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호무역 강화로 TPP 등 다자간 협정 주목받아
[Cover Story-자유무역동맹으로 보호주의 넘는다] 자유무역동맹에 안 끼면 세계무역에서 불이익 당해
그동안 자유무역협정은 주로 두 나라가 협정을 맺는 양자 간 협정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한국이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과 각각 체결한 한·미, 한·EU,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도 그런 것이다. 그러다 최근 들어서는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 활기를 띠고 있다. 얼마 전 일본을 비롯해 11개국이 참여하기로 서명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대표적이다. 공식 명칭은 CPTPP(포괄적이고 점진적인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 다자간 협정이 주목받는 것은 그동안 자유무역주의를 고수해왔던 미국이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이후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쪽으로 변화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여러 나라가 자유무역동맹을 형성해 대응하면 보호무역에 대응하기가 한층 수월해진다.

다자간 자유무역협정 어떤 게 있나

[Cover Story-자유무역동맹으로 보호주의 넘는다] 자유무역동맹에 안 끼면 세계무역에서 불이익 당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현재 발효 중인 다자간 무역협정 가운데 대표적이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개국이 가입해 있다. 1994년 발효돼 벌써 20년 넘게 운영되고 있다. NAFTA 3개국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나 된다. 하지만 세 나라만 참여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다자간 자유무역 동맹으로 보긴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일본 주도로 설립이 추진되는 TPP는 회원국이 11개국이다. 하지만 세계 GDP에서 이들 11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3%로 NAFTA의 절반도 안 된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이 재가입할 경우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7%까지 늘어난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경제동맹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TPP가 주목받는 것은 바로 이 점에 있다.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은 TPP를 견제하기 위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추진하고 있다. RCEP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나라는 16개국으로 TPP보다 많다. GDP의 세계 비중도 31%에 이른다

다자간 협정이 양자 간 협정보다 효율적

FTA로 대표되는 양자 간 무역협정은 당초 다자간 자유무역을 주도해온 세계무역기구(WTO)가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최근에 다자간 협정이 부각되는 것은 양자 간 FTA가 갖는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양자 간 FTA가 증가함에 따라 무관세와 특혜 관세를 부여하기 위한 규정과 제도 역시 교역 국가별로 너무 복잡해져 그 효과를 100% 발휘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른바 ‘스파게티 볼 효과(Spaghetti Bowl Effect)’라는 비판적 용어가 나온 이유다.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은 양자 간 협정보다 효율적이란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양자 FTA는 다자간 협정보다 협상하기 쉽고 이른 시일 내에 발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다자간 협정으로 한꺼번에 여러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면 관련 규정과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나라별로 할 때보다 훨씬 간편해 무역업체들이 이용하기가 쉽다.

한국은 그동안 양자 FTA에 공을 들여왔다. 한국이 맺은 FTA는 15건(발효 기준)인데 대부분 양자 협정이다. 세계 1, 2위 경제대국인 미국 중국과 모두 FTA를 맺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은 FTA에 관한 한 한국에 비해 ‘열등생’으로 분류됐다. 일본은 아직도 미국 중국 등 주요국과 FTA를 맺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TPP가 출범하면 단번에 입지를 만회하게 된다. 특히 TPP는 미국이 참여하면 세계 최대의 동맹이 된다.

일각에서는 자유무역으로 여러 나라의 수입품이 관세 없이 싼 값에 수입되면 자국 산업이 침체되고 일자리도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 후 “NAFTA 때문에 미국 내 일자리는 줄고 무역적자는 늘었다”고 비판하면서 NAFTA 재협상에 들어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팔 물건을 만드는 공장을 미국이 아니라 멕시코에 짓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국이 TPP 가입을 망설이는 것도 일본산 자동차와 전자제품이 지금보다 낮은 가격에 들어오면 한국의 내수시장이 ‘메이드 인 재팬’에 점령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한 나라의 일방적인 이익을 지향하는 보호무역은 옛 중상주의가 보여주듯 국제 갈등만 빚을 뿐 지속될 수가 없다. 반면 자유무역은 교역국가 모두에 이득을 주는 상생 효과를 가져온다. 보호무역을 해서 성공한 나라는 역사적으로 한 곳도 없다.

◆NIE 포인트

다자간 자유무역협정과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의 장·단점을 논의해보자. 한국이 TPP에 가입하지 않는 것이 과연 유리한 것인지도 토론해보자

이태훈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