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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인류 정치는 권력 나누고 제한해온 역사였죠

    우리가 민주주의라고 알고 있는 데모크라시(Democracy)는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됐습니다. 데모크라시라는 말이 그리스어 ‘데모크라토스(demokratos)’에서 왔다는 게 정설이죠. ‘데모(demo)는 국민을, ‘크라토스(kratos)’는 권력을 뜻한다고 합니다.그런데 왕의 지배를 군주정(monarchy), 여러 명의 지배를 과두정(oligarchy), 지배자가 없는 것을 무정부(anarchy)라고 부르는데 왜 민주주의를 디마키(demarchy)가 아니라 데모크라시로 부르게 됐을까요? 당시 마을 수장의 사무실을 지칭하는 말이 디마키였기 때문에 아키(archy)를 붙이지 않고 크라시(cracy)를 붙였다고 합니다.민주정은 그리스 도시국가(polis) 중 아테네에서 발달했습니다. 당시 도시국가들은 다양한 지배체제를 갖추고 있었는데 아테네는 공동체의 필요성 때문에 귀족에게만 권력을 부여했던 다른 폴리스와 달리 일반 시민에도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부여했습니다. 시민들의 도움과 참여가 절실했던 모양입니다.아테네 민주정은 직접민주정이었습니다. 현대 민주정이 대부분 간접민주정인 점과 다르죠. 직접민주정은 시민들이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합니다. 현대식으로 표현하면 모두가 아침에 일어나 노트북을 열고 상정된 안건에 일일이 투표합니다. 지식수준이 천차만별인 구성원들이 외교·금융·정치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직접 투표로 국가진로를 결정하는 겁니다. 하루종일 투표해야 할 수도 있죠. 생업에 종사해야 하는 사람들이 매일 이런다면 정말 골치 아플 겁니다. 인구 규모가 5000만 명, 1억 명, 10억 명인 나라라면 어떨까요? 이해관계가 얽힌 법을 만들어야 할 경우 사정은 더 복잡해질 겁니다.그래서 오늘날과 같은 거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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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엘리자베스 2세 별세 군주정·민주정은 무엇인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이 지난 19일 치러졌습니다. 여왕의 뒤를 이어 장남인 찰스 왕세자가 왕으로 등극했습니다. 찰스 3세입니다. 영국은 입헌군주정을 하는 나라입니다. 헌법으로 왕의 권력을 제한하는 나라라는 뜻입니다. “왕은 군림하지만 통치하지 않는다”는 거죠. 현실정치는 의회, 내각, 수상이 맡아 합니다.70년 만에 왕이 교체된 영국에선 요즘 군주정 찬반 논쟁이 일고 있다고 합니다. “여왕, 왕, 왕자, 공주 이야기가 21세기 자유민주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대론과 “군주정은 영국을 상징하는 전통이고 왕이 국민을 통합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속돼야 한다”는 찬성론이 맞서고 있답니다.크게 보면 인류의 정치 체제는 절대 군주정, 입헌 군주정, 대의 민주정으로 변해 왔습니다. 절대 군주정은 왕이 절대 권력을 갖는 체제, 입헌 군주정은 왕의 권력을 헌법으로 제한하는 체제, 대의 민주정은 주권자인 국민이 통치자를 뽑는 체제를 의미합니다.요즘 정치학계에선 군주정 논란에 못지않게 민주정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민주정이 극한 대립, 혼탁과 부패, 고비용 정치로 흐르기 때문입니다. 이번 기회에 군주정과 민주정을 공부해봅시다. 생각할 만한 포인트가 의외로 많답니다.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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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어나는 세금 이대로 괜찮나

    국가를 운영하는 데도 돈이 듭니다. 정부가 국방과 치안을 유지하려면 돈이 필요하고, 도로를 깔고 강과 하천을 정비하려면 예산이 필요하고, 교육과 복지정책을 시행하려면 재정이 필요한 거죠.정부는 노동을 제공해 돈을 버는 가정, 생산 활동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기업과 달리 돈을 벌어서 쓰지 못합니다. 세 가지 방법으로 쓸 돈을 마련하는데요.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걷고, 모자란 돈을 빌리고, 급하면 화폐를 더 찍어내는 거죠. 원칙적으로 정부는 거둔 세금(세입)만큼 돈을 쓰는 게(세출) 좋습니다. 소득 범위 안에서 소비를 하는 가정이 모범적이듯이 말이죠.유감스럽게도 모든 정부는 돈을 많이 쓰려 합니다. 유사 이래로 모든 권력이 그랬어요. 고대엔 왕과 황제가, 중세엔 교회가, 근현대엔 정부가 그런 권력이죠. 난로와 유리창 개수에 따라 세금이 부과된 적도 있고, 수염을 길렀다고 세금이 붙기도 했죠. 요즘엔 담배를 피운다고, 자동차를 산다고, 재산을 물려준다고, 집값이 오른다고 세금을 물립니다. 내년 예산액이 639조원으로 늘어나 1인당 부담액이 1356만원에 달할 정도입니다.세금은 공동체를 운영하는 데 꼭 필요하지만, 너무 많으면 문제를 일으킵니다. 많은 세금 때문에 경제가 흔들리고, 정권이 교체되고, 혁명이 일어나고, 전쟁이 발발하기도 했습니다. 인류 문명과 함께 시작된 세금. 그 이야기는 흥미진진합니다.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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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 문명과 함께 세금 역사는 시작됐어요, 난로세·인지세…세금 탓에 혁명도 발생했죠

