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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690호 2021년 1월 11일

국어와 영어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신년 ''일출''과 새해 ''해돋이''


신축년 새해가 열렸다. 예전에 음력을 쓰던 시절에는 한 해의 첫째 달을 ‘정월(正月)’이라고 했다. 거기서 ‘정초(正初)’라는 말이 나왔다. 정초란 정월 초하룻날, 즉 그해의 맨 처음을 뜻한다. 또는 정월 초승을 나타내기도 하는데, 이는 초하루부터 며칠 동안을 가리키는 말이다. 보통은 이런 뜻으로 정초를 많이 쓴다.
이중과세하는 우리 풍습…‘해맞이’도 두 번
‘초승’은 그달의 초하루부터 처음 며칠 동안을 뜻하는 말이다. 한자어 초생(初生)에서 음이 변해 완전히 우리말로 정착한 단어다. 예전에 초생달이라고 하던 말이 현행 표준어 규정에서는 ‘초승달’로 바뀐 것도 그런 까닭이다.

‘원단(元旦)’이란 말도 많이 쓴다. ‘으뜸 원, 아침 단’ 자로 새해 아침을 뜻한다. 한자 단(旦)은 대지 위로 해가 막 올라오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동이 트다’라는 뜻을 지녔다. 모두 음력을 쓰던 시절 얘기다. 양력 1월 1일에 이어 명절로 쇠는 음력 1월 1일(설)까지 정초를 두 번 치르는 우리 풍습에서는 자연스레 한 달여를 정초로 보내는 셈이다. 기분상 그렇다는 얘기다. 이즈음에도 정초니 원단이니 하면서 한 해의 출발을 다짐하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새해 첫 업무를 시작하는 날에 맞춰 기업 등 직장에서는 시무식을 연다. 정당 등 단체나 기구에서는 단배식을 한다. ‘단배식(團拜式)’은 우리말에서 좀 독특한 위치에 있는 말이다. 일상에서는 거의 쓸 일이 없고, 연중 정초에만 쓰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널리 알려진 데 비해 국어사전에는 비교적 늦게 표제어로 오른 말이기도 하다. 유난히 이 말은 사회 공공단체, 특히 정당 등 정치권의 신년 행사를 가리킬 때 쓰인다는 점도 특이하다.

단배식은 ‘단체 단(團), 절할 배(拜)’ 자로, ‘단체 따위에서 여럿이 모여 한꺼번에 절을 하는 의식’을 말한다. 중국에서도 같은 글자를 쓴다. 우리말에서는 한글학회가 1957년 완간한 <조선말 큰사전>만 해도 이 말이 없었다. 삼성출판사의 <새 우리말 큰사전>(1986년 수정증보판) 등 비슷한 시기의 대사전에서도 이 말을 다루지 않았다. 그러다가 국립국어원에서 1999년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 표제어로 올랐다.
한자어보다 고유어가 살갑고 정겨워
하지만 신문 기사를 통해 보면 우리말에서 이 말이 쓰인 역사는 더 오래됐다. 해방 뒤 제헌국회 시절인 1949년 12월 26일자 조선일보는 ‘新年團拜式(신년단배식) 國會(국회)서 擧行(거행)’이란 제목으로 이듬해 1월 1일에 열릴 국회 신년인사회를 전했다(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재미있는 것은 다른 신문도 이 단배식 기사를 실었는데 여기서는 ‘旦拜式(단배식)’으로 적었다(경향신문 1949년 12월 31일자). ’새해 아침‘을 강조한 말이다. 당시만 해도 이 말이 정립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후 50여 년이 흘러 국어사전에 오른 단배식은 모일 단(團) 자를 쓴 團拜式 하나뿐이다.

정치권에서 관행적으로 이 말을 써왔으나, 요즘은 좀 더 쉬운 ‘신년인사회’로 바뀌는 추세다. 특정 조직에서 쓰는 말보다 대중이 두루 사용하고 이해할 수 있는 말이 좋다.

올해 설은 2월 12일이다. 우리 풍속에서는 이때 다시 ‘해맞이’를 한다. 이 말은 송구영신의 ‘영신(迎新)’에 해당하는 고유어이다. ‘해돋이’는 해가 막 솟아오르는 때를 가리킨다. 한자어로는 ‘일출(日出)’이다. 해돋이의 반대말이 ‘일몰(日沒)’, 우리말로는 ‘해넘이’이다. 굳이 한자어를 배제할 필요는 없지만, 기왕이면 고유어를 쓰면 더 좋다. 고유어는 말 자체가 살갑고 정겨운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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