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 과징금 왜?
구글에 광고비 낸 업체부터 쇼핑 검색결과 상단에 노출
"시장지배력 남용한 불법행위"
구시대 규정으로 혁신 제동?
스폰서 광고는 IT기업들 관행
첫 번째 검색 결과만 알려주는 'AI 비서'도 EU법 위배될 수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난달 27일 구글의 쇼핑 검색 서비스가 반독점법을 어겼다며 24억2000만유로(약 3조원) 과징금을 부과한 결정이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EU의 판단이 이대로 확정되면 구글뿐만 아니라 대다수 IT 기업이 기대온 수익 모델이 뿌리부터 흔들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IT 기업들은 그동안 온라인 시장에서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해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다음 이들을 타깃으로 광고를 하거나 부가서비스를 팔아서 이익을 내는 방식을 주로 사용했다.
구글은 어떻게 돈을 벌었나구글에 광고비 낸 업체부터 쇼핑 검색결과 상단에 노출
"시장지배력 남용한 불법행위"
구시대 규정으로 혁신 제동?
스폰서 광고는 IT기업들 관행
첫 번째 검색 결과만 알려주는 'AI 비서'도 EU법 위배될 수도
지금까지 구글에서 아디다스의 운동화 모델 ‘슈퍼스타’를 검색하면 상단에 몇몇 쇼핑몰 사진과 가격 등이 제시됐다. 이 결과는 구글이 단순히 최적의 검색 결과를 내놓은 것이 아니라 돈을 내고 구글쇼핑에 가입한 업체를 위해 서비스한 것이다. 정보의 배치 순위는 당연히 클릭 수와 직결된다.
EU 집행위 분석에 따르면 PC 화면을 기준으로 구글 검색 첫 페이지 제일 위에 놓인 결과에 전체 클릭의 3분의 1 이상(35%)이 간다. 두 번째는 17%를 얻고, 세 번째는 11%로 급격히 떨어진다. 그나마 첫 페이지에 게재되면 다행이다. 첫 페이지에서 95% 클릭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 페이지의 첫 번째 정보라 해도 전체 클릭의 1%밖에 가져가지 못한다. 화면이 작은 모바일 기기에서는 이런 ‘상위 노출’이 더 많은 클릭 비중을 차지한다.
구글쇼핑 가입 업체는 클릭을 얻을 때마다 구글에 광고료를 지급한다. 구글의 주요 수입원이다. 구글 이용자의 광고와 연동된 클릭 비중은 3년 전 25%에서 최근 52%까지 상승(머클사 자료)했다. 관련 수입도 증가했다. EU 집행위가 문제삼은 대목은 가격 비교 서비스 업체가 인기가 있더라도 그 검색 결과가 아예 3페이지나 4페이지까지 밀려났다는 점이다. EU 집행위는 이것을 시장 지배적 사업자(90% 이상)의 의도적인 경쟁자 배제 전략이라고 봤다.
구글, “아마존 이베이와 경쟁 간과”
구글도 할 말이 있다. 소비자들은 특정 상품을 찾았을 때 바로 가격이 나오길 바라지 가격 비교 서비스 업체의 링크로 들어가서 재검색하길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나 이베이 등과 구글이 경쟁하고 있는 점을 EU 집행위가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켄트 워커 구글 선임부사장은 마케팅 업체 블룸리치 자료를 인용해 “전체 인터넷 사용자의 절반 이상이 아마존 검색으로 쇼핑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EU 집행위는 구글이 이미 검색 결과 상위권에 오른 것에 많은 클릭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더욱 더 많은 사람이 해당 서비스를 선호하게 되는 ‘네트워크 효과’를 악용했다고 판단했다.
구글은 유럽 법원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래도 일단 기존 구글쇼핑 광고 서비스는 중단해야 한다. 90일 내로 이를 시정하지 않으면 세계에서 올리는 매출의 5%를 일별로 계산해 추가 벌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EU 집행위가 피해를 봤다고 판단한 가격 비교 사이트 업체 등이 잇달아 구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각국 법원에 제기할 예정이다. 이미 유럽에서 세 건이 진행됐으며 앞으로 그 수가 불어날 것이 분명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AI 비서 등 문제 될 수도
이번 일은 단순히 구글 한 곳이 곤욕을 치르는 선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돈을 낸 업체에 ‘좋은 자리’를 준다는 자연스러운 관행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시장 지배적인 지위를 가진 업체가 부가 서비스를 제공해서 돈을 벌기가 쉽지 않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U가 미국 실리콘밸리의 다른 혁신 사례에 대해서도 반독점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특히 사용자 질문에 단 하나의 대답만 내놓는 인공지능(AI) 비서 등이 타깃으로 거론된다.
미국 내에서 EU 편을 드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구글로 인해 그동안 피해를 봤다고 여기는 기업들이다. 당장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옐프 등 구글과 경쟁하는 IT 회사와 WSJ 등 미디어 업체들은 EU의 판단을 지지한다는 서한을 보냈다.
이상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