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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과 놀자

    얼음표면의 '준액체층'이 윤활유 역할

    33℃가 넘는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 얼음 동동 띄운 음료로 더위를 달래며 겨울이 어서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차가운 얼음 위에서 미끄러지며 스케이트를 타는 상상만 해도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얼음은 왜 미끄러울까?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지만, 놀랍게도 우리는 아직 이 질문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과학자들은 150년간 얼음이 미끄러운 이유를 밝혀내기 위해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19세기 중반, ‘켈빈 경’으로 유명한 윌리엄 톰슨은 압력으로 인해 얼음이 녹아 미끄러운 층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탈 때 스르륵 미끄러지는 이유는 우리의 체중과 면적이 좁은 스케이트 날 때문에 얼음 표면에 큰 압력이 가해지고, 이로 인해 얼음이 녹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화학 시간에 배운 물의 상평형 그래프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고체에 온도를 높이거나 압력을 가하면 액체로 바뀐다.이 가설은 오랜 시간 가장 널리 받아들여졌지만, 이후 연구를 통해 문제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가설대로라면 -10℃보다 낮은 온도에서는 얼음이 녹지 않아 스케이트를 탈 수 없어야 하고, 일반 신발을 신고 얼음 위를 걸어도 미끄러지지 않아야 한다. 얼음에 가해지는 압력이 1기압 올라가도, 얼음의 녹는점은 겨우 0.01℃만 내려갈 뿐이기 때문이다. 낮은 온도에서 스케이트를 타려면 수백 kg의 무게가 나가는 코끼리 발에 스케이트를 신겨도 불가능할 만큼 엄청난 압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압력만으로는 얼음이 미끄러운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그래서 과학자들은 다른 가설을 생각해냈다. 얼음 위를 움직이면 마찰이 생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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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년째 우주 항해…아직 '최후의 임무' 남아 있다

    "누구도 본 적 없는 낯선 우주 속에 겁 없이 뛰어들어 fall fall"가수 윤하의 노래 '오르트구름'은 인류가 보낸 역대 우주선 중 가장 오랜 시간, 먼 거리를 여행하고 있는 '보이저 1호'를 모티브로 쓴 곡이다. 1977년에 발사된 보이저 1호는 올해로 47년째 우주를 항해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고장을 일으키며 사실상 임무가 끝났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 과학자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다시 임무를 이어가고 있다.보이저 1호는 목성과 토성을 탐사할 목적으로 개발한 탐사선이다. 1979년부터 1989년까지, 탐사선에 탑재된 다양한 과학 장비를 통해 이 행성들의 대기, 고리, 위성 등을 상세하게 관측해 수많은 자료를 지구로 보냈다. ‘대적점’이라고 불리는 목성의 거대한 타원형 무늬, 목성의 위성인 ‘이오’의 화산활동, 토성의 아름다운 고리, 토성의 위성 ‘타이탄’의 대기를 관측한 것이 보이저 1호의 대표적 성과다. 1990년에는 지구에서 60억 km 떨어진 곳에서 바라본 지구의 사진을 찍어 보내기도 했다.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창백한 푸른 점’이라는 이름을 붙인 바로 그 사진이다.이후 계속해서 우주로 나아간 보이저 1호는 2012년 8월 25일, 최초로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 공간에 진입했다. 현재 보이저 1호는 지구에서 약 240억 km 떨어진 곳을 시속 6만 km가 넘는 속도로 항해하며 인류에게 미지의 영역에 대한 관측 자료를 보내오고 있다. 최신 스마트폰보다 약 300만 배나 적은 메모리, 최신 인터넷보다 3만8000배나 느린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하고 있는 낡은 탐사선이지만, 우주 탐사에서는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셈이다.다만 예상보다 훨씬 오랜 시간 작동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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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 한 톨 크기 센서로 뇌 진단…젤리 등 신소재 활용도

