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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기타

    (39) 시장의 본질은 불인

    그리스·로마 신화 속에서 정의를 상징하는 여신은 오른손에 칼, 왼손엔 천칭저울을 들고 있다. 저울은 정의와 불의를 판단하는 기준을, 칼은 엄정한 제재를 상징한다. 그리고 정의의 여신은 대개 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있거나 장님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앞을 보지 못한다는 것은 상대가 누구든 인정과 사정을 두지 않고 무정(無情)하지만 공명정대하게 일을 처결한다는 의미다.오늘날 이 무정한 여신은 많은 나라에서 법을 관장하는 사법부의 상징 문양으로 사용된다. 오른손에 칼 대신 법전을 끼고 있는 점이 신화 속 여신과 다르지만 한국 법원의 상징도 이 여신이다. 한국 법원이 서양 신화의 신을 상징으로 삼은 까닭은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함을 강조하는 데 이만한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법 앞의 평등을 구현하려면 법관부터 무정해야 한다. 재판을 받는 사람의 지위의 높고 낮음, 재력의 많고 적음, 인연의 깊고 얕음에 따라 법관의 법률 해석과 판단이 오락가락한다면 법 앞의 평등 원칙은 깨지고, 유착비리와 부정이 만연하면서 국가 근간이 흔들리게 될 것이다.중국의 고대 철학자 노자도 이와 다르지 않아 ‘훌륭한 지도자(聖人)는 어질지 않다(不仁)’고 했다. 2500년 전 그가 쓴 도덕경(제5장)을 보면 ‘하늘과 땅은 어질지 않아서 세상 만물을 꼴개로 삼는다. 훌륭한 지도자는 어질지 않아서 세상 사람을 꼴개로 삼는다’는 내용이 있다. 여기에서 꼴개는 고대 중국에서 제사를 지낼 때 쓰기 위해 지푸라기로 만든 개의 형상인데, 제사가 끝나면 함부로 내다 버리는 물건이다.노자가 말한 요지는 추측건대 올바른 정치는 법과 원칙에 충실해야 하고 사사로운 인정(仁

  • 경제 기타

    NCS금교협, 제2차 금융NCS 교원직무연수

    금융NCS교육협의회(회장 백진욱 안산대 교수)는 지난 2월 16일 한국경제신문 다산홀에서 제2차 금융NCS 교원직무연수를 가졌다. 이날 연수에서는 서울 경기 충청 등 전국에서 약 100여명의 고교 교사 들이 참가했다. 금융 NCS 자격 시험에 대한 의견 수렴을 겸한 이날 연수에서 금융 교육 전문 기관인 유비온의 권지영 선임연구원이 ‘직업기초능력의 이해(공기업 및 금융NCS 채용사례를 중심으로)’를, 전윤범 전무가 ‘금융NCS로 취업을 말하다’라는 주제를 발표했다. 전 전무는 특히 “NCS 금융 교육이 제대로 정착되려면 교재와 평가시험이 병행되어야 한다”면서 준비중인 금융NCS 자격시험을 개략적으로 설명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유비온과 함께 준비중인 금융NCS 1종 자격시험은 금융 NCS 6개 소분류(금융영업 상품개발 신용분석 자산운용 금융영업지원 증권/외환등)중 금융영업 분야의 능력을 검증하는 시험으로 하반기에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참석한 고교 교사들은 고교생의 학습 능력을 감안해 금융 NCS 자격시험의 출제범위 난이도 등을 조절해 줄 것을 제안했다.행사를 준비한 금융NCS교육협의회 관계자는 “이번 연수는 금융 NCS의 전면 도입을 앞두고 일선 학교 교사들이 학생들을 지도할 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으로 마련했다”고 말했다. 연수에 참가한 한 특성화고 교사는 “2018년부터 모든 특성화고가 NCS 기반의 교육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몰라 고민했다“면서 ”이번 세미나에서 어느정도 감을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조혜리 연구원 hyerijo@hankyung.com

