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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기술발전과 플랫폼의 진화: 비디오방에서 넷플릭스로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낯서니까요. 늘 익숙한 환경에 생소한 것이 나타나면 경계부터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죠. 사람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동물들도 그렇죠. 서식지 옆에 새로운 것이 있으면 짐승들은 주위를 빙빙 돌면서 간을 봅니다. 없던 게 생겼다는 거죠. 새로 등장하는 기술도 그런 경계심을 낳습니다. 물론 새로운 것을 즐기는 부류도 있습니다. 얼리 어댑터(early adoptor)들이죠.[1] 새로운 것은 언제나 소수로 시작합니다. 당연하겠지요. 소수가 다수가 되는 것, 그것이 문명화의 메커니즘입니다. 이것은 찰스 다윈이 말한 진화론과 매우 비슷한 궤적을 그립니다. 처음에 변이(소수)가 생깁니다. 이것이 서서히 환경에 적응하죠. 그리고 가장 잘 적응한 것이 선택되어서 다수로 재생산된다는 설명입니다. 플랫폼이라는 사업 영역이 딱 이렇습니다. 신문이라는 플랫폼을 예로 들어 볼까요? 옛날(?) 사람들은 종이신문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뉴스를 접했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인터넷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플랫폼 형태가 온라인으로 변했습니다. 지하철에서도, 바닷가에서도, 해외에서도 ‘OO닷컴’이라는 언론사 플랫폼에 접속합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컴퓨터와 온·오프라인 네트워크 기술이었습니다. 인터넷이죠. 인터넷도 처음엔 ‘소수’였습니다. 지금은 필수 기술이 됐지만요.[2] 넷플릭스라는 OTT(Over the Top:실시간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이 등장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Over the Top’이라는 뜻은 ‘Top을 넘어서’라는 것인데, 이것은 셋톱박스 없이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콘텐츠를 시청한다는 의미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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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랫폼 기업, 파괴자인가 창조자인가

    최근 온라인 법률서비스 플랫폼인 ‘로톡’과 변호사를 대표하는 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 사이에서 빚어지고 있는 갈등이 헌법소원으로까지 불거졌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퍼지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와 기존 오프라인 사업자 사이의 갈등이 헌법적 가치에 대한 물음으로까지 옮아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지난달 31일 변협의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이 변호사의 직업 수행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앞서 변협은 지난달 3일 이사회를 열어 법률 플랫폼을 통한 홍보를 오는 8월부터 전면 금지하는 규정 개정안을 통과시켰죠. 로톡은 온라인과 모바일 앱으로 변호사들의 주력 분야와 활동 지역 등을 광고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입니다. 소비자는 한꺼번에 여러 변호사의 이력을 비교하고, 수임료도 미리 확인할 수 있죠. 변협은 로톡의 변호사 중개 서비스가 ‘경제적 대가를 받고 변호사를 소개·알선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몇 차례 고발에도 로톡이 무혐의 처분을 받자 변협은 내부 규정을 개정해 ‘로톡을 이용하면 징계하겠다’고 변호사 단속에 나선 것입니다. 로앤컴퍼니는 “시대 착오적”이라고 반발하고 있죠.로톡 같은 플랫폼 사업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을 이용해 제품·서비스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해 주는 비즈니스입니다. 4차 산업혁명 바람을 타는데다 판매자와 소비자가 서로 쉽게 연결될 수 있는 장점에 힘입어 성장하는 산업이죠.하지만 기존 제품·서비스 사업자는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된다며 거세게 반발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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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률·의료·부동산중개까지…플랫폼 기업 '영역 확장'

    플랫폼 사업은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일로 돈을 버는 사업입니다. 유튜버가 동영상을 올리면 네티즌이 찾아보게 하는 유튜브, 판매자가 상품을 올리면 소비자가 검색해서 사도록 연결해 주는 쿠팡처럼 무대(플랫폼)를 만들어놓고 공급자와 수요자가 알아서 맘껏 뛰놀게 해 줍니다. 쿠팡처럼 공급자로부터 받는 수수료나 유튜브처럼 소비자를 겨냥한 광고로 수익을 얻는 구조입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untact) 문화가 확산하면서 플랫폼 사업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기존 사업자와 갈등플랫폼 사업자들이 여러 분야에서 서비스에 나서며 오프라인 기반의 기존 사업자들과 갈등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기존 사업자들은 플랫폼 업체가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공격하고 플랫폼 사업자는 기술혁신으로 보다 쉽고 편리하게 수요·공급을 연결해 준다고 반박합니다.이런 갈등은 변호사나 의사 등 전문직 업계도 예외가 아닙니다. 변호사와 법률소비자를 연결해 준다며 2014년 출범한 법률 플랫폼 ‘로톡’은 올초 기준 4000여 명의 변호사가 가입해 있고 로톡을 통한 거래액도 1000억원대를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변호사 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는 로톡이 중개 수수료가 아닌 변호사로부터 광고비를 받는 방식인데 사실상 경제적 대가에 따라 변호사를 소개해 주는 알선에 해당돼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강남언니’ ‘바비톡’ 같은 성형·미용 정보 플랫폼과 의료계도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강남언니와 바비톡은 모바일로 의료 정보를 제공하고 병원 예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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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운드리 1위 TSMC의 질주…'고립무원' 대만 위상 높였다

