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윗사람을 농락해 권세를 멋대로 휘두르다 - 사기 -
▶ 한자풀이

指 가리킬 지
鹿 사슴 록
爲 위할 위
馬 말 마


조고는 중국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을 섬기던 환관이다. 간신은 거짓충성을 다하다 주군이 죽으면 바로 돌아선다. 조고가 그랬다. 그는 진시황이 죽자 유서를 위조해 태자 부소를 죽이고 호해를 2세 황제로 세웠다. 어리석은 호해를 황제에 올려놓고 권력을 마음대로 휘둘렀다.

승상(재상)까지 꿰찬 조고는 어느 날 중신들의 속내가 궁금했다. 그는 사슴 한 마리를 어전에 갖다 놓고 호해에게 말했다. “이것은 참으로 좋은 말입니다. 폐하를 위해 어렵게 구했습니다.” 호해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승상은 농담이 심하시오. 어찌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시오(指鹿爲馬).” “아닙니다. 이건 분명 말입니다.”

조고가 짐짓 우기자 호해가 중신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공들의 눈에도 저게 말로 보이오?” 조고가 두려운 대다수 중신은 말이라 했고, 뜻이 굳은 일부만 사슴이라 했다. 조고는 사슴이라 한 모두를 다른 죄를 씌워 죽였다. 역사에 뒤가 맑은 간신은 거의 없다. 그는 유방의 군대가 진의 수도 함양으로 올라오자 호해를 죽이고 부소의 아들 자영을 3세 황제로 옹립했다. 자영은 호해와 달랐다. 그는 등극 즉시 조고를 주살해버렸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지록위마(指鹿爲馬)는 《사기》가 출처다.

스스로 높아지려고 애쓰는 자는 남들이 그를 끌어내린다. 이름을 들어 말하지 않고, 지위를 들어 말하지 않고, 인맥을 들어 말하지 않아도 남들은 안다. 그가 누구인지를. 권세는 남이 보기에 아름다워야 빛이 난다. 세상에 홀로 빛나는 건 적다. 태양이 있기에 그 빛이 고운 것이다.

신동열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