해진다. 한국 경제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는 강한 경고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김익환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