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열릴 남북한 정상회담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판단하는 잣대가 될 수 있어서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완전한 핵 폐기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던진다면 그동안 복잡하게 얽혀있던 북핵 문제의 실타래가 풀릴 수 있다. 반대로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이전보다 훨씬 큰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 핵을 놓고 연쇄적으로 이뤄지는 중국과 북한, 남북한, 미국과 북한 간 정상회담의 최종 목표가 북한 핵의 완전 폐기로 매듭지어져야 정상회담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자칫 북한이 그동안 즐겨 쓴 핵 동결이나 단계적 해법 등에 말리면 결국 또 북한에 핵이나 미사일 개발의 시간을 주고, 궁극적으로 현재보다 북핵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위기 수준이 더 높아질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1960년대부터 핵 개발한 북한
많은 사람이 북한의 핵 개발 시점을 1980년대 후반으로 착각하고 있다. 당시 옛 소련이 붕괴됐기 때문이다. 사실 북핵의 핵 개발 역사는 한참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북한 ‘김씨 왕조’의 1대인 김일성은 1950년대 중반부터 물리학 엘리트를 양성했다. 옛 소련에 핵 연구를 목적으로 예비 과학자 상당수를 유학보냈다. 1955년 4월 원자 및 핵물리학 연구소를 만들었고, 1956년에는 옛 소련과 핵연구 협정, 원자력 협정을 잇따라 체결했다.
1960년대는 자체 핵 개발을 본격화한 시기다. 김일성은 “남조선에서 미국을 몰아내야 하는 건 당위다. 미국은 그동안 한 번도 본토 침략을 당해보지 않았다. 언젠간 미국과 일전을 벌인다는 각오를 다지고 하루 빨리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자체 생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단추는 1962년 11월 영변에 설립한 핵 연구단지다. 이듬해 6월 옛 소련으로부터 연구용 원자로를 도입했고, 1967년부터 가동했다. 1973년에는 각 대학에 핵 관련 학과들을 신설했다.
北, 체제 보장받으려고 핵에 매달려
북한이 핵 보유에 매달리는 가장 큰 이유는 체제를 보장받기 위해서다. 생존을 위해 이른바 비대칭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비대칭 전략이란 상대방의 우위 전력을 피하면서 약점이나 급소를 공격하는 것을 말한다. 핵과 생화학무기 같은 대량살상무기(WMD), 사이버 전력, 잠수함을 이용한 기습 공격 등이 대표적이다.
북한은 옛 소련으로부터 군사 및 경제 지원을 더 많이 받기 위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했다. 겉으로나마 “핵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1989년 9월 프랑스 상업위성 SPOT 2호가 북한의 비밀 핵시설을 촬영하면서 들통이 났다. 이후 북한은 핵 보유에 대한 야심을 숨기지 않고 노골화하고 있다.
‘단계적 비핵화’는 북한의 단골 메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김씨 왕조의 ‘3대’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트럼프 미 대통령보다 더 많은 자국 내 실권을 거머쥐고 있다. 진정 핵을 포기한다면 실제 이행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각국이 생각하는 비핵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 변수다. 우리 정부는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우선 포괄적으로 합의한 후 단계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괄적 타결과 단계적 타결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보면 된다”며 “결정권을 가진 최고지도자들이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합의하고 포괄적인 협의를 진행하면서 단계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핵무력과 미사일 기술을 완성한 만큼 한꺼번에 폐기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체제 안전을 보장받겠다는 복안이다. 그 과정에서 단계마다 보상을 요구할 게 뻔하다. 또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대북제재 해제 등 반대급부를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비핵화론에는 주한미군 철수와 한반도 내 미국 전략자산 배치 불가 등도 포함돼 있다.
미국은 검증 가능한 ‘완전 비핵화’가 목표
미국이 추진하는 북핵문제 해결 방안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다. 북한이 먼저 모든 핵무기 및 핵 관련 시설을 폐기해야 북한이 원하는 반대급부를 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1993년 NPT에서 탈퇴한 이후 수차례의 북·미 간 협상이 결국은 북한에 핵이나 미사일을 개발할 시간만을 벌어주고, 급기야는 미국 본토가 미국의 핵·미사일로부터 위협을 받는 상황에 처했다는 인식이 강하다. 또한 남북 간의 경제협력이 실상은 북측에 핵무기를 개발하는 자금을 대어준 성격이 짙다는 불만도 깔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제재에 한국 동참을 적극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처럼 북의 비핵화를 말하는 남북한과 미국 간 입장 차가 작지 않다.
◆NIE 포인트
남북한 및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완전 한 핵폐기’를 이끌어 내려면 어떤 조건들이 필요할지 토론해보자. 북한의 핵이 왜 위험 한지도 생각해보자.
