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선생님들의 과학 이야기 (13)지난해 개봉한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은 지구가 혜성과 충돌해 멸망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구가 혜성이나 소행성과 충돌하는 스토리는 이 영화 외에도 여러 영화에 등장한다. 이런 시나리오는 영화 속 이야기로만 그치지는 않는다. 과거에도 지구는 소행성과 충돌한 적이 있고, 지금도 2300여개 소행성이 지구 주변을 돌고 있다.

중생대 백악기 말인 6600만년 전 공룡을 비롯해 지구 생명체의 75%가 사라진 5차 대멸종도 소행성 충돌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는 너비 180㎞, 깊이 20㎞인 칙술루브 분화구가 있다. 이 분화구는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소행성 파편에 많이 포함된 이리듐이라는 원소는 지구 지층에는 매두 드문 원소인데, 백악기 말 형성된 지층에서 유난히 많이 발견됐다. 그 시기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이 있었다는 유력한 증거다.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소행성 충돌은 1908년 퉁구스카 대폭발이다. 비교적 최근인 2013년 3월에도 러시아 30㎞ 상공에서 거대한 운석이 폭발해 건물 7000채가 부서지고, 1400명이 다쳤다. 당시 폭발 충격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위력의 수십 배에 달했다고 한다.

언제 또 일어날지 모를 소행성 충돌 공포로부터 인류를 구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발걸음이 지난 9월 27일 있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선을 소행성에 충돌시켜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는 실험을 한 것이다.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할 위험이 있을 때를 대비한 ‘지구 방위’ 실험이었다.

NASA가 개발한 우주선 다트(DART)는 지구에서 1080만㎞ 떨어진 목성 근처의 소행성 디모르포스를 향해 날아가 충돌했다. 디모르포스는 디디모스라는 행성의 주변을 도는 작은 위성이다. 이런 소행성을 쌍소행성이라고 한다. 단일 소행성은 우주선이 날아가 충돌하더라도 궤도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정밀하게 알아내기 어려운 반면 쌍소행성은 궤도 변화를 보다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수많은 소행성 중 디모르포스가 목표물로 선택된 이유다.

다트는 총알 속도의 10배가 넘는 시속 2만2000㎞로 날아가 역시 총알보다 10배 이상 빠르게 움직이는 소행성과 정확히 부딪혔다. 이번 소행성 충돌 실험은 영화에 나오는 지구 멸망 이야기가 현실에서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김지현 서울 남대문중 선생님
김지현 서울 남대문중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