  • 학습 길잡이 기타

    도시의 탄생에 숨은 경제 원리

    UN 경제사회국(DESA)에서 발표한 2012년 유엔도시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으며, 매달 500만 명에 가까운 인구가 도시로 이주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감안할 때, 머지않아 도시는 인류의 보편적인 거주지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추세는 우리나라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우리나라의 도시화는 1960년대 이후 산업화로 농촌지역 거주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활발히 이동하면서 빠르게 진행되었다. 도시화는 점차 빨라져 1970년대 말에 50%, 1990년대의 75%를 지나 현재 90%가 넘는 수준의 도시화율을 보이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인구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인류의 가장 보편적인 거주지역이 될 도시는 도대체 언제부터 어떠한 이유로 형성되기 시작했을까?직업의 전문화 이후 잉여 생산물 교환도시의 형성과 발달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하기에 앞서 도시에 대한 명확한 정의부터 살펴보자. 도시란 일반적으로 ‘일정한 지역에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대거 함께 모여 사는 곳’을 지칭한다. 이를 보다 명확히 계량화하여 표현하자면, 우리나라의 경우 학술적으로 인구 5만명 이상이 거주하고 상업·공업 등에 종사하는 가구 비율이 50% 이상이 되면 공간을 지칭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로 이러한 공간에 모여살고 있는 것이다.이처럼 많은 사람이 도시에 모여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시가 형성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에 경제원리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도시의 탄생은 생산활동의 변화로부터 기인한다. 과거 원시시대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던 시절에는

  • 한경 중고교생 신문 생글생글 500호 발행

    한국경제신문이 발행하는 중·고교생 신문 ‘생글생글’이 2월1일자로 지령 500호(사진)를 발행했다. 한경은 청소년들에게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올바로 가르치기 위해 2005년 6월 제1호 생글생글을 선보였다.매주 1200여개 중·고교와 100여개 도서관 등에 배달되는 생글생글은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등 다방면의 이슈를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현상과 배경, 학문적 쟁점과 논점 등을 정리해 전달한다. 최근 1000부를 구독신청한 신길고 등 많은 학교는 전교생 방송 수업과 논술 교재 등으로 생글생글을 활용하고 있다. 발행 부수는 매주 20만부가량이다.500호 기념 커버스토리로 생글생글은 ‘시장경제에 대한 10가지 오해와 편견’을 심층적으로 다뤘다. 잘못 알려진 주요 사례로는 △자본주의는 약육강식 △경쟁은 악마 △시장은 불평등 양산 △자유무역협정(FTA)은 나쁘다 △자본주의는 물질만능주의 등을 꼽았다. 학부모가 직접 써보낸 편지와 전국 교사들의 축하 메시지도 500호에 담았다. 지난호는 홈페이지(sgsg.hankyung.com)에서 볼 수 있다.고기완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 커버스토리

    자본주의는 약육강식?…시장경제 오해와 편견들

    생글생글이 오늘로 창간 500호를 맞았다. 햇수로는 만 10년이 흘렀다. 생글은 청소년들에게 시장이 돌아가는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창간됐다. 어른이 되어 사업을 하거나 직장을 구할 때, 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인 공약을 제대로 평가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적도 갖고 있다. 국민 모두가 경제를 이해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면 우리 사회에 신용불량자가 줄어들 뿐 아니라 인기영합적인 정치 공약도 자리를 붙이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안타깝게도 경제 원리를 모르거나 인기영합적인 공약들이 아직 적지 않게 나온다. 지난해 야당 대표와 여당 핵심 지도자가 주장한 소득주도 성장론도 그런 사례이다. 소득주도 성장론이란 기업 이윤을 임금이나 배당으로 나누어 주면 가계 소득이 높아져 소비가 늘고, 늘어난 소비가 다시 생산 증가, 소비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는 전혀 검증되지 않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기본적으로 생산요소의 투입을 늘리거나 기술이 발전해 생산성이 높아져야 가능하다. 그렇지 않은 성장정책은 허구이거나 효과가 모두 일시적일 뿐이다. 공짜 점심은 없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소득주도 성장론은 더 이상 논의되지 않고 잠잠해졌다.가끔 엉터리 경제 통계 수치로 거대담론을 펼치는 주장도 나온다. 복지예산 증대론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한국의 낮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SOCX) 비율이 그러한 예이다. 한국의 사회복지예산은 GDP의 10.4%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 조사 대상국 중 꼴찌이다. 하지만 이 통계는 한국의 복지

  • 커버스토리

    시장은 불평등 양산·이윤은 부도덕…좌편향된 '왜곡' 10가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경쟁은 확실히 판가름이 났다. 사유재산 보호, 공정한 경쟁, 자율을 골자로 하는 본, 서유럽은 경제·사회·문화적으로 ‘선진국’에 먼저 진입했다. 반면 중국 북한 쿠바 동유럽 등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상대적으로 늦게까지 고수한 국가들은 ‘후진국’이란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오래 달아야 했다. 중국의 경제력이 급속히 커지기 시작한 건 1980년대 시장경제 원리를 도입하면서부터다. 동유럽 국가들도 구소련 체제가 무너지면서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포기하고 시장경제를 받아들였다. 북한은 여전히 시장경제를 외면한다. 결과는 피폐와 굶주림이다. 이처럼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우월성은 분명해졌다. 하지만 일부는 여전히 시장경제의 참 의미를 왜곡한다.(1) 자본주의는 약육강식?시장경제를 왜곡하는 사람들이 흔히 내거는 말이 ‘약육강식(弱肉强食)’이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짓누르고 번영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이는 경쟁에서 승자와 패자를 잘못 이해한 데서 생긴 오해다. 시장경제는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는 열린 사회다. 거기서 열심히 노력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자가 승자가 된다. 약자는 강자에게 잡아먹힌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이다. 물론 부당한 방법으로 경쟁에서 이긴다면 법(공정거래법)으로 막아야 한다. 사회를 강자와 약자 두 집단의 갈등으로 보는 것은 사회주의 창시자인 마르크스의 주장이다. 그런 이론을 근거로 한 사회주의는 실패로 끝났다.(2) 많은 이윤은 부도덕?기업이 존재하는 궁극적 이유는 ‘이윤’이다. 기업이 이윤을 낸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가치있는 일을 한다는 메시지다

