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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양 기타

    닫힌 사회 = 역사법칙주의, 플라톤-헤겔-마르크스…열린 사회 = 비판·토론의 자유, 소크라테스-칸트

    1940년대 유럽에서는 히틀러가 오스트리아를 침략하고, 유럽이 파시즘으로 장악되고 러시아가 레닌 사후 전체주의로 치달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칼 포퍼는 ‘열린사회와 그 적들(The Open Society and Its Enemies)’을 통해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이 허용되는 ‘열린사회’를 역설하였다.포퍼는 이 책에서 우리 속에 나타난 전체주의의 뿌리가 제도, 정책, 개인이 아니라 실은 어떤 도그마식 철학 성찰 방식 때문임을 가르쳐주었다. 닫힌 사회의 주범은 역사가 보편적 법칙에 따라 전개된다는 역사법칙주의(empiricism)인데 이는 유토피아주의(utopianism)와 방법론적 신비주의(methodological holism), 역사법칙(historical law)으로 결합되어 있다. 그것이 서구 사상의 뿌리인 플라톤에서 연원하여 근대에 와서는 헤겔, 그리고 현대에 와서 마르크스 이론으로 구현되어 전체주의를 형성하고 있음을 자세히 규명한다.닫힌 사상의 뿌리 ‘플라톤’포퍼는 페리클레스·데모크리투스·소크라테스·칸트의 사상을 열린사회의 생각 흐름으로, 또 헤라클레이토스·플라톤·헤겔·마르크스의 사상을 닫힌 사회의 생각 흐름으로 본다. 후자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것이 역사법칙주의(historicism)이다. 처음 역사법칙주의 생각을 보인 것은 그리스 철학자 헤시오도스이며 그 이전까지 세계는 대개 정지된 것으로 여겨졌다. 헤시오도스가 찾아낸 ‘변화’라는 관념을 더 분명히 한 것은 “만물은 유전(流轉)한다”고 본 헤라클레이토스이다. 헤시오도스와 헤라클레이토스의 공통점은 “이 변화는 곧 퇴화(degeneration)를 의미했고 세상은 더 나쁜 상태로 몰락해 가는 과정을 따른다”고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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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시간 수면' 습관은 언제 생겼을까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는 이 익숙한 물음과 그 물음에 익히 예상되는 정답에 이르는 길을 조금 색다르게 보여줍니다. 이 책은 세상을 바꾼 혁신적 아이디어와 테크놀로지를 다룹니다. 하지만 개별적 사건이나 발명품에 주목하기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발명과 그로 인한 획기적인 사회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요. 이처럼 기존과는 다른 시각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기던 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되지요. 그러면 이제 깨끗한 수돗물, 전구와 레이저 뒤에 감춰진 혁신의 역사를 살펴봅시다.염소처리법 덕분에 등장 ‘비키니 수영복’너무나도 일상적인 일이어서 흔히 간과하는 기적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마찬가지이지요. 끔찍하게도 1870년대에는 수도꼭지를 틀면 죽은 물고기가 빠져나오곤 했습니다.우리는 수돗물을 마시고 콜레라에 걸려 48시간 후에 죽을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지 않지요. 하지만 과거에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오염된 물을 마시고 죽었습니다. 이런 상황은 지난 150년간 이어진 혁신과 숨은 영웅들 덕분에 바뀔 수 있었죠. 식수에서 세균을 박멸하는 과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미국의 의사 존 릴이었습니다. 수돗물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맡았던 릴은 대담한 모험을 했습니다. 비밀리에 급수장에 염소를 투입한 것입니다.이 일로 존 릴은 법정에 서야 했지만 실험 성공으로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염소처리법 덕분에 대중목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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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존엄의 무덤…전체주의 고발한 예언적 소설"

    1970년대 후반이었다. ‘1984’라는 독특한 제목을 가진 이 소설을 처음 읽었던 때가. 최루탄 냄새가 가득한 대학가 하숙촌에서 마치 숨겨진 암호문을 해독하는 그런 기분으로 이 책을 몇 번이고 거듭 읽었었다. 독재의 그림자가 걷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먼지를 털고 다시 이 책을 꺼내 읽은 것은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1991년 가을 구(舊)소련 특파원으로 모스크바행 준비를 서두르던 어느 날 밤이었다. 나는 그날 밤 결국 한숨도 자지 못했다. 한때 세계 청년들과 지식인들의 정신적 조국이 바로 소련이었다.공산주의라는 헛된 망상물론 극소수의 비판자도 있었다. 전체주의적 세계가 만들어낼 미증유의 파국을 예언하고 경계하는 초월적 지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말 그대로 극소수의 지성인이었다. 미제스, 하이에크 등 자유의 본질을 꿰뚫고 있던 자들만이 사회주의적 이상이 만들어낼 전체주의 지옥도를 겨우 알아챘을 뿐이었다. 미제스는 특히 ‘공산주의는 결코 자유시장경제가 만들어내는 수요공급을 계산해낼 수 없다’는 불멸의 법칙을 선언했다. 일견 제멋대로인 것처럼 보이는 자유만이 진정한 질서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하이에크는 자생적 질서라고 불렀다.그러나 대부분 지식인들은 낡은 봉건적 혹은 자본주의적 계급관계를 끊어내고 평등한 사회를 건설해 나가는 구소련에 대해 찬미와 찬사를 오롯이 바쳤다. 그들은 공산주의야말로 인간의 탐욕을 억제하고 질서정연한 평등사회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순수한, 그러나 헛된 망상에 빠져들었다. 그런 오류에 가득찬 시간은 20세기 거의 절반을 관통했다. 그리고 1970년에 이르렀을 때 더 이상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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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컨이 인구 대이동을 불러왔다

