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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695호 2021년 2월 22일

알면 쓸모있는 금융이야기

생물종 멸종이 정말 지구 환경에 재앙일까


오랜 세월 땅속에 묻혀 있던 공룡의 화석이 발견될 때마다 인류는 남모를 영감에 젖는다. 오랜 옛날엔 인간 크기의 몇 배에 달하는 동물들이 이 별에 살았다니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 같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공룡 만화나 영화에 빠져드는 것도 공룡이 주는 이미지가 그만큼 신비하기 때문일 테다. 중생대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이 왜 사라졌는지는 인류의 오랜 수수께끼다. 오랜 시간 동안 과학자들은 그 수수께끼를 풀고자 노력해 왔다. 그건 아이와 같은 순수한 호기심의 발로일 수도 있고 인류에게 행여 있을 그 같은 화를 피하자는 반면교사의 목적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6500만 년 전 중생대에서 신생대로 넘어갈 무렵의 급격한 기후 변화가 공룡 멸망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기후 변화를 부른 요인은 학자들에 따라 의견이 나뉜다. 현재로선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거대 운석이 떨어져 발생한 충격으로 지구의 기후가 바뀌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그 밖에 인도 데칸고원의 화산 활동에 따른 기후 변화를 주장하는 학자들도 일부 있다.

공룡의 멸망은 워낙 오래전에 있었던 일인지라 현재 인류가 가진 최신 과학으로도 완전히 알기 어렵다. 멸망 자체도 어느 한순간에 일어난 게 아니라 수천, 수만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진행됐을 거라고 하니 정확한 원인을 알기 위해선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지구에서 다섯 차례 대멸종 발생한 것으로 추정돼
일반 대중에게 생물종 멸종은 공룡이 멸망한 ‘중생대 백악기 대멸종’이 가장 유명하다. 하지만 백악기의 일이 지구에서 있었던 유일한 멸종 사례는 아니다. 지구상에 생명체가 출현한 이래 생물종 대멸종은 과학자들이 추정한 것만 고생대에 세 차례, 중생대에 두 차례 등 모두 다섯 차례나 있었다.

먼저 고생대에 대멸종이 세 차례 있었다. ‘1차 대멸종(오르도비스기)’ 때 전체 생물종의 50%, ‘2차 대멸종(데본기)’ 땐 70%가 사라졌다. 당시에 살았던 생물들로선 거의 모두에게 대재난 수준의 상황이었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3차 대멸종(페름기)’은 당시 바다 생물종의 96%, 육지 생물종의 70%를 없애 버렸다. 멸종률 96%면 사실상 바다가 텅 비어 버린 것과 같다. 이렇게 지독한 3차 대멸종을 과학자들은 따로 떼어내 ‘모든 멸종의 어머니’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그런 지독한 상황 속에서도 지구에서 생명은 사라지지 않았고 생태계는 도도히 이어졌다.

중생대의 대멸종은 두 차례였다. 먼저 ‘4차 대멸종(트라이아스기)’ 때 당시 지상을 지배하던 거대 파충류들이 공룡을 제외하고 대부분 사라졌다. ‘5차 대멸종(백악기)’이 바로 공룡이 멸종한 ‘백악기 대멸종’이다. 인류가 사는 신생대엔 아직 과거와 같은 수준의 대멸종은 없다.

과거의 대멸종 사례를 길게 얘기한 이유는 멸종이 충격적이지만 그 또한 대자연의 섭리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생물종의 출현과 멸종은 한 단일 생물 개체의 탄생과 죽음만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니 어떤 생물종이 사라졌다고 해서 이를 무조건 환경 파괴라고 단정 짓는 건 지나치다.
생물종 멸종은 항상 있어 온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지금 관측되고 있는 생물종 감소 현상이 지구상의 여섯 번째 대멸종이라고 단언할 만큼 의미 있는 규모인지 학자마다 의견이 갈린다. 몇몇 성격 급한 이들은 ‘6차 대멸종’이 진행 중이라고 단언하지만 생물종의 증감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다. 요즘도 학계엔 이제야 인간에게 발견돼 보고되는 생물종들이 있다. 생물학계는 아직 인간의 눈에 띄지 않은 생물종이 지구상에 다수 존재할 거라고 추정한다. 인간이 지구 곳곳의 생물종 현황을 모두 다 파악하고 있는 게 아닌데도 생물종이 줄어든다고 단언하는 건 아무래도 비과학적이다.

백 번 양보해 생물종의 규모가 다소 감소한 게 사실이라면 어떨까? 아주 부자연스러운, 인간이 매우 걱정해야 할 만한 일이 될까? 그렇지 않다. 멸종의 원인이 인간에 의한 환경 변화든 운석이나 화산 폭발과 같은 자연에 의한 환경 변화든 대자연은 달라진 환경에 맞춰 새로운 종을 출현시키기 때문이다.

고생대의 마지막을 장식한 3차 페름기 멸종으로 지구 생물종의 절대다수가 사라졌지만 뒤이은 중생대에 생태계는 다시 새로운 종들로 지구를 가득 채웠다. 4차 트라이아스기 멸종으로 대부분의 파충류가 소멸한 덕에 공룡은 별다른 경쟁 없이 지구상의 지배적인 종이 될 수 있었다. 5차 백악기 멸종이 없었다면 공룡의 시대는 더 오래 지속됐을 테고 그러면 인류가 지구를 지배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가끔 신문을 보면 한반도 주변 바다의 수온이 달라져 어족 지형이 바뀌었다는 보도를 접하곤 한다. 그걸 두고 일부에선 환경이 파괴된 증거라고 주장하며 두려워한다. 하지만 과거 명태와 도루묵이 잡히던 어장이 오징어나 멸치가 잡히는 어장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바다 생태계가 파괴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

생물종의 순환은 체육 대회의 이어달리기 경기에서 선수들이 바통을 주고받는 모습과 비슷하다. 그전까지 존재하던 생물들이 사라지면 빈자리를 새로운 생물들이 차지한다. 또 이들이 사라지면 그 빈 공간을 다시 새로운 생물들이 넘겨받는다. 생물종은 멸종하는 게 아니라 서식 환경 변화에 따라 종의 분포가 변화하는 것이다. 환경 파괴가 아니라 환경 변화, 생물종 멸종이라기보다 생물종 변화라고 부르는 게 중립적인 표현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생물종은 마치 멸종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언제나 변화하는 중이다.
√ 기억해주세요
지구상에 생명체가 출현한 이래 생물종 대멸종은 과학자들이 추정한 것만 고생대에 세 차례, 중생대에 두 차례 등 모두 다섯 차례나 있었다. 생물종의 순환은 그전까지 존재하던 생물들이 사라지면 빈자리를 새로운 생물들이 차지하는 것이다. 환경 파괴가 아니라 환경 변화, 생물종 멸종이라기보다 생물종 변화라고 부르는 게 중립적인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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