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내년 513조 '슈퍼예산'

전문가들 "규제 풀어 경제살려야"…'재정포퓰리즘' 우려도
세금수입 감소 속 예산 팽창…국가채무비율 46%로 급등
올해 741조원인 나랏빚이 2023년 1061조원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같은 기간 37.1%에서 46.4%로 껑충 뛰게 됐다. 나랏빚이 GDP의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불어난다는 얘기다. 경기 침체로 세금 수입이 쪼그라드는데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에 더 속도를 내기로 한 데 따른 영향이다.

정부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나랏돈을 많이 풀어 성장 잠재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신산업 성장을 막는 ‘대못 규제’와 경직적인 노동시장을 그대로 둔 채 재정 지출만 늘린다고 경제가 살아날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재정건전성만 훼손돼 미래세대 부담을 키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정건전성 전망 1년 새 크게 악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빚을 뜻하는 국가채무는 올해 740조8000억원에서 내년 805조5000억원으로 64조7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가운데 상환 부담이 큰 ‘적자국채’는 60조2000억원 불어난다. 적자성 국채 비중은 56.8%에서 59.2%로 뛰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게 됐다.

국가채무는 이후 눈덩이처럼 불어 2021년 887조6000억원, 2022년 970조6000억원이 되고 2023년(1061조3000억원)엔 1000조원마저 넘어설 전망이다. 4년 새 320조5000억원 증가하는 것이다. 2015~2019년 국가채무 증가폭은 149조300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이맘때 내놓은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과 비교해도 큰 변동이 생겼다. 당시엔 2022년 국가채무를 896조8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이번엔 73조원이 더해졌다. 2022년 국가채무비율 역시 41.6%에서 44.2%로 2.6%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세수 감소하는데 “나랏돈 더 풀겠다”

세금수입 감소 속 예산 팽창…국가채무비율 46%로 급등
1년 새 재정건전성 전망이 급격히 악화된 1차적인 원인으로는 경기 침체와 세수 여건 악화가 우선 꼽힌다. 정부는 지난해 8월엔 2020년 국세 수입이 6.1%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번엔 0.9% 감소로 전망을 확 틀었다. 법인세 전망이 특히 어둡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법인세 수입이 올해보다 14조8000억원(18.7%)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7.1% 줄어드는 등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심해지고 있어서다.

세금수입 감소 속 예산 팽창…국가채무비율 46%로 급등
정부는 이런 세수 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나랏돈을 더 공격적으로 풀기로 했다. 기재부가 제시한 내년 재정지출 증가율은 9.3%인데 이는 1년 전 전망치(7.3%) 대비 2%포인트 높인 수치다. 2021~2023년에도 지출 증가율을 5~6%대로 가져갈 계획이다.

“채무비율 50~60%까지 치솟을 수도”

전문가들은 정부가 경기 전망을 지나치게 낙관하고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짠 게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기재부는 내년 국세 수입이 0.9% 감소하겠지만 2021~2023년엔 4~5%대 증가로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1년에는 경기가 회복하고 재정 수입이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전제로 재정운용계획을 세웠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의 경제 부진은 산업 경쟁력 자체가 떨어지는 구조적인 원인이 커서 단기간에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며 “국세 수입 반등 전망이 빗나가면 국가채무비율이 수년 안에 50~6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채무비율 60%는 유럽연합(EU)에서 재정건전성의 기준으로 삼는 수치다. 국가채무비율이 급격히 나빠지면 대외 신인도엔 치명적이다.

정부는 재정 지출 확대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재정 투자로 성장 잠재력을 높이면 세금 수입과 재정건전성이 오히려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들이 중앙은행이 찍어낸 통화 등을 바탕으로 ‘재정 포퓰리즘’에 나섰다가 국가 신인도가 추락하고 물가가 치솟는 등 역풍을 맞았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김상봉 교수는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노동개혁,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개혁 등엔 손을 놓으면서 재정확대만으로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란 생각은 지나치게 안이하다”고 꼬집었다.

NIE 포인트

나라 곳간으로 들어오는 세금 수입과 빠져나가는 재정 지출의 추이를 정리해보자. 국가채무가 급격히 늘어났을 때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자. 경제 사정이 나빠졌을 때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것이 효과적인지 토론해보자.

서민준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