    1980년대 한국 싱가포르 홍콩과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龍)’으로 주목받다가 중국의 급부상으로 국제적으로 고립됐던 대만(臺灣·Taiwan). 최근 대만이 반도체 경기 활황과 지정학적 국제정세 변화에 힘입어 국가 위상을 높이고 있습니다. 남한의 3분의 1 면적(3만6193㎢)과 2분의 1도 안 되는 인구(2020년 기준 2357만 명)인 섬나라 대만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소국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죠. 국민소득 한국 역전 가능성네 마리 용 가운데 으뜸으로 꼽히던 대만은 중국이 국제사회에 본격 등장하면서 국제적 위상이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면서 국교를 맺으려면 대만과의 관계를 끊으라는 압력에 우리도 1992년 중국과 수교하며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했습니다. 경제협력을 내세운 중국의 요구에 2018년 도미니카와 파나마가 단교하는 등 대만과 공식 외교관계를 유지하는 나라는 20개국을 밑돌았죠. 국제적 고립 속에 대만은 경제발전도 상대적으로 더뎌 1인당 국민소득(GNI) 부문에서 2003년 한국에 추월당했습니다.그러던 대만이 꾸준히 경쟁력을 높였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가 불황에 휩싸였지만 대만은 3.1% 성장하며 성장률에서 30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2.3%)을 앞질렀습니다. 중국 출신 화교가 많고 중국 의존도가 큰 싱가포르가 지난해 경제성장률 -5.4%로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한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고, 중국에 반환된 홍콩 역시 -6.1%로 국가보안법 반대 집회가 시작된 2019년(-1.2%)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인 것과 대조됩니다. 올해 대만 경제성장률이 한국보다 높은 4%대를 기록한다면 1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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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지만 강한 나라 '강소국'이 사는 법

    ‘작은 거인’이라는 표현은 참 멋집니다. 몸집이라는 하드웨어는 작지만 그 몸과 정신이 만들어내는 소프트웨어는 위대하다는 의미겠지요. 언어가 뿜어내는 은유와 대비의 아름다움이 ‘작은 거인’ 속에 깃들었습니다. ‘작지만 강한 나라’는 어떤지요? 인구와 면적 중 하나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비록 작지만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 국민성을 가진 나라라는 인식을 줍니다. 우리는 이런 나라들을 ‘강소국(强小國)’이라고 부릅니다.세계 지도를 펴놓고 보면 우리는 대륙별로 강소국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아시아에선 대만, 싱가포르가 가장 눈에 띕니다. 대한민국은 강소국이라기엔 좀 큽니다. 강대국은 아니지만 강중국은 될 듯합니다. 대만은 우리나라의 경상남북도를 합친 크기의 작은 나라지만, 어느 나라에도 지지 않는 강한 중소기업 경제를 구축한 ‘큰 나라’입니다. TSMC라는 반도체 제조회사는 미국이 부러워할 만큼, 그래서 중국으로부터 보호해줄 만큼 높은 경쟁력을 지녔습니다. 싱가포르는 면적과 인구면에서 모두 서울보다도 훨씬 작지만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경제 자유도와 개방성을 앞세워 부자 나라가 됐습니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해양 물류 기지라는 점을 경제자유와 개방성과 엮어서 특화한 결과입니다. 싱가포르의 1인당 국민소득은 이미 한국의 두 배를 넘었습니다.중동 지역에선 이스라엘과 카타르가, 유럽에선 스위스,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핀란드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스라엘은 늘 이슬람 국가들과 분쟁을 겪지만 강소국의 지위를 잃지 않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이스라엘의 강점인 혁신 경제가 있습니다. 생명과학,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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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소국의 공통점: 경제자유도, 개방성, 혁신정신이 높아요