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김채연 정치부 기자 mia@hankyung.com
북한 핵을 놓고 연쇄적으로 이뤄지는 중국과 북한, 남북한, 미국과 북한 간 정상회담의 최종 목표가 북한 핵의 완전 폐기로 매듭지어져야 정상회담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자칫 북한이 그동안 즐겨 쓴 핵 동결이나 단계적 해법 등에 말리면 결국 또 북한에 핵이나 미사일 개발의 시간을 주고, 궁극적으로 현재보다 북핵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위기 수준이 더 높아질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1960년대부터 핵 개발한 북한
많은 사람이 북한의 핵 개발 시점을 1980년대 후반으로 착각하고 있다. 당시 옛 소련이 붕괴됐기 때문이다. 사실 북핵의 핵 개발 역사는 한참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북한 ‘김씨 왕조’의 1대인 김일성은 1950년대 중반부터 물리학 엘리트를 양성했다. 옛 소련에 핵 연구를 목적으로 예비 과학자 상당수를 유학보냈다. 1955년 4월 원자 및 핵물리학 연구소를 만들었고, 1956년에는 옛 소련과 핵연구 협정, 원자력 협정을 잇따라 체결했다.
1960년대는 자체 핵 개발을 본격화한 시기다. 김일성은 “남조선에서 미국을 몰아내야 하는 건 당위다. 미국은 그동안 한 번도 본토 침략을 당해보지 않았다. 언젠간 미국과 일전을 벌인다는 각오를 다지고 하루 빨리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자체 생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단추는 1962년 11월 영변에 설립한 핵 연구단지다. 이듬해 6월 옛 소련으로부터 연구용 원자로를 도입했고, 1967년부터 가동했다. 1973년에는 각 대학에 핵 관련 학과들을 신설했다.
北, 체제 보장받으려고 핵에 매달려
북한이 핵 보유에 매달리는 가장 큰 이유는 체제를 보장받기 위해서다. 생존을 위해 이른바 비대칭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비대칭 전략이란 상대방의 우위 전력을 피하면서 약점이나 급소를 공격하는 것을 말한다. 핵과 생화학무기 같은 대량살상무기(WMD), 사이버 전력, 잠수함을 이용한 기습 공격 등이 대표적이다.
북한은 옛 소련으로부터 군사 및 경제 지원을 더 많이 받기 위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했다. 겉으로나마 “핵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1989년 9월 프랑스 상업위성 SPOT 2호가 북한의 비밀 핵시설을 촬영하면서 들통이 났다. 이후 북한은 핵 보유에 대한 야심을 숨기지 않고 노골화하고 있다.
‘단계적 비핵화’는 북한의 단골 메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김씨 왕조의 ‘3대’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트럼프 미 대통령보다 더 많은 자국 내 실권을 거머쥐고 있다. 진정 핵을 포기한다면 실제 이행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각국이 생각하는 비핵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 변수다. 우리 정부는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우선 포괄적으로 합의한 후 단계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괄적 타결과 단계적 타결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보면 된다”며 “결정권을 가진 최고지도자들이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합의하고 포괄적인 협의를 진행하면서 단계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핵무력과 미사일 기술을 완성한 만큼 한꺼번에 폐기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체제 안전을 보장받겠다는 복안이다. 그 과정에서 단계마다 보상을 요구할 게 뻔하다. 또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대북제재 해제 등 반대급부를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비핵화론에는 주한미군 철수와 한반도 내 미국 전략자산 배치 불가 등도 포함돼 있다.
미국은 검증 가능한 ‘완전 비핵화’가 목표
미국이 추진하는 북핵문제 해결 방안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다. 북한이 먼저 모든 핵무기 및 핵 관련 시설을 폐기해야 북한이 원하는 반대급부를 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1993년 NPT에서 탈퇴한 이후 수차례의 북·미 간 협상이 결국은 북한에 핵이나 미사일을 개발할 시간만을 벌어주고, 급기야는 미국 본토가 미국의 핵·미사일로부터 위협을 받는 상황에 처했다는 인식이 강하다. 또한 남북 간의 경제협력이 실상은 북측에 핵무기를 개발하는 자금을 대어준 성격이 짙다는 불만도 깔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제재에 한국 동참을 적극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처럼 북의 비핵화를 말하는 남북한과 미국 간 입장 차가 작지 않다.
◆NIE 포인트
남북한 및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완전 한 핵폐기’를 이끌어 내려면 어떤 조건들이 필요할지 토론해보자. 북한의 핵이 왜 위험 한지도 생각해보자.
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김채연 정치부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