    두바이, 방콕, 리우데자네이루….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하나는 현재 세계 전역에서 급속히 성장 중인 대도시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열대 기후권에 위치해 있다는 겁니다. 20세기 후반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는 온대 기후권에 있었습니다. 예컨대 런던과 파리, 뉴욕과 도쿄가 그렇죠.그렇다면 그 사이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요? 사람이 살 수 없었던 사막이나 열대기후에서 대도시가 출현하게 된 것은 에어컨 덕분입니다. 냉기(冷氣)를 이용해 온도와 습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되면서 전 세계 거주 문화가 달라졌고 인류의 대이동이 가능해진 것이죠.인공적으로 얼음을 만드는 기술이 발명되고 나서 냉방이 가능해지고 음식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죠. 하지만 혁신적 아이디어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그러면 냉동기술의 발전이 우리 삶에 미친 영향을 살펴볼까요.호수의 얼음을 팔아 갑부가 된 남자1843년 미국 보스턴에서 한 남자가 얼어붙은 호수의 물을 열대 지역에 팔아 떼돈을 벌 생각을 합니다. 19세기 미국판 봉이 김선달이라 할 만한 그는 프레더릭 튜더였습니다. 얼음을 전 세계에 판매하겠다는 그의 아이디어는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고 초반에는 사업도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15년 뒤 얼음 무역은 흑자로 돌아서고 한 세기가 채 되지 않아 얼음은 필수품이 됩니다. 따뜻한 겨울이 닥칠 때마다 신문에서 ‘얼음 기근’을 걱정하는 기사를 쓸 정도였지요. 이후 자연에서 채취한 얼음을 이용한 냉각은 미국 사회의 지형을 바꿔놓게 됩니다.당시 시카고에는 가축을 도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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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유전자가 자기복제를 위해 선택한 생존기계

    리처드 도킨스(R. Dawkins)는 ‘이기적 유전자’ 초판 서문에서, “이 책은 마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공상 과학소설처럼 읽어야 한다”고 쓰고 있다. 하지만 필자에게 이 책은 ‘생물학으로 쓰인 경제학 책’으로 비춰진다. “생물학으로 쓰고 경제학으로 읽는다”고 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유전자의 관점에서 설명‘이기적 유전자’는 “생명의 의미는 무엇인가. 인간은 어떻게 존재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그의 대답은 ‘진화’이다. ‘이기적 유전자’는 “어떤 행성에서 지적인 생물이 생존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생물이 스스로 자기의 존재이유를 처음으로 알아냈을 때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고 있다. 그는 찰스 다윈(C. Darwin)의 ‘자연선택’을 원용해 지구상 모든 생물체의 존재 이유를 ‘유전자의 관점’에서 일관된 체계로 설명하고 있다.다윈의 진화론은 ‘종(種)’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 종이 잔인한 ‘자연선택’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킨스는 ‘유전자’에 초점을 맞춰 자연선택의 기본 단위는 ‘유전자’라고 주장한다. 유전자는 ‘자기 복제자(replicator)’로서 불멸이라는 것이다. 도킨스의 최대 기여는 진화의 기본 단위가 ‘종(species), 개체(individual)가 아닌 유전자(gene)’라는 것을 밝힌 것이다. 다윈의 진화론은 도킨스에 의해 결정적으로 진화했다.유전자가 인격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기적 유전자’는 일종의 ‘의인화(擬人化)’다. 유전자들이 지적 판단력과 선택의 자유를 갖는다고 상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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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하라 사막의 모래가 세상을 어떻게 바꿨을까