  • 경제 기타

    10년 만기 국채금리 첫 연 1%대 진입…일본 '잃어버린 20년' 닮아가는 대한민국

    ◆연 1%대로 떨어진 국채 10년물 금리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21일 사상 처음 연 1%대로 떨어졌다. 중국 성장 둔화와 국제 유가 급락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한 가운데 국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안전자산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07%포인트 하락(채권 가격 상승)한 연 1.995%에 마감했다. 전날 기록한 사상 최저치(연 2.002%)를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1월22일 한국경제신문☞ 만기가 10년인 장기 국고채 금리(이자율)가 사상 처음으로 연 1%대에 진입했다. 금리가 떨어지면 돈을 빌리는 가계나 기업들에 이익이다. 이자 부담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국고채 10년물(10년 만기) 금리 연 1%대 진입은 우리 경제에 희망보다는 우려를 던져주고 있다. 일본처럼 우리 경제가 장기 저성장이나 장기 디플레이션(경기침체)으로 가는 전주곡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왜 그런지 알아보자.국고채 금리란?국고채는 중앙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이다. 정부의 씀씀이(지출)가 세수(조세 수입)를 초과하는 경우 발행된다. 채권(bond)이란 정부, 공공기관(공기업), 기업, 금융회사 등이 비교적 장기로 불특정 다수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일종의 차용증서다. 채권은 만기가 되면 채권에 표시된 원금을 상환한다. 또 정해진 기간마다 약정된 이자를 지급한다. 이자는 돈을 빌리는 대가로 지급하는 금액이다. 금리(이자율)는 빌린 돈(원금) 대비 이자 비율이다. 금리는 보통 △돈의 수요가 공급보다 많을수록 △빌리는 쪽의 신용이 낮을수록 △빌리는 기간이 길수록 높다. 빌려주는 위험(리스크)이 커질수록 금리는 올라간다. 중앙정부가

  • 커버스토리

    선거와 경제민주화…불안한 짝궁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이야기다. 투표일인 4월13일까지 시간은 좀 남았다. 하지만 걱정은 벌써부터 쏟아진다. 각 정당과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을 공약 때문이다. 잘 계산된, 잘 조절된, 잘 지켜질 만한 공약이라면 두려울 것이 없다. 불행하게도 우리의 경험은 이런 낙관을 불허한다. 공약(公約) 아닌 공약(空約)이 얼마나 난무할지!선거는 이기는 것이 지상 목표다. 다수와 과반(過半) 점령을 향한 경쟁이 극심한 이유다. 선거는 몇 가지 기본 전술에 의존한다. 정당들은 표가 많이 몰려 있는 여론의 중간지대를 공략한다. 덩컨 블랙은 이런 현상을 ‘중위 투표자 정리’라는 말로 정리해줬다. 정당들은 선거 때만 되면 다수의 유권자가 몰려 있는 중도를 향해 정책과 공약을 집중 투하한다. 정당들의 공약이 비슷비슷한 이유다.앤서니 다운스라는 사람이 제시한 ‘합리적 무지’라는 관점도 작용한다. 투표자 개개인은 정당만 보고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 ‘내 표 하나가 선거 결과를 바꿀 것 같지 않고 설사 바꾸는 경우에도 공약이나 정책의 덕을 못 볼 게 뻔하다’는 심리가 작동한다. 정당과 후보자가 내건 정책과 됨됨이를 알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일 가치가 없다며 냉소적이다. 정당들도 은근히 “이왕 모르는 거 정당 보고 찍으라’고 주문한다.이번 총선에서는 3개의 주요 정당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A는 B를 이기고, B는 C를 이기는데 정작 투표에선 C가 A를 이기는 기현상이 나타날지 모른다. 만일 이런 결과가 나온다면 선거는 유권자의 뜻을 제대로 반영한 것일까. 1785년 프랑스 수학자 콩도르세 후작(侯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