    ‘작지만 강한 나라’를 꼽을 때 우리는 몇 가지 기준을 적용해야 합니다. 나라가 작다고 할 때 우리는 첫째 국토 면적, 둘째 인구수를 잣대로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강한 나라’는 무엇을 기준으로 잴 수 있을까요? 객관적인 지표로 우리는 대개 1인당 국민소득, 국민총생산(GDP), 군사력 규모를 따질 겁니다. 국민의 행복 정도를 잣대로 사용하면 어떠냐는 시각도 있습니다만, 행복은 매우 주관적이어서 국가끼리 비교하기가 어렵습니다. 행복은 개인 사이에서도 천차만별인 게 사실이죠.세계 지도를 펴놓고 국토 면적이 작거나 인구가 적거나, 하지만 잘사는 ‘강소국들’을 한번 뽑아보세요. 어떤 나라가 떠오르나요? 아시아 쪽에서 싱가포르가 먼저 생각나는군요. 이 나라는 어촌에서 출발한 강소국입니다. 싱가포르의 국토 면적은 728.3㎢로 서울 면적인 605.2㎢보다 조금 더 큽니다. 인구수는 587만 명으로 서울 인구 998만 명보다 400만 명가량 적습니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은 6만3900여달러 수준으로 세계 톱 10에 듭니다. 우리나라 3만1400여달러보다 2배 더 많습니다. 강소국이라고 할만 합니다.서쪽으로 가볼까요? 이스라엘은 강소국입니다. 이스라엘의 면적은 겨우 2만㎢입니다. 대한민국 면적 10만㎢의 5분의 1 크기입니다. 인구는 830만 명 정도로 서울보다 적습니다. 1인당 소득은 4만2800여달러에 달합니다. 중동에도 강소국은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카타르가 눈에 들어오는군요. 석유가 땅에서 솟는 나라들입니다.유럽으로 건너가면 강소국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스위스, 스웨덴, 핀란드, 벨기에, 아일랜드가 있습니다. 국토 면적과 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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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녀 인구, 소와 말의 숫자 기록…통일신라때도 통계 작성

    통계(統計)를 뜻하는 영단어 Statistics는 확률 또는 상태를 의미하는 라틴어 Statistcus와 Statisticum, 혹은 나라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Statista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원부터 국가의 운영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죠. 수천 년 전부터 국가는 세금을 걷기 위해 인구조사를 했을 것입니다. 현존하는 우리의 가장 오래된 기록인 통일신라시대의 민정문서를 보면 조세와 노동력 파악을 위해 서원경(지금의 청주지역) 4개 촌락의 노비를 포함한 남녀 인구수, 소·말의 숫자, 뽕나무 그루수 등이 자세히 적혀 있다고 합니다. 1239건의 국가승인통계오늘날에도 통계는 현상에 대한 이해와 국가 간 비교 등을 위해 국가 등 공신력 있는 곳에서 작성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 6월 현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금융기관, 공기업, 각종 협회 등 427개 기관에서 1239건의 각종 ‘국가승인통계’를 작성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인구주택총조사통계는 5년마다 발표됩니다. 국가통계포털에 들어가면 각종 통계자료를 다 볼 수 있어요.공공부문 이외에 민간에서도 필요에 따라 통계를 작성합니다. 예컨대 제빵업체에서는 날씨 통계와 제품 판매량을 토대로 27도 이상의 맑은 날씨에는 샌드위치가 가장 잘 팔리고, 비가 오는 20도 안팎 날씨에는 소시지빵 등 고명을 올린 조리빵이 잘 팔린다는 등 분석을 해서 생산계획에 반영한다네요.통계는 수량적 자료들을 있는 그대로 다 모으는 기술통계와 모집단에서 일부 표본을 추출해 조사한 뒤 모집단 전체의 특성을 추정하는 추리통계로 나뉘기도 하고 조사시기에 따라 월이하, 분기, 반기, 연간, 1년 이상으로 세분하거나 작성방법에 따라 각종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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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계, 숫자에 담긴 함정을 피하려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0일 “1분기 소득 분배 상황이 크게 개선돼 코로나19 이전보다 크게 나아졌다”고 발표했습니다. 통계청이 매 분기 발표하는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 불평등 정도를 가늠하는 ‘5분위 배율’이 좋아졌다는 근거에서입니다. 소득 상위 20%의 평균 소득을 하위 20%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수치가 높을수록 불평등이 악화하고 낮을수록 완화했음을 의미합니다.올해 1분기 5분위 배율은 6.30배인데 올해 처음으로 1인 가구를 포함해 계산한 수치입니다. 지난해까지는 2인 이상 가구만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1인 가구까지 포함했다고 가정하면 지난해 1분기 6.89배에서 올해 수치가 낮아졌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1분기 공식 발표된 5분위 배율은 5.41배입니다. 공식 발표 수치만 비교해 보면 불평등이 악화한 것이죠. 정치권과 야당에서는 정부에서 불평등 정도가 개선됐다고 홍보하기 위해 2인 가구 이상에서 1인 가구 포함까지 기준을 달리 해 통계를 왜곡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통계는 자연·사회 현상을 숫자로 계량화한 정보입니다. 통계를 내는 것은 시간과 공간 등 여러 기준에 따른 비교와 대조를 통해 자연·사회 현상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또 통계상으로 나타나는 흐름을 토대로 미래를 예측하거나, 표본조사를 통해 전체적인 윤곽을 그리기도 합니다.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책을 펴거나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려는 것입니다. 실제로 ‘백의의 천사’로 알려진 나이팅게일은 1853년 크림전쟁 당시 야전병원의 입원, 부상, 사망원인 등에 관한 내역을 통계로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