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 진화하는 인체 센서
세계적인 고령화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체온, 혈압, 심박수, 움직임 등 신체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인체 센서'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젤리나 고무 같은 신소재, 무선통신 기술과 접목된 새로운 형태의 센서가 등장하고 있다.
하이드로겔 센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제공
하이드로겔 센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제공
지난 6월 중국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전자과학과의 장 젠핑 교수 연구팀은 수술 없이 뇌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쌀 한 톨 크기의 하이드로겔(Hydrogels) 센서에 관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소개했다.

해조류에서 주로 얻는 하이드로겔은 전체의 약 90%가 물로 이뤄진 천연 또는 합성 고분자 중합체로, 젤리처럼 말랑말랑하다. 신체 거부반응이 거의 없고, 체내에서 스스로 분해되는 성질 때문에 의료용으로 활용된다. 하이드로겔의 또 다른 특징은 외부 조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뇌에 주입되면 압력, 산성도 등에 따라 모양이 바뀐다. 모양을 알면 현재 주변 환경이 어떤지 역으로 추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센서는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2㎜로, 내부에는 초음파를 반사하는 ‘공기 기둥’이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돼 있다. 바늘을 이용해 센서를 뇌에 삽입한 후 초음파를 쏘면 하이드로겔 모양에 따라 서로 다른 초음파가 반사돼 나오고, 이를 분석해 뇌의 상태를 진단한다. 실제로 쥐와 돼지의 뇌에 센서를 주입해 실험한 결과 압력, 온도, 산성도, 근처 혈관의 유속이 정확하게 측정됐다. 무엇보다 이 센서는 4~5주 이내에 물과 이산화탄소 등으로 분해됐고, 별다른 부작용도 일으키지 않았다.

하이드로겔 센서가 상용화되려면 용해된 하이드로겔이 무독성인지 살펴봐야 하고, 안전성 확인을 위해 더 큰 동물을 대상으로 장기간의 실험이 필요하다. 만약 안전성까지 입증된다면 환자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장하면서 뇌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고, 유선 프로브(Probe) 같은 장치를 삽입할 필요가 없어 감염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알약형센서.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 제공
알약형센서.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 제공
주입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센서도 있다. 지난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캘리포니아공대, 뉴욕대 공동 연구팀은 위장장애가 발생한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2cm 길이의 알약형 센서를 개발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소개했다.

위 마비, 역류성식도염 같은 위장장애는 섭취한 음식이 위장을 너무 빨리 또는 느리게 통과하면서 발생한다. 예컨대 음식물이 천천히 소화되면서 위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 위점막이 위산에 더 많이 노출돼 속쓰림이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음식이 위장을 통과할 때 속도가 줄어드는 지점을 파악하면 위장장애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알약형센서.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 제공
알약형센서.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 제공
연구팀이 개발한 알약형 센서에는 자기장 감지장치가 들어 있다. 환자 근처에 고주파 코일을 놓고, 자기장을 생성하면 센서가 수신 세기를 바탕으로 실시간 위치와 속도를 계산한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자기장 세기가 약해지는 원리다. 만약 소화기관에 문제가 발생해 센서의 속도가 더뎌지는 지점이 있으면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이나 PC로 위치가 전달된다. 연구팀이 동물 실험을 거쳐 실제 위장장애 발생 위치와 비교한 결과 오차는 최대 10㎜에 불과했다.

이 알약형 센서를 활용하면 엑스레이나 내시경을 이용하지 않고도 짧은 시간 내 손쉽게 위장장애가 생긴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 향후에는 소화기관 내부 영상을 촬영해 전송하거나 체내 약물 전달 기능을 수행하도록 발전할 여지도 있다.

한편 국내 연구진도 센서 개발에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양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고무처럼 늘려 형태를 변형해도 무선통신이 되는 ‘전자 피부 센서’를 개발했다. 전자 피부는 전자 소자를 유연하게 만든 것으로, 사람 피부에 부착하면 신체 상태를 측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신축성 있는 고무 재질 기판을 개발한 후 세라믹 나노입자를 섞어 전자 피부를 구현했다. 이 센서는 잘 늘어나기 때문에 팔에 붙여 맥박, 온도 등을 측정하거나 좀 더 발전하면 몸속 장기에 붙여 신체 내부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다양한 인체 센서는 앞으로 많은 분야에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예컨대 의료 분야에서는 생체 신호 모니터링 외에 질병 진단, 약물 테스트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선수들의 경기력 분석 및 부상 예방에, 보안 분야에서는 출입 통제나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쓰일 수 있다.√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쌀 한 톨 크기 센서로 뇌 진단…젤리 등 신소재 활용도
신체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인체 센서’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는 젤리처럼 말랑한 소재인 ‘하이드로겔’을 이용해 뇌 속 압력, 온도, 산성도 등을 파악하는 센서가 소개됐다. 주변 환경에 따라 형태를 바꾸는 하이드로겔의 특성을 이용해 모양을 파악하고, 이후에 환경적 요인을 역추적하는 원리다. 이 외에도 자기장을 감지해 위장장애가 생긴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먹는 형태의 알약형 센서, 피부에 붙여 체온이나 맥박 등을 측정하는 전자 피부 센서도 연구 중이다. 이런 인체 센서들이 상용화되면 의료, 스포츠, 보안 분야에서 널리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김우현 과학칼럼니스트·前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