    세계적인 고령화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체온, 혈압, 심박수, 움직임 등 신체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인체 센서'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젤리나 고무 같은 신소재, 무선통신 기술과 접목된 새로운 형태의 센서가 등장하고 있다.지난 6월 중국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전자과학과의 장 젠핑 교수 연구팀은 수술 없이 뇌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쌀 한 톨 크기의 하이드로겔(Hydrogels) 센서에 관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소개했다.해조류에서 주로 얻는 하이드로겔은 전체의 약 90%가 물로 이뤄진 천연 또는 합성 고분자 중합체로, 젤리처럼 말랑말랑하다. 신체 거부반응이 거의 없고, 체내에서 스스로 분해되는 성질 때문에 의료용으로 활용된다. 하이드로겔의 또 다른 특징은 외부 조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뇌에 주입되면 압력, 산성도 등에 따라 모양이 바뀐다. 모양을 알면 현재 주변 환경이 어떤지 역으로 추적할 수 있다는 뜻이다.연구팀이 개발한 센서는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2㎜로, 내부에는 초음파를 반사하는 ‘공기 기둥’이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돼 있다. 바늘을 이용해 센서를 뇌에 삽입한 후 초음파를 쏘면 하이드로겔 모양에 따라 서로 다른 초음파가 반사돼 나오고, 이를 분석해 뇌의 상태를 진단한다. 실제로 쥐와 돼지의 뇌에 센서를 주입해 실험한 결과 압력, 온도, 산성도, 근처 혈관의 유속이 정확하게 측정됐다. 무엇보다 이 센서는 4~5주 이내에 물과 이산화탄소 등으로 분해됐고, 별다른 부작용도 일으키지 않았다.하이드로겔 센서가 상용화되려면 용해된 하이드로겔이 무독성인지 살펴봐야 하고, 안전성 확인을 위해 더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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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끼 돌보느라 예민해진 까마귀, 공격성 강해져

