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휴이노가 개발한 메모워치
환자가 손가락만 갖다대면
AI가 심전도 데이터 분석
부정맥 조기 진단 가능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오른쪽 첫 번째)이 지난 3월 휴이노 연구개발센터를 찾아 길영준 휴이노 대표(두 번째)로부터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오른쪽 첫 번째)이 지난 3월 휴이노 연구개발센터를 찾아 길영준 휴이노 대표(두 번째)로부터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환자가 스마트워치로 건강 데이터를 측정한 뒤 의사에게 전송하면 의사가 이를 진료에 활용하는 시대가 열렸다.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휴이노에서 개발한 스마트워치가 지난달 18일 제품 상용화 마지막 단계인 건강보험 시장 진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먼 거리에 있는 의사가 환자 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관찰하는 원격 모니터링 시대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평가다.

웨어러블 기기 활용한 비대면 서비스 상용화

휴이노가 개발한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인 메모워치.
휴이노가 개발한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인 메모워치.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리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A씨. 심전도 측정 장비인 홀터 장비를 차고 검사를 받았지만 별다른 이상이 확인되지 않았다. 몇 달간 고생하던 A씨는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스마트워치인 ‘메모워치’ 임상에 참여했다. 시계처럼 생긴 기기를 차고 집에서 매일 심전도를 쟀다. 걸린 시간은 30초다. 이를 통해 의사가 진단한 병명은 부정맥이었다.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는 질환이다. 몇 달간의 고생이 며칠 만에 끝났다.

휴이노의 메모워치는 환자가 시계를 차고 센서에 손가락을 대면 심전도를 측정해 주는 기기다. 이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해 문제가 있으면 의사에게 실시간으로 내용을 전송한다. 의사는 이를 보고 ‘병원에 오라’고 안내할 수 있다.

길영준 휴이노 대표는 부산대 컴퓨터공학과 겸임교수로 근무하던 2014년 회사를 창업했다. 메모워치 제품 개발은 이듬해인 2015년 완료했다. 스마트워치로 심전도를 재는 첫 모델이다. 애플, 삼성전자에서 개발한 심전도 측정 스마트워치 모델보다도 빨랐다.

하지만 제품이 실제 출시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국내에서는 아직 나온 적이 없는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차일피일 늦어지던 상용화의 첫발을 뗀 것은 지난해 2월이다. 정보통신기술(ICT)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사업 1호 과제로 선정되면서다. 한 달 뒤인 3월 메모워치는 국내 처음 웨어러블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보건복지부도 제품 출시에 힘을 실어줬다. 올 3월 의사가 환자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다가 병원에 오라고 단순히 안내하는 것은 현행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유권해석은 정부가 특정한 사안에 대해 현행 법에 위반하는지, 아닌지 등을 판단해 주는 것이다.

“병원 오세요” 단순 안내는 의료법 위반 아냐

현행 의료법에 따라 의사가 먼 거리에 있는 환자를 원격으로 진료할 때는 환자 곁에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이 있어야 한다. 의사-의료인 간 원격 협진이다. 의사가 먼 거리에 있는 환자를 전화 등으로 진료하거나 약을 처방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다.

환자가 보낸 데이터를 먼 거리에 있는 의사가 주기적으로 관찰하는 것은 원격 모니터링이라고 한다. 메모워치는 환자가 측정한 심전도 데이터를 의사가 보고 판단해 병원에 오도록 안내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원격 모니터링의 기본적인 형태다.

하지만 이런 의사의 행동이 진료 범위 안에 포함되는지는 모호했다. 지금까지 웨어러블 기기로 환자 데이터를 잰 뒤 의사가 이를 보고 병원에 오라고 안내하는 서비스가 나오지 못했던 이유다. 복지부의 유권해석이 제품 출시를 가로막고 있던 규제를 풀어준 셈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18일 의사가 진료를 위해 휴이노의 메모워치를 활용하면 기존 심전도 기기인 홀터로 측정하는 것과 같은 비용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2만2000원 정도다. 국내에서 의사가 특정한 의료행위를 한 뒤 진료비를 받으려면 해당 행위가 건강보험 항목에 포함돼야 한다. 심평원 판단에 따라 의사는 환자에게 메모워치를 활용해 심전도를 측정하도록 처방할 수 있게 됐다.

인공지능 활용…오프라인 검사보다 효율적

메모워치가 건강보험 문턱까지 통과하면서 제품 개발 5년 만에 상용화를 위한 모든 단계를 마쳤다. 업체 측은 고가의 심전도 검사 장비가 없는 동네의원에서 메모워치 활용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메모워치와 같은 비용의 기존 홀터 검사는 환자가 가슴에 전극을 붙이고 생활한 뒤 병원에 가면 의료진이 데이터를 분석해 심장에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24시간 심전도를 재면 A4용지로만 2880장 분량의 데이터가 나온다.

메모워치는 인공지능을 활용한다.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분석해 비정상 신호를 잡아낸다. 메모워치가 건강보험 시장의 문을 열면서 다른 웨어러블 기기가 추가로 건강보험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길 대표는 “비대면 심전도 모니터링이 보편화하면 부정맥 조기 진단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며 “이로 인해 뇌졸중 등 중증질환으로 발전하는 환자 비율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한국경제신문 바이오헬스부 기자 bluesky@hankyung.com

NIE 포인트

① 통신기기를 활용해 비대면으로 진단하는 원격모니터링과 원격의료의 차이는 무엇일까.
② 기술 발전이 기존 시장 참여자의 이해와 충돌할 때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③ 인공지능 의료가 보편화되면 환자와 의사의 인간적 교감이 어려워지는 등 의료현장의 인간성 상실 현상이 발생할 우려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