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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667호 2020년 6월 8일

Cover Story

''효율 지상주의'' 벗어나 위기관리로…키워드가 바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에서 기승을 부리던 지난 2월 19일. 태평양 건너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가 있는 애플은 “2분기(1~3월) 매출 가이던스(기업이 공개한 예상 실적) 달성이 불가능해졌다”고 선언했다. 아이폰 생산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중국 위탁생산 공장이 줄줄이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됐기 때문이다. 비용과 생산 효율성을 고려해 중국에 생산기지를 몰아넣은 것이 부메랑이 된 것이다. 애플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베트남 태국 등으로 생산기지를 분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유동성 확보 위해 일정 현금 비율 가져간다

그동안 기업경영의 절대 가치는 ‘효율성’이었다. 저비용 국가로의 생산기지 집적화(클러스터), 대량 생산, 재고 최소화 등을 통해 ‘비용과 시간을 지배하는 것’이 기업 경영자의 최고 덕목으로 평가됐다. 그랬던 기업 경영이 코로나19 이후 변하고 있다.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사슬이 순식간에 붕괴되는 것을 보면서 효율성 이면에 가려진 ‘위험(리스크)’이 부각되면서다.

코로나19 시대 기업들은 앞다퉈 현금 비중을 높이고 있다. 영업활동 중단으로 인해 자금이 언제 부족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들도 평소에는 쳐다보지 않던 기업어음(CP) 발행 시장을 최근 들어 살펴보기 시작했다. 일부 대기업은 CP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기업의 성쇠를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이 ‘현금’이라는 것을 코로나19 쇼크를 통해 기업 경영자들이 몸소 느끼고 있어서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적어도 6개월 이상 버틸 수 있는 현금의 중요성을 깨달았을 것”이라며 “삼성전자처럼 일정 수준 이상의 사내유보금을 항상 갖고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경영전략’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위험관리 경영의 구체적인 모습은 어떨까. 지역 내 ‘더블 생산체제’를 구축하는 글로벌 기업이 증가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지금까지 글로벌 기업들은 각각의 지역 거점을 뒀다. 인접한 두 국가에 생산거점을 따로 마련하는 것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시설 인가, 관리 등과 관련해 두 배의 비용이 들어갈 게 뻔했기 때문이다.

앞으론 분산이 대세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예컨대 말레이시아에 화학공장을 세운 기업이 태국이나 베트남에도 비슷한 생산기지를 건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틱 판트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데이터연구가는 “기업들이 위기 때 시스템의 복원력을 중시하고 공급망을 분산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일부 저비용 지역에서 아웃소싱과 생산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 사슬에 더 많은 중복성을 구축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재·부품 조달처 역시 복수로 선정하는 게 당연시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산 부품에 의존하던 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현재까지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중국산 와이어링하네스 공급이 끊기자 공장을 세워야 했던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 조치 때문에 복수 공급처 확보의 중요성을 절감한 한국 기업들의 움직임이 더 빨라질 전망이다.

재고 관리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재고는 곧 폐기물’로 여겨지던 트렌드가 코로나19에 따른 부품 공급 대란 이후 바뀌고 있어서다. 제조업체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던 ‘저스트인타임(just in time)’, 즉 재고를 하루치 이하로 최소화하면서 생산하는 시스템을 버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진국 배재대 무역물류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소재 공급처 다변화와 함께 재고를 많이 쌓아놓고 가려 노력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20%를 재고로 두고 있었다면 앞으로는 30~40% 정도로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이 맞닥뜨릴 장애물도 적지 않다. 증가하는 재고비용과 물류비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산업계와 학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해답으로는 기술이 꼽힌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공급망관리(SCM)를 고도화하고 세계 부품 공급회사 등과 데이터 공유라인을 구축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성과평가 시스템 세밀화될 전망

생산공정은 ‘스마트’해질 전망이다. 스마트공장은 제품 생산 과정을 정보통신기술(ICT)로 통합해 기업의 생산성, 품질 등을 향상시키는 첨단 지능형 공장을 말한다. 궁극적으론 ‘무인화 공장’이 스마트공장의 최종 단계로 꼽힌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영향으로 스마트공장의 확산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LS는 코로나19 이후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스마트공장 확산’을 제시하기도 했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최근 열린 한 토론회에서 “5G와 AI, 빅데이터, 가상현실 등이 빠르게 공장에 보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해외 생산시설에 대한 ‘원격 컨트롤’이 확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공급망(서플라이체인)의 디지털화가 촉진될 것이란 얘기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은 “핵심 자원을 국내에 두고 해외 생산기지를 원격으로 조종하는 움직임이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인사제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직원 근무 형태와 관련해선 ‘재택근무 확산’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재택근무가 보편화하면 인사제도와 기업 문화 전반에 큰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우선 성과평가 시스템이 더 객관적이고 세밀하게 바뀔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떨어져 근무해야 하는 재택근무의 특성 때문이다. 개별 직원에 대한 직무 할당이 명확해야 하고, 직원도 자신의 성과를 명확하고 세세하게 상사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정수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hjs@hankyung.com

NIE 포인트

①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경영 효율화보다 위험 최소화를 추구하는 기업경영전략이 지속될까.
② 기업들이 현금과 재고를 쌓아둘 경우 관리비용이 증가할 텐데 수익성을 만회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③ 스마트공장과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기업의 고용 규모가 정체되거나 줄어들 가능성이 큰데 구직자 취업을 증진시킬 방안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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