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陶朱之富(도주지부)
▶ 한자풀이

陶 : 질그릇 도
朱 : 붉을 주
之 : 어조사 지
富 : 부자 부


도주지부陶朱之富도주공의 부(富)라는 뜻으로
매우 큰 부자가 된 자를 이름 -《사기(史記)》

사마천의 《사기》 ‘화식열전’은 부(富)에 관한 얘기다. 재상이나 책사는 물론 신분이 비천한 자, 목장주인 등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재산을 불려 권세를 누린 사례를 적고 있다. 사마천은 부가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날카롭게 파헤쳤다. 또 왕이나 제후들조차도 가난을 걱정했으니, 일반 백성의 근심은 당연하다고 봤다. 그는 사농공상이라는 신분질서 의식을 벗어나 아끼고 생업에 힘쓰는 것이 부를 축적하는 바른길이라고 강조했다.

“보통의 백성은 부유함을 비교해 자기보다 열 배 많으면 몸을 낮추고, 백 배 많으면 두려워하며, 천 배 많으면 그의 일을 해 주고, 만 배 많으면 그 하인이 되니, 이것이 사물의 이치다.” 화식열전에 나오는 구절은 부를 바라보는 사마천의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도주(陶朱)는 월나라의 명신 범려의 말년 이름이다. 월왕 구천은 범려의 충언을 듣지 않고 오나라와 싸워 대패했다. 하지만 20년을 절치부심한 끝에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치욕을 갚았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은 여기서 유래한 고사다. 오나라를 멸망시키는 데 큰 공을 세운 범려는 상장군이 되었지만 “나는 새가 죽으면 좋은 활은 광으로 들어가고, 날랜 토끼가 죽으면 사냥개는 삶아 먹힌다”는 말을 남기고 제나라로 건너갔다. 구천의 인물됨이 고생은 같이할 수 있어도 낙은 같이 누릴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범려는 제나라에서 이름을 치이자피로 바꾸고 장사를 시작해 엄청난 재물을 모았다. 제나라에서는 그의 비범함을 알아보고 그를 재상으로 맞아들였다. 하지만 범려는 “집은 천금의 부를 이루고 벼슬은 재상에 올랐으니 이는 평민으로서는 극치에 달한 것이다. 높은 이름을 오래도록 누리는 것은 상서롭지 못한 일이다”라고 하며 陶(도)란 곳으로 가 숨어 살며 朱公(주공)이란 이름으로 행세했다. 도주공(범려)은 후에 부자의 대명사가 되었다.

작가/시인
작가/시인
도주지부(陶朱之富)는 ‘도주공의 부(富)’라는 뜻으로 큰 부자가 된 자를 이르는 고사다. ‘그는 달랑 차표 한 장 들고 서울에 올라와 도주지부를 일궜다’ 식으로 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