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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668호 2020년 6월 15일

4차 산업혁명 이야기

[4차 산업혁명 이야기] 데이터 경제시대에 측정되지 않는 가치의 중요성


모든 것을 측정할 수 있는 시대다. 사물인터넷과 5G(5세대)로 구축된 빅데이터에 인공지능 분석 기술까지 더해진다면, 인간의 감각으로 찾아내지 못한 연결고리도 발견할 수 있는 시대다. 앞으로 더 많은 센서가 더욱 더 다양한 영역에서 사람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쪼개고, 측정할 것이다.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는 데이터를 많이 모을수록 우리가 최상이라고 생각하는 목표치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믿는다. 많은 기업과 정부가 데이터 중심의 경제가 가속화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측정되지 않는 가치의 중요성

하지만 오늘날 데이터에 대한 관심은 측정된 데이터 그 자체에만 집중돼 있다. 측정되지 않는 가치의 중요성을 살펴보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인도 소액금융의 몰락은 측정된 데이터에만 집중하면 어떤 위험에 직면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비제이 마하잔은 인도 소액금융의 선구자다. 마하잔이 소액금융을 시작한 계기는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경제학 교수 무함마드 유누스가 설립한 그라민은행이었다. 유누스는 1970년대 방글라데시를 휩쓴 기근을 돕기 위해 사재를 털어 가난한 여성들에게 소액의 자금을 빌려주는 그라민은행을 설립했고, 여성들은 이 돈으로 대나무 가구를 만드는 사업을 시작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대출금이 소액이었던 만큼 상환율도 높았다. 이를 본 마하잔은 1996년 BASIX를 설립해 은행 문턱을 넘기에는 너무나 가난했던 인도의 많은 사람에게 소액을 대출해주는 사업을 시작해 재기의 발판을 제공해줬다. 이후 인도에서 소액금융산업은 빠르게 성장했고, 해외로부터 벤처자본 투자가 가세하자 그 속도는 배가 되었다. 2008년 4월부터 2010년 7월 사이 무려 5억달러가 소액금융산업에 유입됐다. 대출자는 계속해서 늘어났고, 부채상환율은 97%로 집계됐다.

문제는 집계된 숫자 너머에 있었다. 2009년 월스트리트저널은 인도 소액금융의 거품을 지적하는 기사를 실었다. 빠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무엇보다 부채상환율이 여전히 높았던 터라 기사의 내용은 과장된 우려처럼 보였다. 하지만 기사에 소개된 현실은 달랐다. 소액금융의 중심지인 인도의 안드라프라데시에서는 600만 명의 대출자가 900만 건의 대출을 하고 있었다. 복수의 대출자가 많다는 의미다. 점점 소액대출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증가 추세였고, 월 수입이 9달러에 불과한데도 소액대출을 받으라는 제안을 받았다는 사례도 소개됐다. 더 심각한 것은 이들이 대출한 자금을 자신의 소득을 증가시키는 일에 사용하지 않고, 부족한 생활금을 보충하는 데 사용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복수의 대출자가 많았던 배경에는 빌린 돈을 갚기 위해 다시 돈을 빌리는 돌려막기 행태에 있었던 것이다. 돌려막기가 끝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우려한 대로 머지않아 수많은 사람이 빚을 갚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결국 정부는 2010년 모든 소액대출을 갚을 필요가 없다고 선언하게 된다.

측정되지 않는 진짜 위협

소액금융산업을 급속도로 키운 핵심 요인은 ‘건실한 부채상환율’이었다. 소액대출금은 성장의 마중물로 큰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갚기에 부담이 없는 금액이었으므로 높은 상환율을 기록하는 인도의 소액금융산업은 많은 투자자가 성장의 가능성을 엿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들이 간과했던 점은 부채상환율 자체는 해당 산업의 건전성이나 소액금융의 발생지인 안드라프라데시 지역의 미래 전망을 측정한 지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당초 마하잔이 소액금융을 시작한 의도는 가난한 인도 사람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고자 함이었지 소액금융산업의 성장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었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측정된 수치들을 활용한다. 언제나 수치는 객관적이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 대상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터로 집계된 수치는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것에 한정될 때가 많다. 단기적인 현상을 표현하는 도구라는 의미다. 장기적인 목표는 측정된 데이터의 표면에 드러나 있지 않다. 비나 벤카타라만 MIT 교수는 저서 《포사이트》에서 데이터를 표면적으로 해석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행위는 운전할 때 창문 앞에 펼쳐진 다양한 상황을 보지 않고, 계기판만 주시하면서 운전하는 것과 같다고 표현한다.

장기적인 가치의 추구

물론 측정된 데이터의 가치는 매우 중요하다. 데이터를 통해 현재의 위치와 처한 상황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터 자체에만 집중한다면 단기적인 현상에 매몰돼 장기적인 방향을 잃을 수 있다. 인생을 평가하는 잣대는 소소한 증가분이 아니라 전체의 합계가 돼야 한다고 설파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도 이와 같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평가할 수 있는 것을 기준으로 스스로를 평가한다면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는 노력의 방향과 의미를 놓치고 말 것이다. 데이터가 디지털 경제 시대의 핵심 자산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데이터는 어디까지나 근본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따져보려는 노력이 디지털 전환시대에 데이터를 활용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첫걸음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 포인트

디지털 시대 핵심 자산인 데이터는
근본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
데이터 측정과 분석 이유 명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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