    세금은 언제 시작됐을까요? 세금의 역사를 다룬 많은 책은 ‘인류 문명이 진흙 표면에 문자를 새기기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기록한 것이 세금이었다’고 쓰고 있습니다. 수메르인이 남긴 점토판에 세금(공물) 기록이 있답니다. 고대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때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된 로제타 비석에는 ‘이집트에 부과된 수입과 세금을 전액 또는 일부 감면해주어 백성이 번영을 누릴 수 있었다’는 글이 있습니다.세금 이야기는 로제타 비석에 새겨진 글처럼 늘 그렇게 낭만적이진 않습니다. 권력자들은 언제나 세금을 많이 징수하려고 했고, 백성들은 수탈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망가거나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17세기 영국인을 괴롭힌 세금은 난로세였습니다. 화덕, 난로, 벽난로를 가진 고급집에 부과된 세금이었죠. 영국인들은 프랑스에서 기원한 이 세금을 증오했고, 이것이 1688년 명예혁명을 일으킨 요인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혁명 직후 이 세금은 폐지됐습니다.난로세가 없어지자 1696년 새로운 세금이 만들어졌습니다. 창문 개수에 따라 세금을 물리는 창문세였죠. 징수원들은 집을 지나가면서 창문 수를 셌습니다. 세금 액수가 더 늘어나자 시민들은 창문을 없애거나 창문 없는 집을 지었습니다. 햇빛이 들지 않고, 공기가 순환되지 않자 병드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창문세는 ‘햇빛 도둑(Daylight Robbery)’이라고 불렸답니다. 1746년 유리세(tax on glass)가 신설되자 당시 의학잡지 랜싯은 ‘빛에 과세하는 미친 세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러시아 표트르 대제는 귀족들에게 수염세를 물리기도 했죠.미국이 독립전쟁을 일으킨 원인에도 세금 민심이 숨어 있습니다. 영국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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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예산 639조원…세금으로 감당해요, 국세·지방세, 직접세·간접세…세금은 복잡해

    정부는 1년 동안 쓸 예산안을 짜서 의회에 제출합니다. 의회는 예산안을 검토해 동의 여부를 결정합니다. 행정부가 나라 살림을 계획하고 쓰지만, 의회가 그것을 살펴보고 조정한 뒤 통과시켜주는 거죠. 견제와 균형 메커니즘이 예산에도 작동한답니다.나라 살림을 짜는 기획재정부는 2023년 예산액을 639조원으로 잡았습니다. 예산으로 쓸 재원, 즉 돈은 세금으로 마련됩니다. 대한민국 납세자들로부터 세금을 거둬 나라 살림에 쓴다는 뜻이죠. 기본적으론 ‘세입=세출’ 구조입니다. ‘거둔 세금과 쓰는 돈은 같아야 한다’는 거죠.세금은 유용한 데 많이 쓰입니다. 내년 예산안을 보면 보건·복지·고용에 226조원이 들어가고, 나라를 지키는 국방에 57조1000억원이 쓰이고, 도로·교통 등 사회간접자본에 25조원, 교육에 14조원이 투입됩니다. 문화·체육·관광 분야로도 9조원가량이 들어갑니다. 세금은 마치 몸속의 피처럼 곳곳으로 흘러다니며 나라 살림을 떠받칩니다.내친김에 세금 구분표를 한번 살펴봅시다. 세금은 크게 국세와 지방세로 나뉩니다. 국세는 중앙정부가 거둬 나라 전체를 위해 쓰는 세금이고 지방세는 지방정부, 즉 도·시·군이 거둬 자체적으로 쓰는 세금을 말합니다. 총조세 중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약 75 대 25입니다.국세는 내국세와 관세로 구성됩니다. 내국세가 조금 복잡한데요. 내국세는 보통세와 목적세로 다시 나뉩니다. 목적세는 특수 목적에 맞춰 쓰는 세금을 말합니다. 교육세, 교통·에너지·환경세, 농어촌특별세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보통세는 직접세와 간접세로 다시 갈라집니다. 직접세는 소득세,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상