    거장 영화감독이 뽑는 거장 영화감독, 앨프리드 히치콕! 그의 대표적 영화 작품 중 하나인 <새> 에서 새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공포스러운 존재로 등장한다. 떼로 몰려와 마을을 습격하는데, 뾰족한 부리로 사람들을 공격하고 영화 말미에는 이로 인해 사람들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이런 비슷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까마귀들이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전깃줄 위에 앉아 있던 까마귀, 지나가는 행인을 향해 전속력으로 다가가 머리를 툭 친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된다. 행인은 정체 모를 공격에 당황하지만, 까마귀의 짓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당황한다.전국 곳곳에서 까마귀의 공격을 받았다는 제보 영상이 이어지고 있다. 멧돼지나 고라니 같은 동물들이 마을로 내려와 논밭을 헤집어놓거나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종종 있었으나, 새가 사람을 해친다는 생경한 일에 사람들은 당황했다. 동시에 히치콕 영화 <새>가 연상되며, 큰 공포를 느낀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현재 도심에서 사고를 치고 있는 까마귀는 ‘큰부리까마귀’종이다. 큰부리까마귀는 전국에서 번식하는 흔한 텃새로, 주로 도심에서 생활한다. 몸길이는 약 57cm로 꽤 큰 편이고, 몸 전체가 검은색이라 제법 눈에 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데, 한라산에서 등산객의 음식이나 물건을 빼앗는 전적으로 악명 높다.그런데 유해종도 아닌 큰부리까마귀가 왜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는 걸까? 전문가들은 번식기를 맞은 까마귀들이 예민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큰부리까마귀는 주로 3~6월에 둥지를 옮기고 번식을 한다. 이때 육아에 전념하게 되는데, 새끼가 부모의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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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가 보내는 경고, 6차 대멸종 오나?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선생님들의 과학 이야기 (14) 지구상에 있는 여러 생물종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을 대멸종이라고 한다. 46억 년에 이르는 지구 역사에서 모두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 다섯 차례 대멸종 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컸던 것은 고생대 말에 일어난 3차 대멸종이다. 가장 유력한 원인은 화산 폭발인데, 당시 지구 생물종의 95% 이상이 사라졌다.중생대 백악기 말의 공룡 멸종은 5차 대멸종과 함께 발생했다. 과거 다섯 번의 대멸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은 산소 농도 감소, 화산 폭발이나 지각 변동으로 인한 이산화탄소와 수증기 대량 발생, 육지 식물 또는 바닷속 식물성 플랑크톤의 멸종, 지구 온난화 또는 냉각화 등이다.과학자들은 6차 대멸종이 이미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급작스러운 폭설과 폭우, 한파와 폭염, 산불과 화산 폭발 등이 앞선 다섯 차례 대멸종 때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현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더욱 걱정되는 점은 인간이 사용한 화석연료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지구 온도를 급격히 상승시켜 앞선 대멸종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생물종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은 화석연료를 엄청난 속도로 태워 없앨 뿐만 아니라 고기를 얻기 위해 산과 숲을 밀어내고 가축 사육지를 늘리고 있다.이 때문에 많은 생물종이 서식지를 잃고 있다. 1만 년 전 지구상 척추동물 중에는 야생 동물이 99.9%, 인간과 가축이 0.1%였지만 지금 야생 동물은 3%에 불과하고, 인간이 32%, 가축이 65%라고 한다.80억 명에 이르는 세계 인구가 다른 생물의 서식지를 빼앗고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어 생물 멸종 속도가 5차 대멸종 때보다 114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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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멸망 막기 위한 소행성 충돌 실험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선생님들의 과학 이야기 (13)지난해 개봉한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은 지구가 혜성과 충돌해 멸망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구가 혜성이나 소행성과 충돌하는 스토리는 이 영화 외에도 여러 영화에 등장한다. 이런 시나리오는 영화 속 이야기로만 그치지는 않는다. 과거에도 지구는 소행성과 충돌한 적이 있고, 지금도 2300여개 소행성이 지구 주변을 돌고 있다.중생대 백악기 말인 6600만년 전 공룡을 비롯해 지구 생명체의 75%가 사라진 5차 대멸종도 소행성 충돌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는 너비 180㎞, 깊이 20㎞인 칙술루브 분화구가 있다. 이 분화구는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소행성 파편에 많이 포함된 이리듐이라는 원소는 지구 지층에는 매두 드문 원소인데, 백악기 말 형성된 지층에서 유난히 많이 발견됐다. 그 시기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이 있었다는 유력한 증거다.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소행성 충돌은 1908년 퉁구스카 대폭발이다. 비교적 최근인 2013년 3월에도 러시아 30㎞ 상공에서 거대한 운석이 폭발해 건물 7000채가 부서지고, 1400명이 다쳤다. 당시 폭발 충격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위력의 수십 배에 달했다고 한다.언제 또 일어날지 모를 소행성 충돌 공포로부터 인류를 구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발걸음이 지난 9월 27일 있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선을 소행성에 충돌시켜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는 실험을 한 것이다.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할 위험이 있을 때를 대비한 ‘지구 방위’ 실험이었다.NASA가 개발한 우주선 다트(DART)는 지구에서 1080만㎞ 떨어진 목성 근처의 소행성 디모르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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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기술을 활용한 예술, 미디어 아트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선생님들의 과학 이야기 (11)화가가 꿈인 지니는 지난 주말 조선의 천재 화가 김홍도 전시회를 보러 갔다. 전시회 팸플릿에는 ‘단원 김홍도의 미디어 아트 전시’라고 적혀 있었다. 전시관에 들어가니 김홍도의 작품이 움직이는 영상으로 만들어져 멋진 배경음악과 함께 흘러나왔다. 그림이 꼭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지니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런 영상이 미디어 아트라고 했다.미디어 아트란 사진, 영상, 터치스크린, 레이저 등 여러 가지 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예술 작품을 말한다. 미디어 아트 기법을 활용하면 2차원 평면의 그림도 살아 움직이는 3차원 입체로 재탄생한다.김홍도의 작품 중 ‘행려풍속도 8곡병’은 당시 생활상을 생동감 넘치게 묘사하고 있다. 아쉽게도 프랑스 파리 기메박물관에 소장돼 있어 직접 감상하기는 어렵다. 대신 이 작품을 바탕으로 한 미디어 아트 전시를 국내에서 만날 수 있다. ‘행려풍속도 8곡병’의 미디어 아트를 보는 동안 지니는 마치 1700년대 한양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미디어 아트의 배경에는 과학 기술이 있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예술의 표현 기법 또한 다양해진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기술이다. AR, VR 기술은 관객이 작품에 참여하는 인터랙티브 아트를 가능하게 한다. 인터랙티브(interactive)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의미다.관람객이 발을 내딛는 곳마다 꽃이 피어나고, 폭포에 손을 대면 물줄기 방향이 바뀌는 것과 같은 이미지를 AR과 VR 기술을 통해 만들어 낼 수 있다. 화면에서 고래가 튀어나오는 것처럼 현실과 가상세계가 뒤섞인 이미지를 구현하는 데도 AR과 VR 기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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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근원, 더이상 쪼갤 수 없는 작은 알갱이 '원소'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선생님들의 과학 이야기 (8)지금 여러분이 보고 있는 컴퓨터 모니터나 스마트폰 액정을 잘게 부수면 어떻게 될까요? 부서진 액정을 더 잘게 가루로 만들면 무엇이 남을까요? 상상하기 어렵지만 궁금하지 않나요? 마지막에 남는 아주 작은 알갱이가 스마트폰 액정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겠죠.물질을 이루는 근원적인 요소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있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선 물, 불, 흙, 공기가 세상의 근원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네 가지가 섞여서 여러 가지 물질을 만들어 낸다고 믿었죠. 물론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이후 과학자들이 연구를 거듭해 물질의 기초가 되는 요소들을 찾아냈어요. 이를 ‘원소’라고 해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근원적인 요소라는 뜻이에요.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찾아낸 원소는 총 118개입니다. 이 중 약 90개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인공적으로 합성한 것입니다. 우리 생활에 쓰이는 철, 구리, 알루미늄과 공기 중에 있는 산소도 원소예요.이 모든 원소를 기록한 것이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주기율표입니다. 서로 비슷한 성질을 지닌 원소들을 같은 세로줄에 배치했기 때문에 '주기'가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100개가 넘는 원소가 알려져 있지만,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