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 까마귀는 왜 사람을 공격할까?
거장 영화감독이 뽑는 거장 영화감독, 앨프리드 히치콕! 그의 대표적 영화 작품 중 하나인 <새> 에서 새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공포스러운 존재로 등장한다. 떼로 몰려와 마을을 습격하는데, 뾰족한 부리로 사람들을 공격하고 영화 말미에는 이로 인해 사람들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이런 비슷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까마귀들이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전국 곳곳에서 까마귀의 공격을 받았다는 제보 영상이 이어지고 있다. 멧돼지나 고라니 같은 동물들이 마을로 내려와 논밭을 헤집어놓거나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종종 있었으나, 새가 사람을 해친다는 생경한 일에 사람들은 당황했다. 동시에 히치콕 영화 <새>가 연상되며, 큰 공포를 느낀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도심에서 사고를 치고 있는 까마귀는 ‘큰부리까마귀’종이다. 큰부리까마귀는 전국에서 번식하는 흔한 텃새로, 주로 도심에서 생활한다. 몸길이는 약 57cm로 꽤 큰 편이고, 몸 전체가 검은색이라 제법 눈에 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데, 한라산에서 등산객의 음식이나 물건을 빼앗는 전적으로 악명 높다.
그런데 유해종도 아닌 큰부리까마귀가 왜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는 걸까? 전문가들은 번식기를 맞은 까마귀들이 예민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큰부리까마귀는 주로 3~6월에 둥지를 옮기고 번식을 한다. 이때 육아에 전념하게 되는데, 새끼가 부모의 도움 없이 혼자 생활하는 자립기인 8월 초까지는 신경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가정과 새끼를 지키기 위한 본능이다. 그러다 보니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천적으로 오해해 공격하는 것이다. ‘까악-까악-’ 큰 소리로 들리는 경고음 또한 이 때문이다.
큰부리까마귀가 도시에 미치는 영향은 이것뿐이 아니다. 큰부리까마귀가 즐겨 앉는 전깃줄을 쪼아서 정전을 일으키고 있다. 나무 대신 전신주에 둥지를 틀기도 하는데, 둥지를 만들 때 나뭇가지 이외에 철사나 쇠붙이를 쓰다가 전깃줄을 망가뜨리곤 한다. 최근에도 서울과 부산, 강원 등 여러 지역에서 일어난 정전의 원인이 까마귀였다.
이러한 불편이 지속되자 큰부리까마귀를 유해동물로 지정하고 포획 또는 사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사람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까마귀는 열매의 씨앗을 운반해 퍼뜨리고, 해충이 되는 애벌레도 잡아먹는 유익한 동물이다. 무엇보다 자연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한 종으로, 인간이 일부 불편을 겪는 부분 때문에 인위적으로 개체수를 줄이는 것은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우리는 인간 중심이 아닌, 동물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모두가 안전하면서도 평화로운 해결 방법은 없을까? 우선 거주지를 옮겨주는 방법이 있다. 적절한 개체수를 정해 포획하여 산으로 돌려보냄으로써 그곳에서 터를 잡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큰부리까마귀의 천적인 맹금류를 활용할 수도 있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오래전 매를 활용한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다. 훈련받은 매를 풀어서 까마귀를 쫓아낸 것이다. 그 결과 까마귀들이 해당 지역에서 사라지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가능한 방법인지 알 수 없고, 실현 계획 또한 없는 상황이다.

아직 까마기 퇴치 기기도 없는 우리가 당장 길에서 까칠하고 예민한 까마귀를 만났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약 우산을 갖고 있다면 펼쳐서 공격을 피하고, 까마귀를 자극하지 않아야 하며, 재빨리 그 지역을 벗어나는 게 좋다. √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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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前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