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확산되는 美·中 무역전쟁

세계경제 불안…한국은 두 나라 의존도 높아 심각
美·中 정면충돌에 자유무역 위축·금융시장 혼란
세계 경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에 글로벌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은 물론 신흥국들도 주가와 환율이 급등락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요 경제기관들은 올해 전 세계와 주요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앞다퉈 낮추고 있다. 중국과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큰 한국은 특히 타격이 심하다. 지난달 코스피지수는 7.3% 하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2년 만에 달러당 1200원대를 넘보고 있다.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는 얘기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더 늘리면 향후 2년간 세계 경제 성장률이 0.5%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역분쟁 확전에 금융시장 요동

美·中 정면충돌에 자유무역 위축·금융시장 혼란
미·중 무역분쟁은 올초만 해도 진정되는 듯한 조짐을 보였다. 양국은 물밑에서 갈등을 풀기 위한 협상을 진행했고 서로에 대한 추가적인 공격은 하지 않았다. 상황이 급변한 건 지난달 1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협상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며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징벌적 관세를 5~10%에서 최대 25%까지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중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지난 1일부터 600억달러 규모 미국산 수입품에 25% 보복 관세를 매겼다.

무역분쟁이 잦아들 것이라고 기대했던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다우존스, 나스닥 등 3대 주식 지수가 지난달 일제히 하락했다. 3대 지수가 동시에 하락한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5월 한 달간 5.8% 떨어졌다.

신흥국은 더 타격이 컸다. 시장이 불안해지면 투자자들이 제일 먼저 파는 투자 상품이 신흥국 주식이다. 2월 1051.0, 3월 1058.1, 4월 1079.2 등 꾸준히 오르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는 지난달 말 994.9까지 떨어졌다. 전달 대비 7.8%나 하락한 셈이다.

“향후 2년간 세계 GDP 0.5% 감소” 우려

문제는 양국의 대립이 봉합 대신 점점 확전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 주요 교역국 중 이들 두 나라와 거래하지 않는 곳은 거의 없다. 보복 관세로 미·중의 수·출입이 줄고 산업이 위축되면 이들 나라와 거래하는 다른 국가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신흥국들은 엎친데 덮친격으로 금융시장까지 불안해진다.

무역분쟁으로 전 세계 실물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질 것이란 경고는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말 블룸버그통신은 무역분쟁이 확전되면 세계 경제 성장률이 0.5%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장 올해 성장에 대한 기대도 식고 있다. 세계은행은 최근 올해 세계 경제가 2.6%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공개했다. 불과 5개월 전인 1월만 해도 2.9%를 내다봤는데 0.3%포인트 낮춰 잡은 것이다.

미·중 경제 의존도 높은 한국 직격탄

우리나라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작년 기준 38.8%에 달한다. 미·중 간 교역이 위축되면 한국도 직격탄을 맞는 구조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면 충격이 클 나라 2위로 한국을 꼽았다. 한국은 2015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중국의 대미 수출과 연관된 부문 비율이 0.8%로, 대만(1.6%)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실제 지난달 무역분쟁이 악화되자 한국 금융시장은 급격히 요동치고 있다. 경제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증시의 코스피지수는 4월 말 2203.6에서 5월 말 2041.7로 7.3% 떨어졌다. 지난달 28일 유가증권시장 하루 거래대금이 연중 최저점을 찍기도 했다. 원화 가치도 떨어지고 있다. 올초만 해도 1120~113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1200원 선을 넘보고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이에 따라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과 내수 활성화 등에 총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경제가 부진의 늪에 빠질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일부 산업은 무역분쟁의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5G(5세대) 통신 등 분야를 집중 견제함에 따라 삼성전자 등이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유지할 시간을 벌었다는 분석이다.

■NIE 포인트

미국과 중국이 왜 무역분쟁을 벌이는지, 무역분쟁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리해보자. 한국은 무역분쟁의 타격을 크게 받는 나라로 꼽힌다. 그 원인은 무엇인지, 타격을 최소화하려면 어떤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지 토론해보자.

서민준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