    스마트폰, 인터넷, 에어컨이 없는 세상을 생각해본 적 있나요? 우리가 당연한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물건들도 최초에는 역사를 뒤바꾼 혁신적 발명품이었습니다. 유리나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 전구조차 없던 세상에서 편리한 현대 세계로 우리를 이끈 것은 누구였을까요?오늘날 세상의 모습을 만든 건 우리가 이름조차 못 들어본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그저 재미 삼아 연구하고, 발명해내고, 뭔가를 개선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위대한 업적을 남긴 것이죠.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는 현대인의 삶에서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6가지 혁신을 조명하는 책입니다.탁월한 과학 저술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티븐 존슨은 이 책에서 독특한 시각으로 현대 문명을 만든 위대한 아이디어의 역사를 살핍니다. 이른바 ‘롱 줌(long zoom)' 역사관을 통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혁신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지요.책에서는 유리, 냉기, 소리, 청결, 시간, 빛이라는 6가지 부문의 혁신을 소개합니다. 이 혁신의 산물을 소개하면서 테크놀로지가 어떤 과정을 통해 생겨나 발전했으며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추적하고 있지요. 각 분야에서 처음 아이디어를 떠올린 사람부터 시작해서 그 아이디어가 어떻게 달라지며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결국 그 아이디어로 인해 인간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설명해갑니다.꼬리에 꼬리를 무는 아이디어의 역사예컨대 먼 옛날 어느 사막에서 이산화규소가 우연히 발견되면서 유리가 발명됐고, 인쇄술의 발명으로 안경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유리 제조에도 혁신적인 변화가 있었습니다. 안경, 즉 렌즈의 발명은 망원경과 현미경의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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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새겨둬야 할 36개의 경구…스스로를 교육하는데 도움이 되길

    좋은 책을 읽는 것은 중요하다. 좋은 책을 ‘어떻게’ 읽느냐는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좋은 책일수록 그 책에 대한 해설서가 난무하고 ‘좀 안다’ 싶은 분들의 첨언이 여러 해를 지나며 쌓여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종종 사이비 해설서에 의해 그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저자의 참뜻을 왜곡하기 쉽다. 따라서 아직 어린 우리에게는 좋은 책을 선별하고, 어떤 시각으로 그 책을 읽어 내려갈지에 대한 길라잡이가 필요하다.‘내 마음속 자유주의 한 구절’은 위와 같은 점에서 훌륭한 선생님이 돼준다.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는 지성인 36인이 제각기 마음속에 ‘경구’로 지니고 있는 책의 한 구절을 소개한다. 구절의 출처와 읽을 때 느꼈던 감회 및 해석이 짧게 정리돼 있다. 이 책의 편저자인 소설가 복거일 선생님은 ‘단문의 시대를 위한 자유주의 독법’이란 서문에서 이렇게 썼다. “글들이 점점 짧아진다. 논설이든 소설이든 점점 짧아진다(중략). 글들이 그렇게 짧아진 데엔 여러 요인들이 작용했겠지만, 근본적 요인은 시간의 가치가 부쩍 커졌다는 사실이다(중략). 여기에 실린 잠언들은 시간을 내기가 정말로 어려운 우리 시민이 스스로를 교육하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이 책은 그래서 친절하고 담백하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멘토 선생님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설명해주는 기분이 든다. ‘정치’나 ‘자유주의’ ‘시장경제’와 같이 어려워 보이는 주제를 말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이 책은 ‘어떻게 현명하게 살아가면서 현상에 대응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36개의 조언이다. 이 책의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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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한 탈출' '이성적 낙관주의자'를 읽어보자

    경제성장과 행복을 다룬 책을 읽어보자. 대표적인 책은 앵거스 디턴의 ‘위대한 탈출’이다. 책 제목은 인류가 이룩한 가장 위대한 탈출은 ‘빈곤으로부터의 탈출’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붙여졌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세계는 만족할 만한 삶을 사는가, 삶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 왔는가 등의 질문을 던지고 답한다. 많은 그래프와 사례 연구가 책에 가득 들어 있어 설득력을 더한다.매트 리들리의 ‘이성적 낙관주의자’도 필독서에 속한다. 책 제목의 ‘이성적’이라는 말은 수많은 증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의 인류 삶을 긍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저자의 신념이 담겨 있다. 증거도 없이, 무비판적으로 낙관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책은 ‘더 나아진 현재, 전례없는 번영’ ‘교환과 전문화, 역동적 인간의 출현’ ‘신뢰와 규칙이 작동하는 시장’ ‘도시의 승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모든 증거로 볼 때 2100년도 낙관적으로 전망해도 좋다고 강조한다.‘도시의 승리’도 읽어볼 만하다. 저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도시는 어떻게 인간을 더 풍요롭고 더 행복하게 만들었나’라는 물음에 나름의 대답을 준다. 우리는 도시는 각박하고 더럽고 경쟁적이고 이기적이며 반환경적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도시야말로 문명 진화의 산 증거이며, 친환경적이고, 더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왜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드는지, 마천루가 위대한 이유, 아스팔트보다 더 친환경적인 것이 있을까 등의 주제는 매우 도발적이다.정희형 한국경제신문 인턴기자(경희대 생체의공학4년) horse11@naver.com