  • 동물로 배우는 경제 용어

    어린이 청소년 경제·논술신문 주니어 생글생글은 동물 이름을 딴 경제 용어를 이번주 커버 스토리로 다뤘다. 황소 곰 코뿔소 악어 등 야생동물을 찾아 떠나는 사파리 체험장으로 지면을 꾸며 불마켓 베어마켓 등 흔히 쓰이는 경제 용어를 친숙하고 알기 쉽게 설명했다. 주니어 생글생글 기자들은 한국 과학기술을 이끌어 가고 있는 KAIST를 방문해 재학생 형·언니들로부터 대학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왔다. 주니어 생글생글은 홈페이지(jrsgsg.hankyung.com)에서 구독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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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마트 규제 10년…"없애자" "놔두자"

    이마트 홈플러스 같은 대형마트들은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에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하고 매일 0시~오전 10시 사이엔 문을 못 엽니다. 2012년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 때문입니다. 벌써 10년이 되었군요.대형마트 영업제한 문제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답니다.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과감하게 폐지하겠다”고 선언한 윤석열 정부에서 대형마트 휴업제가 첫 대상이 된 겁니다. 정부가 10개 안건을 국민제안 투표에 부쳤는데 대형마트 영업제한 폐지가 가장 많은 57만여 개의 ‘좋아요’를 얻었죠.영업제한은 당장 폐지될 것처럼 보였으나 일부 반대 목소리에 막혔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지난달 25일 서울 강동구 암사종합시장을 방문한 윤 대통령도 모호한 태도를 취했습니다. “지금 당장 제도를 변경하지 않고 소상공인 의견을 많이 경청하겠다”고 말한 겁니다. 반대 목소리에 ‘일단 멈춤’ 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문제의 본질은 하나입니다. “대형마트 영업제한이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보호하는 데 기여했느냐”는 것이죠. 10년 동안 나타난 추세는 기대와 다른 결론을 보여줍니다. 대형마트도, 전통시장도 제3의 시장에 맥을 못 추고 있다는 거죠. 그것은 무엇일까요? 대형마트 영업제한의 속을 들여다 봅시다.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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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가게 → 대형마트 → 모바일쇼핑…파레토·소비자 선택론으로 유통진화 보면?

    ‘대형마트 규제’는 생각해볼 만한 논점을 많이 제공합니다. 유통산업 진화와 파레토 효율, 월마트 효과, 선택할 자유 등의 시각으로 이 문제를 한번 들여다봅시다. 유통 진화의 과정에서 보면오래전 우리나라엔 보부상(褓負商)이 있었습니다. 봇짐과 등짐을 지고 물건을 팔러 다니는 장사꾼을 일컫는 말입니다. 지금처럼 잘 닦인 도로도 없고, 차도 없고, 인터넷도 없던 시절, 사람들은 보부상을 통해 다른 지역에서 나는 것들을 샀습니다.일제 강점기에 상점이라는 게 생겼습니다. 지금 눈으로 보면 보잘것없는 가게지만, 마을 안에 있었고 물건도 제법 많았죠. 상점은 보부상을 밀어내고 말았습니다. 동네 가게는 슈퍼마켓이라는, 보다 세련된 업태의 도전을 받았습니다. 전통시장과 슈퍼마켓들 역시 대형 유통업체에 밀렸습니다. 1990년대 미국 월마트가 한국에 들어와 유통산업 전체를 바꿔버렸습니다. 이마트, 홈플러스 같은 초대형 마트들이 생겨났습니다.이런 대형마트도 이제 안심할 수 없게 됐습니다. 홈쇼핑, 인터넷쇼핑, 모바일쇼핑 같은 새로운 유통 플랫폼이 등장한 겁니다. 보부상→동네 가게→슈퍼마켓→대형마트→홈쇼핑→모바일쇼핑은 유통의 진화를 보여줍니다. 파레토·롤스 관점에서 보면경제학적 관점에서도 바라볼 수 있습니다. 파레토 효율이라는 게 있습니다. 누구에게 이익을 주면서도 다른 이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을 때 파레토 효율이라고 부릅니다. 대형마트 규제는 대형마트엔 손해고,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엔 이익을 주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실세계에서 파레토 최적은 달성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습니다만, 가급적 손해와 이익이 중립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